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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애경그룹의 '항공몽', 무위로 끝나나안형찬 전 부회장 물러난 뒤 잇단 인수합병 추진…사세 확장 '빨간 불'

박상희 기자공개 2020-07-08 08:30:06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3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이 사실상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수순에 들어가면서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의 항공몽(夢)이 무위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안용찬 전 부회장이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로 키워놓은 제주항공을 채 부회장은 인수합병(M&A) 거래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꿈이 꺽일 위기다. 안 전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사위로, 채 부회장과는 매제 사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거래 선결조건 이행을 통보했다. 앞서 제주항공이 3월2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SPA)에는 "선행조건 완수 여부에 대해 통보한 뒤 10영업일이 경과했을 때까지도 모두 충족이 안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지난 3월 이후 미지급하고 있는 체불임금과 유류비, 조업비, 정비비 등 거래처 대금 모두를 기한 내 해소하라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매각대금의 2배인 10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오는 15일까지 1000억원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수개월째 이어온 '셧다운'으로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안용찬 제주항공 전 대표이사 부회장과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왼쪽부터)

이스타항공 인수가 불발되면 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항공사 M&A를 통한 사세 확장도 어려워진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HDC그룹에 패한 후 이스타항공 인수로 눈을 돌렸다.

제주항공은 사실상 안 전 부회장이 키워놓은 회사다. 2006년 설립한 제주항공은 5년 뒤인 201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안 전 부회장은 2년 전인 2018년 말 급작스럽게 사퇴했는데, 그해 제주항공 매출은 1조2593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1021억원을 기록하는 등 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안 전 부회장은 임기가 2021년 3월까지 남은 상황에서 돌연 사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안 전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채 부회장은 제주항공의 사세 확장을 도모했다. 방법은 M&A였다. 그간 애경그룹은 M&A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기업은 아니었다. 생활용품(유통)에서 화학, 화장품, 항공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면서도 M&A를 활용한 사례는 드물었다. 그랬던 애경그룹이 항공업 분야에서 야심차게 M&A 시장에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안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로서 제주항공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채 부회장은 제주항공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다. 다만 대형 M&A는 오너일가의 승인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M&A는 채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진행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제주산업은 HDC현대산업개발에 패했다. 제주항공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스타항공 추진에 나섰다.


장영신 회장의 장남 채 부회장은 애경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지분 16.14%를 보유하고 있다. 채 부회장은 '총괄' 부회장으로 불리며 사실상 그룹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차남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은 3월 말 기준 AK홀딩스 지분 9.34%, 삼남 채승석 애경개발 대표는 8.3%, 장녀 채은정 전 애경산업 부사장은 3.85%를 보유하고 있다.

안 전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제주항공의 경우 채 총괄 부회장의 영향력이 결과적으로 더 커졌다. 관련업계는 채 부회장이 항공사 M&A를 등에 업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그룹 규모를 키우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각 계열사가 지주사 체제 안에 머물지만 향후 계열 분리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사세 확장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패배 아쉬움을 삼키고 지난해 12월 18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한 지 약 한달여 만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했다. 전 세계 공항이 올스톱되다시피 하면서 글로벌 유수 항공사도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결정되기 이전에도 경영난에 허덕이던 이스타항공으로서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임금 체불을 비롯한 미지급금 등 산적한 문제도 해결이 요원하다.

최근엔 정치 이슈와도 결부되면서 인수전이 산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가족 보유 이스타홀딩스 지분 전량을 회사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외려 이 의원 가족의 이스타항공 편법 승계 의혹이 일며 부메랑을 맞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제주항공은 안 전 부회장이 물러난 뒤 경영이 악화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여름 '보이콧 재팬'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했다. 오너일가와 경영진의 경영 능력 문제라기보다는 불가항력적인 악재에 기인한 것이지만 시기적으로 M&A 추진하던 때와 맞물리면서 채 부회장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 전 부회장이 제주항공 경영에서 손을 뗀 뒤 채형석 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는 패배했고,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와 고질적인 경영난 해결 방법이 요원하면서 인수 거래가 결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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