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2년간 신약물질 10개 발굴, 중개연구로 키운다” 서진식 일동제약 부사장 "독자3상 없다, R&D 파트너 중요"

민경문 기자공개 2020-07-31 12:32:32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0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79년 역사의 일동제약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아로나민골드와 비오비타 등으로는 성장 한계를 절감한 지 오래다. 주력 상품인 라니티딘 단일제 ‘큐란’의 판매 중지는 매출 정체로 이어졌다. 여느 제약사와 마찬가지로 일동제약 역시 해답은 ‘신약’에서 찾고 있다. 우수한 연구인력에도 신약 개발 부담은 바이오벤처와 크게 다르지 않다. 5년 전 일동제약에 합류한 서진식 부사장(COO)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1970년생인 서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존슨앤존슨(J&J) 한국 자회사인 한국얀센에서 약 10년을 일하며 'PI(Process Inovation)'리더 등을 역임했다. 이후 식품회사 동원F&B의 CFO로 자리를 옮겨 제약이 아닌 식품업을 경험했다. 동원F&B의 건강식품사업부는 서 부사장 부임 이후 1년 만에 적자에서 탈피하기도 했다.

일동제약 부임 이후 2년간 영업 효율화에 주력했던 서 부사장이었다. 이제 그의 과제는 ‘신약’을 위한 R&D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9년 7월 권위주의와 부서간 장벽을 허물고 수평적 소통이 가능한 사내연구 벤처조직(iLEAD)를 만들었다. 그해 10월에는 임상 연구의 품질과 속도 개선을 위해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라는 임상시험 컨설팅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서진식 일동제약 부사장(COO)

일동홀딩스 내에 신약 개발을 위한 전문벤처기업도 만든 것도 그의 작품이다. 사명인 아이디언스(idience)는 일동을 의미하는 id와 사이언스(science)를 합쳤다. 이원식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이 아이디언스 대표를 맡았다. 현재 일동제약으로부터 파프(PARP) 저해제 후보물질 ‘IDX-1197’의 권리를 넘겨받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서 부사장은 “특히 ‘Quick win, Fast fail’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비임상연구 단계부터 임상에서의 신속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실험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유효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임상 진입 전에 기술수출을 최대한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꺼내든 개념이 ‘중개연구’다. 신약 아이디어를 치료법으로 즉시 전환,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하는 전임상~임상2상 연구까지를 의미한다. 서 부사장은 “연 매출 14조원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대표적 사례”라며 “머크 사는 원개발사가 아닌데도 원천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해 혁신적 임상디자인으로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개연구 특화형 NRDO(No Research and Development Only)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서 부사장은 “혁신작업을 한지는 2년 반 정도가 됐다”며 “서울대 병원 외래교수, 한국얀센, 국립정신건강센터 등을 거친 최성구 부사장님을 2017년 연구소장으로 모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사급 연구인력만 40명으로 올해도 적자 위험을 무릅쓰고 R&D 비용을 700억원 이상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꾸준한 노력 끝에 일동제약이 지난 2년간 발굴한 신약 후보 물질만 10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7개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을 내년 착수할 계획이다. 특히 독일 에보텍과 협업중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및 당뇨병 치료제 등이 핵심 물질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자체 연구 외에도 엔젠바이오, 이니바이오 등과 같은 바이오텍 지분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서 부사장은 “신약 물질은 많지만 일동제약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기술이전과 함께 함께 투자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일동제약을 포함해 13개사가 이사회로 참여해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서 부사장은 "현재 진행중인 R&D혁신이 결실을 맺고 시장과 파트너들의 신뢰를 확보할 때까지는 일동제약 단독으로 3상 연구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메디시날 케미스트리(medicinal chemistry)를 모토로 향후 20년 안에는 글로벌 20위권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