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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달러채 복귀전 성황…견고한 위상 입증 [Deal Story]비금융 공기업 최초 0%대 쿠폰 달성…실적·섹터 우려 불식, 한국물 호조 지속

피혜림 기자공개 2020-09-25 14:38:30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4일 16: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석유공사가 3년만에 공모 달러채 발행에 나서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딜 오픈 후 1시간여 만에 발행금액 이상의 주문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기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국내 비금융 공기업 최초로 달러채 5년물 쿠폰금리를 0%대로 끌어내리는 쾌거도 이뤘다.

실적과 산업 섹터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 준국채(Quasi-Sovereign Bond)라는 위상 속에서 한국석유공사는 한국물(Korean Paper) 시장 호조를 이어갔다. 꾸준한 스위스프랑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유럽 기관과 견고한 관계를 다진 결과 유럽·중동의 투심이 돋보였다. 앞서 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이 외화 장기물 조달에 나서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한 점 역시 흥행을 뒷받침했다.

◇석유공사, 달러채 발행대열 합류…탄탄한 투심 확인

한국석유공사는 내달 5일(납입일 기준) 7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한다. 한국석유공사는 트랜치(tranche) 5년물과 10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나눠 각각 4억달러, 3억달러씩 조달한다. 이달 23일 진행한 프라이싱(pricing)에서 22억달러 규모의 주문을 확보한 결과다.

한국석유공사가 글로벌본드 시장을 찾은 건 2017년 이후 3년만이다. 한국석유공사는 과거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달러채 조달에 나서 공기업 대표 빅이슈어(big issuer)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하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이종통화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달 21일과 22일 이틀간 비대면 로드쇼를 진행해 글로벌본드 복귀전의 신호탄을 쐈다. 로드쇼를 통해 한국석유공사는 투자자의 굳건한 신뢰를 확인했다. 적자 실적과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온 데다 최근 오일 섹터에 대한 불안감이 꾸준하지만 준국채 지위에 힘입어 로드쇼 당시부터 글로벌 기관의 관심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견조한 투심은 프라이싱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프라이싱 당일 딜을 개시한 지 1시간여 만에 발행금액 이상의 주문이 몰렸다. 아시아와 유럽, 미국 시장에서 집계된 주문 금액은 22억달러에 달했다. 프라이싱 당일 나스닥 하락 등으로 미국 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아시아와 유럽의 견조한 수요로 흥행에는 무리가 없었다.

◇유럽·중동 비중 눈길…꾸준한 역내 조달, 흥행 뒷받침

실제로 5년물 채권의 대다수를 가져간 건 유럽·중동이었다. 통상적으로 한국물 딜의 경우 아시아가 70% 이상의 물량을 배정받지만 한국석유공사 5년물 채권만큼은 유럽·중동의 비중이 가장 컸다.

유럽·중동이 49%를 배정받아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가져갔고 뒤를 이어 아시아와 미국이 각각 39%, 12%를 가져갔다. 10년물의 경우 아시아와 미국, 유럽·중동 비중은 각각 60%, 21%, 19%였다.

연이은 스위스프랑채권 발행으로 역내 기관들과 견고한 관계를 쌓은 점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석유공사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매년 해당 채권 발행에 나서 스위스 기관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아오고 있다. 이번 딜에도 스위스 기관이 대규모 주문을 넣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한국물에 관심을 갖는 중동 기관들이 늘어난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국가 신용등급 기준 AA급 우량 크레딧에 힘입어 한국물의 위상이 달라지자 중동 지역에서 가져가는 물량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최저 쿠폰금리 경신…한국물 호조 이어

투심에 힘입어 한국석유공사는 국내 비금융 공기업 최초로 5년물 쿠폰금리를 0%대로 끌어내렸다. 5년물과 10년물 쿠폰금리는 각각 0.875%, 1.625%다. 10년물 역시 역대 비금융 공기업 중 가장 낮은 쿠폰금리에 해당한다.

스프레드는 5년물과 7년물 각각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금리에 70bp, 100bp를 가산한 수준이다. 당초 한국석유공사는 이니셜가이던스(IPG)로 5년물과 10년물 각각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110bp, 130bp 가산한 수준을 제시했다. 투심에 힘입어 스프레드를 IPG 대비 최대 40bp가량 절감한 모습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석유공사는 이종통화 조달에 앞장섰다. 올 4월 한국석유공사는 2억달러 규모의 스위스프랑채권을 찍어 자금을 마련했다. 코로나19와 유가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높아졌으나 스위스프랑 시장을 공략해 무난히 조달에 성공했다.

다만 최근 달러채 호조가 지속되자 글로벌본드 시장을 다시 찾은 것으로 보인다. 달러채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한 차례 출렁인 이후 빠른 회복세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의 10년물 달러채 발행으로 장기물 벤치마크 금리가 형성된 점도 긍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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