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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결제원 '펀드 사무관리' 왜 중단했나 '옵티머스 사태' 여파, 리스크 관리 차원 해석…자산운용사·사무관리업계 '당혹'

허인혜 기자공개 2020-08-13 13:00:2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2일 15:0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옵티머스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예탁결제원이 거래 전문 사모운용사에 사무관리 계약해지를 요청했다. 펀드 사고에 사무관리·수탁사의 책임론이 가중되면서 아예 사모펀드에서 손을 떼는 방향을 택한 셈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거래 자산운용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타 펀드 서비스사들도 전문 사모운용사와의 거래만 중지하는 것은 좋지 못한 선례라고 지적했다. 반면 예탁원이 저가의 사무관리 수수료를 받고 펀드 사고 위험을 안고 가기보다 계약을 해지하는 편이 현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탁결제원, 사모운용사 사무관리 서비스 계약해지 통보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은 거래 중인 전문 사모운용사에 '일반 사무관리 위탁계약'을 합의하에 해지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11일 발송했다.

예탁결제원의 사무관리 서비스를 받는 전문 사모운용사는 6월 말 기준 16곳이다. 8월 말 기준 사모펀드 사무관리 일임액은 약 5조7000억원이다. 한 회사당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9000억원까지 사무관리를 맡겼다.

예탁결제원은 공문을 통해 "위탁계약서 21조 3항에 의거해 10월 30일자로 계약해지를 요청한다"며 "계약해지일까지 후임 사무관리사 선임을 부탁하며 신속한 자료 이관작업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예탁결제원이 계약해지 요청 공문에서 언급한 계약서상 21조는 계약해지 요건을 담았다. 더벨이 입수한 예탁결제원과 거래 자산운용사의 계약서에는 △예탁결제원이 정상적인 위탁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 △예탁결제원이나 자산운용사가 이 계약에서 정한 사항에 대해 중대한 위반을 한 경우 △그밖에 계약에 의한 서비스 제공을 계속하기 곤란한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면 계약해지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해지 요청일은 해지하려는 날로부터 1개월 전이다.

예탁결제원은 △예탁결제원이 정상적인 위탁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 △그밖에 계약에 의한 서비스 제공을 계속하기 곤란한 중대한 사유 등을 배경으로 계약해지를 요청했다.


◇'옵티머스 사태' 결정타…"수수료 대비 부담감 높다"

예탁결제원이 서비스를 지속하기 곤란한 중대한 사유로는 옵티머스 사태가 거론된다. 대규모 환매 중단을 부른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에 예탁결제원이 사무관리사로 지목되며 뭇매를 맞았다.

운용 펀드의 편입자산이 이상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도 사무수탁사인 예탁결제원이 주의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운용으로부터 이메일로 국공채 매출채권 펀드 투자 계획서를 받았다. 옵티머스운용은 한국토지공사 매출 채권으로 투자자산을 표기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아트리파라다이스, 씨피엔에스,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등의 채권 매입 계약서 사본을 첨부했다. 예탁결제원이 첨부파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확인을 하고도 의심없이 그대로 수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예탁결제원은 '단순 계산사무대행사'라는 입장을 밝히며 관련 법 규정에 예탁결제원의 펀드 검증 의무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다. 예탁결제원에서는 10~20명의 직원이 펀드 서비스를 도맡았다고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은 사무관리 분야에서는 큰 회사는 아니"라며 "20명이 채 되지 않는 직원이 전체 펀드 서비스를 관리해 오다 옵티머스 사태로 조단위 펀드 사고가 터지면서 '공황'에 빠졌다는 소문도 나왔다"고 했다.

예탁결제원도 옵티머스운용 사태가 펀드 서비스 중단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답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옵티머스운용 사태 등 문제가 불거진 바 있어 펀드 서비스 전반을 정비하고 거래 자산운용사에게는 새로운 펀드 서비스사를 찾을 기회를 주고자 계약해지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전문 사모운용사 사무관리 수수료율이 1bp 안팎으로 적다는 점도 큰 사유로 꼽힌다. 내부적으로는 낮은 사무관리 수수료를 받으며 옵티머스운용 등의 부실 펀드 리스크를 짊어지는 게 실효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판매사에 집중했던 펀드 사고 책임론을 사무관리사와 수탁사까지 확대하는 추세다.

◇자산운용·사무관리업계 '당혹'…예탁원 "운용사별 유예 가능"

예탁원의 결정을 두고 반응이 엇갈린다. 계약해지를 통보 받은 운용사들은 당장 난감해 했다. 펀드 이관 기간을 10월 말로 요청해 여유기간이 짧은 와중 대체 사무관리사를 급하게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1일 오전 계약파기 이야기를 전해듣고 당일 오후 공문을 받았다"며 "사무관리 위탁을 맡긴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모두 이날 계약해지 이슈를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협의에 의한 계약해지를 명시했지만 사실상 협의라기보다 계약해지를 해달라는 취지"라고 답했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계약해지에 대한 위약금 등은 고지받지 못했다"며 "보통 사무관리사를 옮기려면 반년 이상이 소요된다. 10월 말까지면 두달 남짓한 시간인데 그동안 펀드 데이터를 어떻게 이관해야할 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펀드 서비스사들도 급작스러운 생태계 변화를 우려했다. 신규 계약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 지가 걱정거리다. 급히 사무관리 계약을 맺었다가 부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염려다.

C 사무관리사 관계자는 "예탁결제원과 계약한 회사들이 부수적인 피해자가 됐다"며 "10월 1일자로 펀드 서비스 제도 개편이 있는데 시기가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예탁결제원과 거래 중이던 자산운용사들이 타 펀드 서비스사들에 위탁 여부를 문의 중"이라며 "타 사무관리사들이 예탁결제원 거래 자산운용사들을 얼마나 수용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의 연락을 받고 예탁결제원의 계약 해지 통보 사실을 알았다"며 "섣불리 나서기보다 신중하게 계약을 맺을 생각"이라고 했다.

또 예탁결제원이 전문 사모운용사와만 계약을 해지하고 지수연계펀드(ETF) 중심의 대형사와는 거래를 이어가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ETF의 경우 대형사와의 거래가 많고 수수료 수익도 나쁘지 않아 안고 간다는 의중으로 보인다"며 "전문 사모운용사도 같이 사무관리 서비스를 이행해 약자도 포용하는 업계 생태계가 필요한데 배려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예탁결제원은 일반 사무관리 서비스 해지를 요청했지만 자산운용사와 조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거래 자산운용사들의 준비 시간을 위해 빠르게 공문을 발송해 사전 고지가 어려웠다는 해명도 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공문은 발송했지만 10월 30일이라는 기간은 개별 자산운용사마다 협의를 통해 유예가 가능하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전문 사모운용사 펀드 서비스 중단이라기보다 펀드 서비스 전반에 대한 재정비"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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