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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그림자경영 명암]무늬만 비상경영위 체제? 이원태 부회장 역할은비상장 계열사 미등기임원, 의사결정 권한없어…외부 인사 영입도 미이행

박상희 기자공개 2020-09-25 08:32:40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2일 15: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 지난해 3월 말 전격 퇴진 의사를 밝혔을 때 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사진)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이하 비상경영위) 체제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현재도 비상경영위 체제 하에 있다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그룹 측 설명과 달리 이후 비상경영위는 눈에 띄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특히 박 전 회장을 대신해 비상경영위원장을 맡게 된 이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금호고속이나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하겠다는 계획도 실현되지 않았다.

◇박삼구 회장 퇴진으로 재소환 된 이원태 부회장

박 전 회장은 지난해 3월29일 전격적으로 경영 퇴진 의사를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 전 회장이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이 퇴진 의사를 밝힌 날은 금호산업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된 날이었다. 당초 금호산업 주총 안건 가운데 '이사 선임의 건'에는 박 전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하지만 이날 박 회장이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금호산업은 서재환 사장을 재선임하고, 박홍석 전략경영실장(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금호산업의 사내이사는 기존 조완석 경영관리본부장(전무)을 포함해 3명으로 구성됐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최대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인물은 그룹의 핵심 경영진이라고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박 회장의 퇴진으로 그룹의 경영을 총괄하게 된 이 부회장이 금호산업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상근고문으로 물러난만큼 새로운 등기임원으로 진입하기보다는, 미등기임원으로서 경영에 관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부회장은 금호산업의 등기이사는 물론 미등기임원으로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비단 금호산업 뿐만 아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계열사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금호고속,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에어포트, 금호리조트, 아시아나세이버, 금호티앤아이 등에서 이 부회장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비상장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면서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부회장 직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등기임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베일에 싸인 이원태 부회장 소속…비상경영위 역할론 '의문'

1945년생인 이 부회장은 중앙고,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금호석유화학으로 입사해 금호타이어와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거쳤다. 2010년 1월 대한통운 사장에 임명됐다 이후 대한통운이 CJ그룹에 매각되면서 2012년 그룹 상근고문으로 물러났다. 2015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은 2012년 그룹 상근고문으로 물러난 이후 비상장 계열사에 적을 두고 있다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설명이다. 다만 해당 계열사가 비상장사인데다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어 이 부회장이 소속된 조직은 베일에 싸여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속한 계열사가 금호고속이나 금호산업은 아니다"면서도 "정확히 어느 계열사에 몸담고 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박 전 부회장을 대신해 비상경영위원장을 맡게 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경영에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가 아닐뿐만 아니라 소속된 계열사가 금호고속이나 금호산업처럼 그룹 지배구조 상 중요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상경영위에는 이 부회장 뿐만 아니라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 박홍석 그룹 전략경영실장, 윤병철 그룹 전략경영실 상무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전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현재 금호산업 소속이다. 금호산업 뿐만 아니라 복수의 계열사에 사내이사와 감사 등으로 등재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원태 부회장을 경영위원장으로 내세운 것은 갑작스런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 퇴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급조된 카드였을 것"이라면서 "비핵심 계열사의 미등기임원인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의사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3월 비상경영위 체제 가동과 함께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유야무야 상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전 회장이 물러난 직후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본격화됐다"면서 "핵심 계열사 매각 결정으로 그룹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굳이 외부에서 회장을 영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같은 일련의 행보를 볼 때 박 전 회장의 영향력이 이어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비상경영위원장인 이원태 부회장은 실질적인 경영 권한이 없고 외부 회장 영입은 무산됐다"면서 "박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측근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비상경영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비상경영위에서 그룹 경영의 주요 현안들을 검토한다"면서 "비상경영위를 거친 후에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결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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