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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일본법인, 20년 자본잠식 어떻게 버텼나 수차례 증자·감자 '반복', 지급보증·대여거래로 수백억대 지원

최은진 기자공개 2020-09-28 12:06:00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3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샘이 20년간 자본잠식 상태인 일본법인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며 유지하고 있다. 일본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경영판단에도 불구하고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대여금 및 지급보증은 물론 증자 및 감자 등을 수차례 활용하며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지원했다. 2007년부터는 오너 및 경영진 지배력 내로 편입해 운영했지만 역시 한샘의 지원이 투입됐다.

한샘이 일본법인(HANSSEM INC.)을 만든 건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5월 'HANSSEM JAPAN'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오사카에 부엌가구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한샘이 출자하며 설립됐다. 한샘의 주방가구를 일본에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했다.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된 건 2002년이다.

설립 당시 투자금액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과거 공시를 살펴보면 지분 50%를 약 3억원 가량에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50%는 오너일가 등이 확보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샘은 일본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서서히 높여갔다. 2001년에 4억5000만원, 2002년 7억3200만원을 투자해 지분율을 77.5%까지 늘렸다. 장부상 취득금액은 약 30억원으로 반영 돼 있다. 지분 취득 및 수차례 증자 참여로 취득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샘은 2007년 당시 종속기업이던 한샘이펙스에 돌연 지분 전량을 넘겼다. 한샘이펙스는 한샘 외 다른 주주에게 매입한 지분까지 총 85.81% 지분을 취득했다. 매매금액으로 장부에 반영한 금액은 24억원이었다.

한샘이펙스는 한샘이 3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과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 오너 및 주요경영진들이 지분 70% 이상을 보유한 회사였다. 오너 및 경영진이 직접 관리하는 회사로 일본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이전한 셈이다.


이후 한샘이펙스는 일본법인에 대한 지분율을 점차 확대하며 2014년 100%를 취득하게 됐다. 최 전 회장이 퇴임한 지난해 말까지 이 상태가 유지됐다. 올 초 한샘이펙스가 최 전 회장 체제로 전환되고 한샘과 계열분리가 이뤄지면서 일본법인은 한샘넥서스로 또 한번 지배력이 변경됐다. 현재 일본법인은 한샘의 종속기업 한샘넥서스의 자회사로, 한샘 입장에선 손자회사격이다.


하지만 일본 내 입지를 넓히기 위해 설립한 일본법인은 재무적으로 상당히 부진한 상황에 놓여있다. 2003년 시작된 자본잠식은 최근까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0년간 누적된 순손실 규모는 170억원이다.

일본 주요 건설업체에 부엌가구를 납품하면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해 적자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 규모는 351억원에 달한다.

특이한 점은 한샘이 일본법인에 대한 구조조정 등은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계속 유동성을 지원하며 명맥을 유지시키는 데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제대로 돈도 벌지 못하는 법인을 유지할 특별한 배경이 있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한샘은 수익성이 창출되지 않는다고 해서 발을 빼기엔 아쉬움이 남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차가 단연 우세하는 일본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철수하지 않고 계속 공략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차례 수십억원씩 증자를 하고 수백억원의 지급보증 및 대여금 거래를 했다는 점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2000년부터 한샘이펙스로 지배력이 넘어간 2007년까지 자본금은 약 32억원이 늘었다. 그럼에도 자본잠식은 해결되지 않았다.

증자 이후 쓴 방책이 지급보증이다. 한샘 뿐 아니라 당시 종속기업인 에펙스산업 등도 일본법인에 지급보증을 섰다. 전체 한도는 당시 환율을 감안하면 총 120억원 정도다. 한샘 뿐 아니라 계열사들까지 전방위로 나서 일본법인 살리기에 몰두했다.

일본법인을 한샘이펙스에 넘긴 2008년엔 무상감자가 진행됐다. 전체 주식수 가운데 절반 가량이 줄었다. 이듬해엔 수십억원의 유상증자를 했다. 이를 통해서도 약 100억여원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지급보증도 90억원 한도로 추가 지원했다.


한샘이펙스에 지배력이 넘어갔다고 한샘의 지원이 끊겼던 것도 아니다. 한샘은 약 10억원 가량의 지급보증을 섰고 40억원 안팎의 채권거래를 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한샘 연결기준으로 일본법인에 잡혀 있는 채권은 총 130억원 규모다. 대여금도 약 93억원 정도다. 이렇게 20여년간 일본법인에 지원한 금액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감자 및 증자를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 뒤 손실처리하고 지급보증 및 대여금을 통해 현금을 대주는 방식으로 일본법인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고스란히 한샘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졌지만 전략엔 변함이 없었다.

오너 및 주요경영진의 지배력 하에 감춰져 있던 법인으로 지속적인 출혈 발생에도 현재 한샘은 여전히 지원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일본시장은 일본 특유의 주거문화 때문에 자사 상품의 공략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철수할 수도 없다"며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지만 의미가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유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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