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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세금대란]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인수 '득'일까 '실'일까정유사 빅4 중 유동성 가장 낮아, 주유소 임대료 웃도는 수익성 확보 관건

김성진 기자공개 2020-08-03 08:22:22

[편집자주]

느닷없이 발생한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계 중 하나가 바로 정유업계다.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유가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정부는 ‘세금납부 연기’ 카드를 꺼내며 지원에 나섰지만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례적인 ‘세금 대란’을 겪고 있는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의 상황과 재무상태, 대응 전략을 더벨이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0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사업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시도했다. 주유소 사업 확장을 위해 코람코자산운용과 짝을 지어 SK네트웍스로부터 직영주유소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직영주유소 인수는 GS칼텍스를 제치고 업계 2위(주유소 수 기준)로 단 번에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현대오일뱅크는 올 6월 직영주유소 인수를 최종 마무리했지만 딜을 진행했던 지난해와 상황은 사뭇 다르다. 올 초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정유업체들은 전례없는 적자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현금 관리에 차질을 빚으며 지난 4월에는 정부로부터 유류세 납부 연기 지원을 받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코람코 측에 임대료를 지불하며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7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는 최소한 임대료를 웃도는 수준의 수익을 내야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과연 현대오일뱅크는 직영주유소 인수에 만족하고 있을까.

◇점점 커지는 재무부담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난 4월 정부가 유예해준 유류세 세금 납부에 대한 추가 연기가 논의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예상보다 커 정유업체들의 현금흐름 관리가 어려워진 탓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정유업체들의 실적 악화를 감안해 총 1조3750억원의 세금을 7월까지 연기해준 바 있다.

그러나 정부 역시 세수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실제 세금 납부 연기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과 함께 주요 정유업체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 역시 별도로 세금 납부 연기를 신청하진 않았다.


유류세 추가납부 연기가 현실화하지 않으면서 정유업체들의 현금 관리는 까다로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빅4 중 유동성이 가장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이 차입 등을 통해 대략 1조~2조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 것과 달리 현대오일뱅크가 보유한 현금은 올 1분기 연결기준 33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4900억원과 비교해 약 1500억원 줄어들었다.

재무부담은 최근 들어 가중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5조1000억원으로 약 4년 전 2조8000억원과 비교해 84%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2조5000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 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112.1%에서 142.7%로 상승했다.

◇직영주유소 수익, 임대료 메울 수 있을까

이처럼 현대오일뱅크는 재무부담 가중과 함께 코로나19로 현금관리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앞으로 영업실적 개선을 통해 얼마나 원활히 현금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재무개선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SK네트웍스로부터 인수한 직영주유소 사업 실적이 관건으로 여겨진다. 업계 2위로 도약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인수를 결정했지만 임대료 등을 지출해야 하는 탓에 상당한 흑자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오일뱅크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매물로 나온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 인수 건을 올해 마무리지었다. 199개 주유소의 토지와 건물, 구축물은 코람코 측이 가져가고 임차 주유소 103개에 대한 임차권과 주유소 영업 관련 유형자산은 현대오일뱅크가 취하는 식이다. 컨소시엄이 인수를 위해 지불한 금액 규모는 총 1조3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는 300여개의 주유소를 운영하는 대신 코람코 측에 임대료를 지급하며, 임대료 규모는 7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가 인수한 직영주유소 사업이 과연 매년 지불해야 할 임대료를 상회하는 수준의 실적을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임대료 수준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손해를 보고 사업을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임대료 지급을 포함하더라도 적자가 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 내부 관계자는 “주유소 임대료는 700억원 수준이며 이를 포함하더라도 사업에서 적자가 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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