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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해외투자 초석 닦는 17년차 전문가 스틱 이경형 본부장투자1본부 좌장…국내 기업과 동반자 관계 지향

김혜란 기자공개 2020-10-26 10:05:48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3일 13: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 투자1본부를 이끄는 이경형 본부장은 스틱에서만 15년을 보낸 '터줏대감'이다. 스틱이 처음 사모투자펀드(PEF) 투자 조직을 만들 때 영입된 뒤 투자1본부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스틱의 역사를 함께 써내려간 중추적 인물이다.

2016년에는 투자1본부의 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투자1본부는 스틱 내에서 가장 역동적인 조직이다. 국내 PEF 운용사 중 최초로 역외펀드를 만들었고, 다른 운용사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한 해외 투자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왔다. 올해엔 인도에서 첫 투자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수장인 이 본부장이 앞장서 팀원 6명과 함께 일궈낸 기록들이다. PEF 운용사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투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스틱의 글로벌화'를 이끈 원동력이 됐다.

◇성장스토리: 스틱에서 성장한 베테랑…해외투자 선구안 탁월

이 본부장은 2003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KTB네트워크에 입사하며 투자업계에 발을 디뎠다. 당시 벤처캐피털(VC)들 사이에서 M&A(인수·합병) 펀드를 만드는 것이 인기였는데, 이 본부장에게 M&A펀드 기획·운용을 맡을 기회가 주어졌다. 정보통신부가 IT(정보·기술) 중소·벤처기업의 M&A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IT M&A펀드의 첫 위탁운용사로 KTB네트워크가 선정되면서다.

당시 정보통신부는 스틱의 전신인 VC 스틱IT투자에도 위탁운용을 맡겼다. 이때 경쟁사로 만난 스틱은 이 본부장의 실력을 눈여겨 봤다.

2000년 중반은 국내에서 PEF 운용사들이 태동하던 시기다. 2004년 법률 개정으로 국내 CRC 회사들이 PEF 운용사로 탈바꿈하기 시작했고, 스틱도 내부에 PEF 조직을 갖추고자 인재를 물색했다. 스틱은 PEF 투자 전담 부서를 처음 꾸린 2006년 이 본부장을 영입했다. 그해 스틱은 사우디국영상업은행(NCB)에서 1억5000만달러를 출자받아 역외펀드 '오릭스스틱코리아테크놀로지펀드(오릭스펀드)'를 조성했다. 투자1본부의 전신인 PE본부의 첫 블라인드펀드였다.

이 본부장은 차장으로 입사해 당시 본부장이었던 곽동걸 현 대표의 지휘 아래 오릭스펀드의 운용·관리를 맡았다. 2009년엔 2호펀드 '스틱코리아신성장동력첨단융합사모투자전문회사(신성장동력펀드)'가 출범했다.

이 본부장은 2호펀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포트폴리오로 MDS테크놀로지를 꼽는다. MDS테크놀로지는 당시 스틱 입장에선 규모가 꽤 큰 550억원규모 바이아웃 딜이었다. 이 본부장은 기업가치 제고 작업에 각별히 열정을 쏟았다. 신사업 진출, 기업체질 개선, 볼트온 인수 등을 통해 외연을 확장했다. 엑시트 성과도 우수했다. 인수한 지 4년만인 2014년 한글과컴퓨터에 회사를 매각하며 내부수익률(IRR) 23%를 기록했다. 이 본부장 입장에선 투자기업의 밸류업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이 본부장은 2013년 결성한 스틱프라이빗에쿼티펀드3호(PEF3호)를 통해선 세계 1위 자동번역기업 프랑스 시스트란(Systran) 공동인수를 성사시켰다. 스틱이 토종 PEF의 한계를 뛰어넘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딜이었다.

