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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저축은행, OSB은행 매각 실패 '반면교사' 삼을까 높은 희망가 고집하다 무산…모기업 J트러스트 매각 의지 커 '유연한 가격협상' 여지

이장준 기자공개 2020-07-07 08:14:11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3일 09: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T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오자 지난해 매각 절차를 밟았던 OSB저축은행 사례가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영업 포트폴리오는 다소 다르지만, 간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일본계 중상위권 우량사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OSB저축은행 측은 앞서 높은 희망가를 고수하며 매각에 실패했고, 그 여파로 영업자산이 축소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JT저축은행 매각을 추진 중인 모기업 J트러스트그룹이 OSB저축은행을 '반면교사' 삼아 다른 길을 걸을 지 주목된다. 모회사의 매각 의지가 커 가격 협상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OSB저축은행, 높은 가격만 고수하다 매각 무산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30일 OSB저축은행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경영권 매각 진행과정에서 영업활동이 둔화되면서 시장 지위가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신평사 관계자는 "통상 긍정적 아웃룩을 달고 1~2년 내에 등급을 조정한다"며 "작년에는 매각을 진행하다 무산되면서 올해 실적이 혼란스러워 다시 전망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사실 저축은행이 신용등급을 받는 건 퇴직연금을 운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신평사로부터 'BBB-' 이상 등급을 평정 받아야 운용이 가능하다. 여전히 BBB 등급을 유지하는 만큼 당장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이번 등급전망 하향조정은 그만큼 OSB저축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해 모회사 오릭스코퍼레이션과 올림푸스캐피탈 컨소시엄은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OSB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했다. 원매자 측에서는 자본총계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이 적정가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매도자가 PBR 2배 수준을 적용한 희망가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시장에서는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급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매각 실패로 인한 후폭풍은 거셌다. 그동안 기업대출과 담보대출 위주로 이어온 성장세가 꺾였다. OSB저축은행이 매각 절차를 밟는다는 얘기가 나오자 고객들이 대출을 꺼리는 경우가 발생해 신규 대출에 난항을 겪었다. 중도금대출이 대거 상환된 것도 한몫했다.

대출자산이 축소된 영향으로 자산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OSB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조9905억원으로 줄었다. 자산이 2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올 1분기에도 1조9895억원으로 총자산이 소폭 감소하며 자산 기준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10위로 밀려났다.


대출자산이 줄면서 수익성도 떨어졌다. 2017년 249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지난해 204억원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1분기에 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건전성 지표도 흔들렸다. 1분기 OSB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11%를 기록했다. 1년 전(3.15%)보다 크게 오른 수준이다.

OSB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 중에서 금액이 큰 1~2건이 연체되면서 건전성 지표가 일시적으로 악화했다"며 "설령 부실화돼도 담보가 있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분기 들어서는 대출자산이 다시 늘고 있고, 재매각 계획은 아직 없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JT저축은행, 안정적 포트폴리오 기반 성장

OSB저축은행 매각 실패 사례는 최근 매각을 추진 중인 JT저축은행도 관심있게 살펴볼만한 거래다. 일단 자산 규모나 건전성 면에서 보면 JT저축은행은 빠질만한 구석은 없다.

JT저축은행은 최근 법무법인 김앤장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모회사인 J트러스트그룹은 JT저축은행 외에도 국내에서 JT캐피탈과 JT친애저축은행을 포트폴리오로 두고 있다.

JT저축은행의 전신인 예아름상호저축은행은 2006년 부실 저축은행들의 결합으로 설립됐다. 2008년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가 이를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인수하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상호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바꿨다. 이후 2015년 현재 모회사인 J트러스트그룹에 인수돼 JT저축은행으로 탈바꿈했다.

2015년 최성욱 대표가 취임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말 3369억원에 불과했던 JT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올 1분기 기준 1조3898억원까지 늘었다.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15위에 랭크됐다.

*자료=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특히 안정적인 포트폴리오가 눈에 띈다. 1분기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은 각각 6882억원, 4858억원으로 6대4 정도의 비율을 유지한다. 과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저축은행 시절 대출 포트폴리오의 99%가 개인 신용대출에 편중돼 있던 것과는 다르다. 2016년에는 업계 최초로 할부금융 시장에 진입하기도 했다.

건전성도 우수하다. 1분기 JT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47%로 1년 전(3.56%)보다 개선됐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2.99%에서 2.95%로 소폭 낮아졌다.

◇모회사 매각 의지 강해, 가격 협상 유연하게 대처할 가능성

'알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JT저축은행이 매물로 등장한 건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J트러스트그룹의 매각 의지는 상당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

JT저축은행은 2017년 JT친애저축은행과 시너지를 노리고 합병을 계획했지만 당국 규제에 막혀 무산됐다.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은 금지돼있다. 금융당국이 올 들어서는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JT저축은행도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제는 JT친애저축은행과 영업권역이 일부 겹쳐 합병시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임직원도 236명에 달할 정도로 많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JT저축은행이 추가 성장을 위해 재작년부터 증자를 요청하자 그룹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 두 개의 저축은행을 두는 것 자체에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법인이 어려움에 처한 것도 매각이 급물살을 타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다른 계열사인 JT친애저축은행이 올 들어 처음 배당을 한 것도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이 맞물려 매각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후 원매자 측과 가격 협상을 유연하게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다른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할 가능성도 커진 만큼 저축은행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이지는 않다"며 "알짜 회사이지만 매물 가치를 평가할 때 이같은 점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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