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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바이오 흥망사]SK, 지평 넓히는 '바이오 계열사 지도'③최태원·최창원 계열별 투자로 '따로또같이' 성장…바이오팜·케미칼 중심 퀀텀점프

최은수 기자공개 2020-07-10 07:39:21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막대한 비용과 오랜 연구기간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처럼 성공사례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바이오 사업을 중단했거나 실패를 경험한 대기업으로선 시샘의 대상이다. 뒤늦게나마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벨은 국내 대기업 바이오의 현주소와 그들의 도전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9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는 제약·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몇 안 되는 대기업이다. 오랫동안 제약·바이오 계열사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식으로 지평을 넓혀 왔다. 사촌지간인 최태원 SK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계열분리를 통해 쌍두마차 지주 경영 체제를 구축했고 미래 산업인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다.

SK의 경영 슬로건 중 하나는 '따로 또 같이'다. 지주회사 체제에 있지만 각 계열사가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추구한다. 바이오산업에 대해서도 따로 또 같이 철학이 담겨 있다. 주요 계열별로 제약 바이오 산업에 투자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고 있다.

◇최태원 회장 'SK바이오팜', 최창원 부회장 'SK케미칼' 육성

SK의 제약바이오의 계통은 크게 △최태원 SK그룹 회장계이자 SK바이오팜으로 대표되는 'SK바이오팜 계통'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SK케미칼 계통' 두 갈래로 나뉜다.

양 계열사는 계통은 다르지만 SK라는 하나의 토양 위에 뿌리내렸고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받았다. 양 계열사는 일차적으론 성장에 방점을 찍고, 연착륙 이후엔 주 사업부문의 스핀오프를 통한 바이오 계열사 영토 확장으로 요약되는 경영 전략의 구심점 역할을 맡았다.

최 부회장의 케미칼계가 그룹 안에서 먼저 태동했다. 1987년 당시 SK케미칼은 의약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제약산업에 첫발을 디뎠다. 최 회장의 바이오팜계는 1993년 대덕연구단지에 꾸린 'P프로젝트'팀으로부터 시작됐다. 2011년 SK㈜에서 스핀오프(분사)하며 현재의 SK바이오팜으로 성장했다.

바이오팜계와 케미칼계의 성장과정을 톺아보면 제약바이오 불모지에 가까웠던 국내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SK바이오팜의 전신인 SK 제약사업부는 1999년 뇌전증 치료신약 '카리스바메이트'를 글로벌 빅파마인 존슨앤존슨에 기술이전하면서 파이프라인 수출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SK케미칼은 같은 해 항암신약 '선플라주'로 식약처로부터 국산 신약 1호 허가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독자적 포트폴리오 구축→각 사업부문 스핀오프 선순환

양 계열사는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으로서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의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SK의 비전을 공유했다. 이를 위해 성과를 낸 이후엔 적극적인 스핀오프로 세부 역량 강화에 나섰다.

스핀오프의 첫발도 같은 시기에 디뎠다. 바이오팜계의 지주사인 SK㈜는 2015년 원료 의약품 생산 역량 강화 차원에서 SK바이오팜에서 해당 사업부문을 분사해 SK바이오텍을 출범시켰다.

SK바이오텍은 분사 이후 M&A를 통한 사세 확장에 나섰다.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최초 사례다. 2018년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글로벌 M&A에 성공했다.

2019년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SK바이오텍·앰팩·SK바이오텍 아일랜드)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 극대화에 나섰다.

케미칼계는 2015년 SK케미칼의 혈액제제 사업부문을 분사해 SK플라즈마를 세웠다. SK플라즈마는 혈액제제의약품인 알부민과 면역글로불린 등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국산 알부민을 최초로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를 중심으로 한 중간 지주사 형태의 지배구조를 정립했다. SK케미칼은 이후 새로운 스핀오프에 나섰다. 2018년 SK케미칼의 백신 사업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스핀오프했다. SK케미칼은 3가와 4가 독감 백신 및 대상포진 백신 등을 개발해 낸 국내에서 손꼽히는 백신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과 관련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말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들에 대한 동물실험(비임상)에 돌입했다. 올 9월에 본격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1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SK는 양 지주사 체제에서 제약·바이오 업계에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굵직한 성과를 내 왔다"며 "각 계열사들은 성장 과정에서 각자의 특색을 갖추는 데 성공하면서 일각에서의 카니발라이제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시딩투자로 '이머징 메디테크 중심 퀀텀점프' 원동력 발굴

SK는 계열사들이 성숙기에 돌입하면서 2010년 후반부터 차후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전략으로 '시딩투자'를 내세웠다. 종종 과민성 장증후군 치료제의 공동 개발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계열사 간 협업(오픈이노베이션)도 있었다. 다만 SK 울타리 밖에 있는 바이오, AI 등의 기술 확보로 방향이 구체화됐다.

시딩투자는 투자형 지주사 SK㈜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2010년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304억원의 시딩투자를 단행했다. 각각 △2018년 11월 뇌회로 분석 알고리즘 기술을 보유한 엘비스(34억원) △2018년 말 유전자치료제 개발 회사 진에딧(15억원) △2019년 5월AI에 기반한 3D 환자정보 분석 기술을 탑재한 비저블페이션트(29억원) △2019년 10월 항체신약개발 기술 플랫폼 업체 하버바이오메드(60억원) △2019년 11월 AI 신약개발 업체 스탠다임(94억원) △2020년 5월 항체 신약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허밍버드(72억원)이다.

SK㈜가 짧은 시간 동안 바이오 업체에 시딩투자를 단행한 까닭은 해당 산업이 대표적 고부가가치를 내는 미래산업인 메디테크(Emerging Medi-Tech)이기 때문이다. SK㈜가 시딩투자에 나선 업체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존 합성신약(케미칼) 중심의 성과를 낸 SK 계열사들과는 다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15년만에 FDA 문턱을 넘어선 SK바이오팜의 핵심파이프라인은 CNS계 신약으로 합성신약에 속한다. SK케미칼이 보유한 백신 등은 항체다. 바이오에 속하기는 하나 폭발적인 성장을 뜻하는 퀀텀점프를 기대할 수 있는 '메디테크'로 영역과는 결이 다르다.

SK㈜ 관계자는 "바이오, 메디테크 분야를 두고 각종 글로벌 빅파마와 대기업들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며 "이를 위한 장기적 성장 비전과 투자철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신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를 앞으로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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