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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판매사 수난시대]판매사 '조용한' 저항, 전액 보상 '줄줄이' 유보⑥"전액 보상은 너무 무거운 선례", 이사회 '불수용' 의견 많아져

허인혜 기자공개 2020-08-03 08:06:24

[편집자주]

자산운용사의 모럴해저드는 누구 책임일까. 라임,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자산관리(WM)시장에 이같은 화두를 던졌다. 사기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일부 사모펀드의 부실한 운용실태가 민낯을 드러냈다. 문제는 부실운용의 책임이 고객과 접점에 있는 판매사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시비비가 가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조차도 판매사의 보상안 마련을 독려한다. 업계는 이같은 마녀사냥식 해법이 WM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전례를 남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사모펀드 시장에 벌어진 환매중단 사태에서 판매사를 앞세운 사태수습이 적절한지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1일 07:0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이 금융당국의 라임펀드 전액 배상 권고 수용 결정을 줄줄이 유보하며 불수용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판매사들은 펀드 운용·판매 과정 중 하나인 판매사가 전적인 책임을 지는 배상안이 과도하다고 말한다.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전액 보상안 자체가 이례적인 만큼 선례를 만들기도 부담스럽다. 이사회 안에서도 입장이 맞붙은 가운데 일부 판매사에서는 비율 조정 요구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사실상의 불수용이다.

◇라임펀드 '전액배상' 대상 판매사 전원 판단 유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전액 배상안 수락 결정을 미뤄달라고 27일 금감원에 요청했다. 금감원은 6월 말 분조위를 열고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운용 펀드에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

하나은행 이사회가 라임펀드 배상안 수용 결론을 내리지 못하며 타 판매사들의 결정 유보도 예상된 바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1일과 24일 이사회 논의로 라임운용 펀드 보상안 수용 결정을 미뤘다. 미래에셋대우도 30일 오후 열린 이사회 안건으로 보상안 수용 여부가 올랐지만 신중한 검토를 이유로 유보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사회는 치르지 않았지만 내부 결정을 통해 마감기한을 연장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판매사들은 전액보상안이 이례적인 만큼 판단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펀드 사고는 물론 금융투자 상품 자체로도 100%를 배상한 전적은 없다. 판매사들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운용 펀드를 보상해주면 이후 펀드 사고에서도 전철이 되풀이되리라고 봤다. 이번 권고가 적용되는 라임운용 펀드 판매 규모는 우리은행 650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일부 관리의무에 소홀했고, 도의적으로도 책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판매사는 펀드의 운용과 판매 전 단계에서 한 부분을 맡고 있는데 책임보상은 전적으로 하라는 요구는 과도하다"고 답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수백억원 단위의 펀드 판매금액을 돌려준다고 대형 금융사가 붕괴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더 큰 문제는 이례적인 선례가 앞으로 상식처럼 통용될 수 있다는 우려"라고 했다.

◇"비율 조정 요구해야" 이사회 내부서 '불수용' 의견도

판매사 내부 이해관계자의 입장차도 여전히 첨예하다. 판매사들의 입장과 별개로 이사회에서도 불수용과 수용 의견이 팽팽하게 맞붙고 있다고 금투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일부 판매사 이사회에서는 '비율 조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분조위 배상안의 비율을 재조정하려면 분조위가 원안을 폐기하고 새로운 사례로 재차 판단을 내려야 한다. 사실상 수용을 하지 못한다는 입장이 판매사 내부에서 나온 셈이다.

C증권사 관계자는 "판매사들의 공식적인 입장은 '신중한 검토중'이지만 이사회에서는 금융당국에 배상안 수위를 낮춰달라는 요구를 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의논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펀드 배상안 수용 여부와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융당국과도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불수용은 금감원의 체면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정이다. 아직까지는 울며 겨자먹기 수용에 힘이 실린다. 금융당국이 분조위 결정의 법적 타당성을 자신해 법정싸움의 부담감도 적지 않다. 수용 결정 연장기한을 한 달로 정해 장기화될 가능성도 낮다.

E은행 관계자는 "수용을 하지 않는 쪽으로 이미 가닥을 잡고 결정을 유보한 판매사는 없을 것"이라며 "첫 타자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용을 하는 쪽으로 결정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판매사 "관리강화 동의하지만 부담 커…펀드 '정예화' 하겠다"

판매사들은 펀드 관리 의무를 강화한 신 규제안을 두고 기대와 부담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신규 사모펀드 규제안은 판매사와 수탁사, 사무관리사가 각각 사모펀드를 관리감독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판매사의 임원들도 수탁사와 판매사 등 3자 확인을 거치라는 당국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금투업계의 전언이다.

F은행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자율성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은 견제해야 한다"며 "옵티머스자산운용 건을 보면 자산운용사가 펀드 규제의 헛점을 악용하지 않았나. 판매사가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판매사든 운용사든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사모펀드 시장이 더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크로스체크를 통해 안정성을 높이며 상호작용을 하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관리감독 의무가 버겁다는 것도 공통의견이었다. 판매사와 수탁사, 운용사의 삼각 관리 체계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G금융사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컴플라이언스 부문은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그조차 판매사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융사의 감사부 수준의 강도로 구축하지 않으면 당국의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했다.

판매사들은 아예 사모펀드 상품 자체를 줄여 정예화하는 방안을 세웠다. 소수의 안정적인 상품만 가판대에 올려 관리감독 부담감을 덜 계획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당분간 투자자의 선택 폭이 좁아진다는 점은 안타깝다"면서도 "부실펀드 배상과 판매 중인 펀드 관리의무까지 더해지면 사모펀드를 취급한다는 판매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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