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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바이오 흥망사]몸값 비싸진 HK이노엔, CJ의 오판일까①'비주력' 이유로 1.3조에 팔려…2년만에 2조 IPO 밸류 거론

민경문 기자공개 2020-07-27 07:40:26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막대한 비용과 오랜 연구기간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처럼 성공사례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바이오 사업을 중단했거나 실패를 경험한 대기업으로선 시샘의 대상이다. 뒤늦게나마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벨은 국내 대기업 바이오의 현주소와 그들의 도전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07:3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팜의 IPO 흥행을 지켜봐야 했던 일부 대기업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CJ도 예외가 아니다. 2년 전 한국콜마에 매각한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때문이다. 33년 만에 첫 신약 승인을 앞둔 상황이었지만 ‘비주력’이라는 이유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내년 상장을 앞둔 HK이노엔의 몸값은 2조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CJ가 매각했을 당시보다 2배 가까이 오른 밸류에이션이다.

CJ헬스케어는 1984년 제일제당이 유풍제약을 인수해 만든 제일제당 제약사업부가 모태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방침에 따라 2014년 4월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연이은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그룹 차원의 재무전략이 바뀌었고 2017년부터 CJ헬스케어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결국 2018년 4월 1조3000억원을 받고 한국콜마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CJ그룹이 34년 만에 제약업에서 손을 떼는 순간이었다.

당초 검토한 카드 중에는 IPO도 있었다. 2016년에는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를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상장 실무 작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공모 자금으로 개량신약과 신약 파이프라인을 비롯한 연구개발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미약품 기술이전 계약 해지로 인한 바이오업종 시황악화와 이재현 회장 복귀 이후 사업 재편으로 상장이 불발됐다. 당시 주관사가 추정한 CJ헬스케어의 IPO 밸류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약 1조원 미만)도 의사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HK이노엔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들은 당시 CJ그룹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불확실성에 더 이상 베팅하기 어려웠다는 점에 주목한다. CJ헬스케어의 2016년 매출은 5205억원, 영업이익 817억원이었다. 외형상으로는 준수한 실적을 자랑했지만 여타 CJ 계열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열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등이 아니면 밀어주지 않는 CJ그룹의 전략적 방침도 CJ헬스케어 매각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매각 당시 CJ그룹의 공식 코멘트 또한 ‘비주력 사업 정리’였다.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과 함께 국내외 경기 악화로 내실을 다져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잦은 약가인하로 인한 외형 확대의 한계, 불법 리베이트 이슈로 인한 기업 평판 하락의 위험성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주력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떨어지는 레드바이오(의료·헬스케어)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이유가 없었다.

CJ헬스케어를 매각한 2018년에 2조원 규모의 미국 냉동식품 기업 '쉬완스 컴퍼니(Schwan's Company)'를 인수했다는 부분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 가능하다.

CJ헬스케어 출신 관계자는 “그룹 경영진은 밀가루 팔아서 만든 돈으로 약을 만드는데 투자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다”며 “사료나 식품산업과 같은 기존 그린바이오에 500억원을 투자하면 그 이상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제약 비즈니스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CJ 출신 바이오업체 대표는 “30년 넘게 신약에 투자한 부분이 아깝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30년 동안 이룬 것도 없다라는 반박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매각 2년이 지난 CJ헬스케어는 어떻게 변모했을까. SK바이오팜의 IPO 흥행에 고무된 한국콜마 측은 CJ헬스케어 상장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빠르면 연내 상장 예심 청구도 가능할 전망이다. 사명을 HK이노엔으로 바꾼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5426억원, 영업이익은 852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대기업 계열 제약사라는 점과 함께 SK바이오팜과 달리 가시화된 매출 성과를 보인다는 점 등이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콜마로 새 주인을 맞은 이후 식약처 승인을 받은 역류질환 치료 신약(케이캡)의 성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발매 이후 1년여 만에 누계처방 600억원을 넘어서면서 국산 신약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작년 7월에는 위궤양 치료적응증을 추가 승인받기도 했다. CJ 역시 연간 매출 1000억원의 신약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케이캡을 개발했지만 최종 결실은 한국콜마에서 누리고 있다.

HK이노엔 측은 케이캡의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중이다. 국내 허가 이후 중국, 동남아시아, 중남미 국가 등 총 23개 국가에서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FDA가 케이캡 임상 1상을 승인하기도 했다. 미국의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크다. 이 같은 케이캡의 성장성을 바탕으로 일부에서는 HK이노엔의 IPO 기업가치가 최소 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CJ헬스케어 출신의 바이오업체 대표는 “당시만해도 케이캡이 이 정도 인기를 끌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일단 이익을 내는 계열사인 만큼 최대한 비싼 값에 팔자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CJ헬스케어가 지금의 IPO 밸류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걸 예측했다면 절대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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