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0월 13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반기 사모펀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올해 국정감사의 주제도 짐작이 갔다. 슬픈 예감은 늘 틀리지 않는지 이번 정무위 국감의 스타는 역시나 사모펀드다. 12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사모펀드 국감'의 예고편이 나왔다. 하이라이트는 13일로 예정된 금융감독원 국감이다. 금감원의 국감 준비자료에서 짐작할 수 있듯 라임과 옵티머스 환매 중단의 책임을 빽빽하게 물을 가능성이 높다.윤석헌 원장의 첫 정무위 국정감사가 떠오른다.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와의 전쟁'을 언급했던 윤 원장은 해당 발언 때문에 진땀을 뺐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구제를 추진하고 종합검사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날 정무위는 언제나 그랬듯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정무위 종결이 선언되자 윤 원장은 책상 아래로 작게 박수를 쳤다. 바닥에 앉아 타이핑을 정리하다 포착한 찰나의 순간이었다. 행사의 마무리마다 기념 박수를 치던 관성이 남아 했던 행동이지만 '금감원장도 질타는 두렵고 질의의 끝은 반갑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인간적인 면모였다. 오래 기억에 남았다.
매년 정무위 국감 현장을 취재할 때마다 실무진의 하소연을 들었다. '장(長)'급이 마이크 앞에 끌려가 뭇매를 맞을 때마다 "어떻게 실무 하나하나를 다 파악하느냐"는 한숨이다. 볼멘소리는 금융사와 금융당국을 가리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장군의 책임과 사병의 역할은 다르다.
하지만 금감원은 금융사를 책망할 때만큼은 이 말을 잊는 듯하다. 펀드 사고를 바라보는 눈은 특히 그랬다. 책임을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에 묻더니 질책의 수위도 거세졌다. 판매사의 선보상을 바라던 금감원은 이제 투자금 전액을 배상한다는 판매사의 결심에도 대표이사 징계를 예고했다. 정직은 물론 앞으로 금융권 취업도 제한되는 '직무정지'다. 징계 근거가 아직 법적으로 명료하게 갖춰지지 않은 내부통제 부실이라는 점은 뒷맛이 쓰다.
금감원의 지난 몇 해를 돌이켜보면 금융사만큼이나 과오와 실책도 많았다. 오랜 기간 소비자보호를 강조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사모펀드로만 범위를 좁혀보면 낙제점이다. 하지만 금감원장에게 '내려오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역시 장군의 책임과 사병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장에 나서는 장군의 책임이 사병의 칼날 하나하나를 점검하는 일보다 전략을 수립하고 사병을 이끄는 데에 발휘되듯 패했을 때는 사병을 다독이고 패배의 뒷수습을 하는 것이 장군의 몫이다.
2018년의 첫 국감을 마무리하고 금감원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금감원장으로서의 책임과 자리의 무게, 그리고 금감원장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정책들을 떠올렸을 테다. 금감원장이 책상 밑 박수를 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뭇매를 맞았을지언정 금감원장으로서의 앞으로를 준비할 수 있어서였다. 책상 밑 박수를 치던 감회를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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