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CJ, 대그룹과 첫 '지분스왑'…왜 네이버일까 삼성서 분가 후 첫 외도, 사업구조 혁신 물꼬 기대

최은진 기자공개 2020-10-16 08:06:45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4일 18:5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그룹이 국내 대그룹과 지분스왑을 한 건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이후 한차례도 없었다. 지역 케이블 사업을 할 당시 일부 중소업체들과 지분 거래를 한 전력은 있지만 그룹 차원으로 빅딜을 단행한 적은 없었다. 다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방법은 주로 지분 매각 또는 매입하는 형태였으며 스왑은 논의대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갑작스런 네이버와의 지분스왑 발표는 재계서나 CJ그룹 내부적으로나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 대상이 네이버이고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이 CJ그룹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CJ그룹과 네이버는 사업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스왑 거래를 논의하고 있다. 일단 지분스왑 대상으로 거론되는 CJ그룹 계열사는 CJ대한통운·CJENM·스튜디오드래곤 3곳이다. 이들 계열사의 지분을 네이버가 취득하고 반대로 이들 계열사들 혹은 CJ㈜가 네이버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다. 취득규모 및 방법, 시기 등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

CJ그룹 모태인 CJ제일제당은 1993년 6월 삼성그룹으로부터 지분스왑 방식으로 분가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 CJ그룹 경영고문에게 제일제당 지분을 주고, 삼성그룹은 손복남 고문의 안국화재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분가가 이뤄졌다.

분가 후 CJ그룹은 지분스왑 방식을 그다지 활용하지 않았다. 중소 케이블TV 자회사 지분을 일부 중견기업과 거래한 것 외에 그룹에 회자될 정도의 빅딜은 없었다. 최근 CJ ENM이 넷플릭스와의 파트너십을 위해 스튜디오드래곤 지분을 매각했던 적은 있지만 지분스왑이 아닌 단순 매각이었다.

CJ그룹은 그간 특정 사업이 필요하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하는 전략을 펼쳤다. 타그룹과 제휴하거나 공동경영하는 방식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사업의 전권을 쥘 수 있는 전략을 활용해 왔다.

이를 비춰볼 때 이번 빅딜은 CJ그룹이 그간 활용하던 전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연장선에서 양사간 빅딜은 네이버의 타진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맹렬히 추격하는 카카오를 따돌리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해왔고 그 대안으로 국내외 대그룹과 파트너십을 맺는 전략을 활용했다. 네이버 입장에서 직접 하기 어려운 사업들을 국내외 대그룹들로부터 수혈받는 방식이다. '네이버 이해진이 대그룹 총수 누구를 만났다더라'라는 말이 금융투자업계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미래에셋대우와 지분 맞교환을 통해 금융역량을 강화했고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와 합작사를 만들어 일본사업을 공동경영 하고 있다. 대그룹과의 파트너십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분을 활용하는 전략을 썼다. 업계는 이번 빅딜이 네이버가 판을 짜고 CJ그룹이 화답하며 거래가 성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CJ그룹이 그간 활용하지 않던 지분스왑 전략까지 써가면서 네이버와 첫 맞손을 잡게 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CJ그룹이 갖고 있지 않는 DNA를 네이버가 갖추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CJ그룹은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와 이에 대한 성장성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유통에 대한 고민이 심각하다. 콘텐츠나 상품을 '제조'하는 역량이 뛰어나지만 이를 마땅히 유통시킬 창구가 없다는 우려에서다.

콘텐츠 측면에서 보자면 자체 TV 채널과 영화관 등을 소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그다지 선호되는 창구가 아니다. 심지어 CJ CGV의 경우 끊임없이 매각설이 돌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식품 등 상품영역으로 보더라도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언택트 시대에 한계에 직면했다.

결국 '물류-콘텐츠·상품제조' 포트폴리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유통'에 대한 갈증을 네이버라는 플랫폼 강자를 통해 해갈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쇼핑 뿐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인 만큼 CJ그룹 입장에선 더할나위 없이 필요한 파트너다. 정통적인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혁신의 물꼬를 틀 기회로도 기대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CJ그룹이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서 신규 사업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상당부분 해소했다고도 볼 수 있다. CJ그룹은 현재 캐시카우 사업과 성장 사업을 분류하고 구조조정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성장 동력이 될만한 아이템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재원이 부담이다.

2018년 말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 생산 유통업체 슈완스에 대한 교훈이 뼈 아팠다. 그러나 지분스왑을 활용하면서 신사업 추진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부담을 상당히 낮출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빅딜은 표면적으로는 'CJ대한통운·CJ ENM·스튜디어드래곤' 3사의 이슈이지만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는 지주사인 CJ㈜가 지휘하고 있다. CJ㈜ 최은석 경영전략 총괄 부사장을 주축으로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 고위 임원은 "네이버와의 빅딜은 소수만 알고 있는 건으로 지주와 대한통운 등 관련 계열사 일부 경영진이 지휘하고 있는 건"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CJ그룹 관계자는 "다른 대그룹과 지분스왑 거래는 그간 없었던 이례적인 딜로 네이버와 거의 처음이라고 보면 된다"며 "콘텐츠 등의 시너지를 위해 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27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이현중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3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