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시장가' 괴리 심화…IB업계, 과열 진단 [Market Watch]IPO 후보 공모가 밴드, 장외가 절반 아래 형성
양정우 기자공개 2020-08-06 12:54:5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5일 0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 공모가와 시장 가격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상장예비기업은 공모가를 장외 주가의 절반 아래로 책정하고 있고 코넥스 기업도 주가를 훨씬 밑도는 가격으로 코스닥 이전 상장에 나서고 있다.IPO 후보의 적정 시가총액을 구하는 건 증권사 IB의 역할이다. 각자 노하우를 쌓은 밸류레이션 기법으로 기업가치를 분석한다. 장외시장과 코넥스 주가와 무관하게 희망 공모가 밴드를 산출할 수 있다. 최근 가격 괴리가 유독 심한 건 IB업계가 시장을 과열 상태로 진단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게임즈 적정시총, 장외 절반 이하
올해 대어급 IPO인 카카오게임즈는 희망 공모가 밴드로 2만~2만4000원(수요예측일 오는 26~27일)을 제시했다. 상장 예정 주식수(7320만4731주)를 감안하면 적정시가총액(할인 후)은 1조5179억~1조8215억원이다.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카카오게임즈의 장외시장 주가다. 4일 기준 주가는 주당 6만2500원이다. 한때 6만6000원까지 주가가 오른 뒤 6만원 대에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공모가 밴드의 최상단 가격도 장외 주가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장외 주가 기준 시가총액은 IPO 발행 주식을 제외해도 3조5753억원에 달한다.
카카오게임즈보다 한 주 앞서 수요예측(오는 19~20일)을 벌이는 미코바이오메드도 상황이 비슷하다. 코넥스에 상장한 기업인데 이날 주당 2만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2000~2만5000원에 불과하다. 밴드 최하단 가격이 역시 코넥스 주가의 절반을 밑돈다.
물론 장외시장과 코넥스는 주식의 유동성(Liquidity) 측면에서 유통시장으로서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참여자가 한정돼 있는 동시에 거래 편이성이 낮아 완전한 시장 가격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 공모가와 시장가의 괴리는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워낙 큰 격차로 가격이 벌어져 있는 탓이다. 자체 밸류에이션을 벌이는 IB업계가 적정시가총액의 범위를 시장의 눈높이보다 훨씬 낮게 책정하고 있다. 결국 현재 시장 상황을 과열 양상으로 진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장외시장, 코넥스 주가와 공모가 밴드의 이격이 벌어진 건 상장주관사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 가격을 고려하지 않는 건 무엇보다 IPO 성사에 초점을 맞춘 행보"라고 설명했다.
◇공모주 투자 광풍, 장외시장·코넥스 영향
IPO 후보의 주가가 장외시장과 코넥스에서 치솟은 건 공모주 투자 광풍이 한몫을 했다. SK바이오팜의 IPO 공모가 이례적 잭팟을 터뜨린 후 공모주 열풍이 불고 있다. 바이오 공모에선 '따상(공모가 대비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이란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다만 공모주 투자에서 일반투자자는 청약증거금에 비해 매우 적은 공모주를 배정받는다. 이날 수요예측을 마친 영림원소프트랩의 경우 1434만원당 공모주 1주(공모가 1만15000원)을 손에 쥘 뿐이다. 이 때문에 IPO 후보의 주식을 장외시장과 코넥스에서 직접 사는 투자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부터 카카오게임즈는 물론 솔루엠 등 상장 후보의 장외 주식이 연일 급등세를 보였다. 자동차 저감장치 개발사 이엔드디, 혁신신약 개발사 노브메타파마, 상처 치료용 패치 기업 원바이오젠, 에너지 저장장치 제조사 비나텍 등 코넥스 기업도 업종을 불문하고 주가가 치솟았다.
증권사 IB 실무진은 이같은 과열 양상을 눈여겨 봤다. 희망 공모가 밴드를 확정하려면 상장 예비기업과 사전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시장 가격보다 공모가를 크게 낮추려면 근거가 뒷받침된 설득이 필요한 셈이다. 자칫 공모주 열기가 식는 시점과 맞닥뜨리면 상장주관사가 공모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SK바이오팜은 상장 후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공모주 투자심리를 크게 자극한 행보다. 청약증거금으로 몰린 31조원이 대부분 환불된 가운데 결국 이 돈이 다른 공모주로 유입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십조원이 대기 자금으로 여겨지면서 공모시장은 유동성 장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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