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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비예금상품 규제, 헤지 목적 거래도 포함될까 은행권 "상품 자체가 원금보장 여부와 무관" vs 당국 "키코사태 재현 안돼"

이장준 기자공개 2020-09-22 07:51:12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1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에 위험회피(헤지) 목적 거래가 포함될 가능성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헤지 상품은 원금보장이 안 되는 상품으로 한데 묶어 일괄 규제하는 게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당국은 과거 키코(KIKO) 사태를 근거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과 은행권은 조만간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상품 판매 절차에 대한 공식적인 규제 외에 자율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있었다. 이에 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이 은행 비예금상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걸쳐 내부통제 기준을 꾸리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펀드류(類) 투자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를 어떻게 억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모범규준을 어긴다고 법적인 제재가 따르진 않으나 금융권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으로 통하는 만큼 오랜 기간 다양한 쟁점에 관해 논의했다.

핵심 논점은 원금 비보장 상품 판매 등 의사결정 시 임원이 중심이 된 협의체에서 매번 협의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이를 놓치지 않고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당국도 은행의 영업환경을 고려해 위험 정도에 따라 일부는 부서장 선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당국이 선물·환 등 헤지 목적 상품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여기 포함시켜 관리하려는 데 있다. 은행 측은 헤지 거래는 당국이 문제시하는 펀드상품과는 성격이 달라 원금 손실 여부를 따지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수출기업이 외국 기업과 거래하는 상황에 추후 외환이 들어올 것을 가정하고 기초자산을 미리 판매(환 헤지)한다. 환율이 떨어지면 거래액을 고정시킨 자산을 통해 손실을 메꿀 수 있다.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헤지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지만 들어오는 외환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에서 이를 메꾼다. 주로 기업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로, 개인의 원금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헤지 거래가 원금 비보장 상품으로 분류돼 모범규준 적용을 받으면 한도를 별도로 만들거나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판매 과정을 일일이 녹취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 고령자 등 위험군에 속하는 개인에게 펀드를 팔 때 지켜야 하는 절차를 기업들에 똑같이 적용해야 해 상품 접근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헤지 거래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고 몇 차례 건의했으나 이를 반영하지 않고 확정 지으려는 분위기"라며 "고객 보호라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주 타깃은 펀드 관련 투자상품인데 파생상품이라는 이유로 함께 묶여 난감하다"고 말했다.

당국도 은행 측 지적이 일리 있다고 받아들이면서도 과거 키코(KIKO)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키코는 약정환율의 상하한선을 정한 후 결제 시점의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이 달라지는 파생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화가치가 급변하며 기업과 은행들이 대규모 손실을 봤다.

은행 측은 키코 사태 이후 이미 자본시장법상 은행 간 실적을 공유하는 등 여러 제한이 생겼다고 반박한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기업 투자자들은 헤지 목적 거래만 할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간 펀드는 몇 번 위기를 맞았지만 키코와 비슷한 유형의 상품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며 "만약 모범규준에 헤지 목적 거래도 포함된다면 기업에 한해 완화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금 비보장 상품 중 특정 상품에 대해 제외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느냐가 달린 문제인 만큼 당국 입장에서 양보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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