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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I프라이데이스 매각의 함의

김일문 M&A 부장공개 2020-10-12 07:40:57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8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가 패밀리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를 매각한다. 장사가 안되는 곳은 제외하고 그나마 돈을 버는 매장만 골라 팔 계획이지만 시장에서는 매물 가치가 100억원도 채 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입장에서는 쓸모 없어진 외식 브랜드를 용도폐기 하는 셈이다. 2002년에 인수했으니 20년 만에 씁쓸한 작별이다.

90년대 초중반부터 국내에 상륙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다수의 브랜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당시엔 이같은 미국식 음식점이 생소했던 탓에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넘쳐났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점차 사라지더니 현재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시즐러, 베니건스, 스카이락, 마르쉐 등은 이제 추억이 돼 버렸다.

대수로울 것 없어 보이는 TGI프라이데이스 매각을 눈여겨 봐야 할 이유는 단지 이제 곧 역사속으로 사라질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에 대한 아쉬움 때문만은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대중의 입맛은 끊임없이 변하고 유행에 뒤처지면 사멸하기 마련이다. 사실 TGI프라이데이스도 롯데의 그늘 아래에서 그나마 흔적처럼 남아있었을 뿐 소비자들의 기억에서는 잊혀진지 오래다.

감수성이 충만한 이들이라면 한때 인기를 끌었던 레스토랑의 퇴장에 못내 아쉬움을 느끼겠지만 TGI프라이데이스 매각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롯데그룹의 근간이었던 부동산 비즈니스의 균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국내 최대 유통회사인 롯데는 그 동안 알짜배기 부동산에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쏟아넣고 사람들의 소비를 유도해왔다. 독자 매장보다는 롯데가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아울렛에 주로 입점한 TGI프라이데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화관 상당수가 롯데의 유통점포에 들어가 있는 롯데시네마 역시 마찬가지다. 콘텐츠 서비스 자체가 사업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유통 매장과의 시너지를 위한 측면이 컸다. 결국 한 공간에서 식당과 영화관, 마트를 통해 먹고 마시고 즐길거리를 제공해 온 것이 롯데의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전략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집객의 요소들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들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줄 다양한 대체재가 쏟아지면서 롯데는 이제 더 이상 오프라인 플랫폼으로서의 지위가 예전같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 TGI프라이데이스 매각은 이러한 트렌드 변화의 결과물이다. 오랜 기간 자신만의 부동산 제국을 만들었던 롯데의 단단한 옹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유통 공룡 롯데가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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