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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매각, 그룹 신용도 회복 '전향점' [Rating Watch]거액 순손실 예상, 회계상 부담 불가피…지원 가능성 원천 차단

양정우 기자공개 2020-09-16 14:01:43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5일 06: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건설 매각은 두산그룹의 신용도를 전향적으로 바꿀 단초를 제공할 전망이다. 모회사 두산중공업이 확보할 매각대금도 유동성을 뒷받침하겠지만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적지 않다.

향후 거액의 당기순손실을 계상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이벤트다. 1조원 이상인 장부가를 감안하면 매각 이후 단번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룹의 재원을 끊임없이 흡수했던 두산건설을 매각하는 건 청신호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신용평가사는 현금흐름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보는 만큼 대규모 처분 손실보다 그 이면에 자리잡은 크레딧 변화에 무게 중심을 싣는다.

◇두산건설 매각, 처분손실 불구 신용도 호재

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과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 매각을 두고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격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은 차순위 인수 희망자와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이 줄다리기를 벌였던 매각가격(지분 100%)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이다.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 매각에 성공할 경우 당장 실적 부담이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장부가액(지분 100%)은 1조686억원으로 계상돼 있다. 매각가격을 3000억원으로 맞춰도 당기순손실이 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영업 전선의 호실적을 가정하더라도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는 게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크레딧업계는 두산건설 매각을 단순히 유동성을 확보하는 이벤트로 보지 않는다. 그룹이 전사적으로 매달리는 계열(단순 지분 포함) 매각, 자산 처분 등 다른 구조조정 작업과 동일선상에서 평가하지 않는다. 매각대금의 유입뿐 아니라 두산건설의 우발채무 등 잠재적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채상환능력인 신용도는 무엇보다 현금흐름이 판단의 중심축이다. 두산건설 매각이 손익계산서에 수천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잡히더라도 실제 현금 유출을 수반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건설 계열사로서 오랜 기간 축적한 조 단위 가치가 매각 시점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회계상 표현에 불과하다.

오히려 7000억원에 육박할 처분손실의 이면엔 더이상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의미가 자리잡고 있다. 물론 두산건설이 그룹에 끼친 악영향은 과거 멍에일 뿐이다. 앞으로도 과거처럼 때마다 뭉칫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시각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오랫동안 그룹의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위기의 빌미를 제공한 계열사였다. 크레딧업계에선 한층 더 보수적 관점에서 진단할 수밖에 없다. 두산건설을 향한 지원 가능성이 두산 주요 계열의 신용도에 감점 요인으로 반영돼온 이유다. 이 때문에 두산건설 매각은 기존 시각을 뒤바꿀 전향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 훈풍을 타고 두산중공업과 두산퓨얼셀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며 "이들 계열의 유증을 비롯한 구조조정 작업에 두산건설 매각까지 이어지면 신용도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풍력발전 등 신사업 절실…'유상증자·무상수증', 재무 개선 무게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두산중공업이다. 구조조정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그룹이 과거 신용등급을 되찾는 것도 두산중공업에 달려있다.

우선 인력 감축 등으로 공을 들여온 비용구조의 개선 효과는 하반기부터 드러날 전망이다. 다만 크레딧업계에서 펀더멘털 개선을 확신하려면 원자력발전 사업의 공백을 메울 신사업의 실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풍력발전 기자재, 가스터빈 등 신규 비즈니스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해야 한다.

재무건전성은 올해 말 큰 폭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데다 그룹 오너 일가가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무상증여하기로 했다. 두산퓨얼셀은 별도로 34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방침이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증은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단번에 뒤바꿀 전망이다. 단순 추산하면 별도기준 자본규모가 지난 2분기 말 2조8899억원에서 4조1899억원으로 껑충 뛴다. 유증 대금을 차입 상환에 투입하면 30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이 200% 아래로 낮아진다. 두산퓨얼셀 무상증여도 공시일자(지난 3일 종가) 주가 기준 5700억원 수준의 영업외수익을 안겨줄 이벤트다.

굳건했던 두산중공업의 신용도는 두산건설의 실적 하락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8년 두산건설은 당기순손실이 5518억원에 달했다. 진행 프로젝트의 원가를 조정한 동시에 일산 제니스 미수채권 등에 대손충당금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실적과 함께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이 부담을 안았다. 두산건설 보유 지분(당시 73.4%)에 대규모 손상(6387억원)을 인식하는 건 물론 최대주주로서 대규모 유증에 참여해야 했다. 그간 숨 가쁘게 두산건설을 지원해 왔다. 2013년 유증에도 참여했고 2016년엔 상환전환우선주(4000억원)를 취득했다. 2017년 디비씨(두산분당센터 신축사업 시행사)에 1094억원을 출자(부지 현물출자 포함)하면서 간접적 지원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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