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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BBB' 활로가 안 보인다 [thebell note]

이지혜 기자공개 2020-09-28 14:20:03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4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기는 가장 약한 고리부터 파고든다. 공모채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BBB급이 무너졌다. 올 들어 현재까지 BBB급 이하 회사채 비중은 1%대에 머문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에 가까웠던 점을 고려하면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인과론과 낙인론. 투자은행업계에 BBB급의 위기를 묻자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열심히 발행하던 BBB급 발행사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타격을 받았잖아요.” “가뜩이나 투자자도 적은데 BBB급은 싸잡아 위험하다는 낙인이 찍혔으니까요.”

언뜻 다른 듯 했지만 두 관측 모두 통하는 데가 있었다. 최근 몇 년간 BBB급 공모채 시장에서는 두산과 한진그룹이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수의 대기업에 의존하다보니 이들이 위기를 맞았을 때 시장까지 흔들렸다. BBB급 투자자층은 가뜩이나 얕은데 투자지침까지 더 보수적으로 변했다. 악순환의 굴레가 생겼다.

갈 곳 잃은 BBB급 발행사는 간접금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사모채 시장으로 숨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보증기금의 P-CBO,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등을 활용했다. 이런 사례는 그나마 다행이다. 회사채 시장을 교란하는 장기CP까지 기승을 부렸다.

문제는 활로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BBB급 공모채를 위한 정책은 사실상 한 가지뿐이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BB급 이상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매입하기 위해 7월 중순 출범했다. BBB급은 KDB산업은행이 인수단에 참여해 미매각분을 우선 인수해주는 방향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시적 운영인데다 미매각이 발생했을 때 발행사의 부담도 적지 않다. BBB급 공모채는 원래 금리가 높은데 미매각이 생기면 수십bp의 잔액인수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이일드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까지 일몰을 앞두고 있다. 하이일드펀드는 전체 자산의 45%를 BBB급 이하인 비우량채권으로 채우는 대신 공모주 전체 물량 중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데 이런 혜택이 올해 말 폐지된다.

한 IB 관계자는 BBB급 공모채의 수요예측을 마치고 난 직후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끝날 것을 우려해 투자심리가 더 얼어붙었다”고 씁쓸해했다.

회사채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진 전망이 무색하게 사상 최대 발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그러나 AA급 이상에 한정된 특수다. BBB급은 고사 직전에 몰렸고 A급도 더욱 위축됐다.

버퍼노릇을 하던 BBB급이 없으면 A급 투자까지 기피된다. 몸통이나 다름없는 A급까지 약해지면 시장에도 탈이 난다. 조달의 양극화는 결국 기업과 경제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너무 뻔해서 입 아픈 얘기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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