3개 펀드의 운용역으로 활약하면서 이 본부장은 승승장구했다. 2년 마다 거르지 않고 승진을 거듭했다. 2016년엔 곽 대표, 배선한 베트남 겸 인도네시아 사무소장의 바통을 넘겨받아 투자1본부장 자리에 오른다. 총 11명인 스틱의 파트너 중 한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 본부장이 수장으로서 펀드 전략 수립에서부터 자금 모집까지 모두 책임진 4호 블라인드펀드가 2018년 탄생했다. 이때부터 1본부는 하나 둘, 해외 현지기업 투자 성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국내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해외진출 동반자 자임

기업과 PEF는 과거처럼 거래 상대방으로만 만나지 않는다. 이 본부장은 PEF가 기업과 협력관계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국내 기업들과 협업 수준을 어떻게 높일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무작정 해외 투자에서 실적을 올리는 식의 투자를 지양한다. 국내 그로쓰캐피탈(성장기업 투자)과 바이아웃도 1본부의 주요 투자전략 중 하나다. 다만 국내 기업 중에선 해외 진출을 많이 하는 기업을 찾고, 해외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과 사업적 연결고리가 있는 현지기업에 주목한다. 유망한 투자섹터로는 정보통신기술(ICT), 헬스케어, 농업, 핀테크 산업을 꼽는다.

PEF가 확보한 해외 딜 파이프라인은 해외에서 투자처를 찾는 국내 기업에도 유용한 리소스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PEF 운용사가 해외 네트워크와 투자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투자기업의 해외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스틱이 우선 해외 시장에서 투자 경험을 축적하고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 스틱의 해외 시장 개척사는 국내 기업과 보폭을 함께 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스틱의 방대한 인프라다. 1본부는 스틱의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무소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화상회의를 진행해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한다.

◇트랙레코드1: 기록적인 골프존 투자, 탁월한 선구안으로 과감한 베팅

이 본부장이 깊게 관여한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 투자 건은 지금까지도 스틱의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2008년 오릭스펀드 투자처로 골프존을 점찍었다. 하지만 실제 투자 집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스크린골프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던 때였다.

스틱 내부에서 스크린 골프 산업에 대한 전망을 두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스크린골프는 필드골프를 대체할 수 없고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란 부정적인 평가가 팽팽하게 맞섰다. 이 본부장 생각은 달랐다. 게임처럼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아 갈 것이라고 판단했고, 골프존이 보유한 기술력은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스크린골프 대중화 바람을 타고 골프존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굳건했다. '골프 인구'들이 필드보다 저렴한 스크린골프장을 찾았다.

골프존은 2011년 1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으로 코스닥 시장에 안착했다. 스틱이 골프존에 처음 투자할 때 산정한 밸류에이션은 1000억원으로, 3년 만에 기업가치가 무려 10배 성장한 셈이다. 스틱은 2012년 3월까지 몇 차례에 걸쳐 엑시트를 단행, 최종적으로 IRR 78%, 멀티플 4배 수익을 올렸다. 이 본부장의 남다른 투자감각과 탁월한 선구안이 빛을 보며 조직에서 점차 중추로 자리를 잡아갔다.


◇트랙레코드2: 중국, 베트남 투자 이어 인도 시장 개척 성과

2018년 5월 결성 완료한 1본부의 4호 블라인드펀드 '팬아시아4차산업그로쓰캐피탈'(3170억원)은 이 본부장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투자1본부 수장에 오른 뒤 처음 조성한 것이자 대표 펀드 매니저로 이름을 올린 첫 펀드이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의 투자전략을 수정해 해외 그로쓰캐피탈 투자에 집중하기로 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찾는다는 그림을 그렸다. 글로벌 PEF처럼 해외 네트워크가 많지 않은 토종PEF 운용사로서는 '도전'에 나선 셈이다. 결과적으로 팬아시아펀드는 결성 2년 만에 80%가량 소진하며 순항하고 있다. PEF3호의 경우 국내투자 비중이 80%였는데, 반대로 4호는 해외투자 비중이 80%에 달한다.

4호의 투자 목록을 들여다보면 생소한 기업이 많다. 중국 농업회사 조이비오, 베트남 치하(새끼새우) 생산업체 비엣UC푸드, 인도 배달업체 던조, 인도 병원체인 사히아드리 병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투자한 클라우드 관리기업 뉴베리글로벌(1000만달러)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본부장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초기단계 해외 기업을 발굴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데 실력을 보여줬다. 스틱의 첫 인도 투자처였던 던조의 경우, 지난해 10월 스틱 투자 이후 구글이 후속 투자자로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스틱 투자 시점보다 밸류에이션이 무려 1조원 높아졌다. 뉴베리글로벌 역시 올해 들어 SK텔레콤이 투자자로 참여하며 기업가치가 크게 뛰었다.

1본부는 이 본부장 지휘 아래 해외투자 전략을 고도화해왔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해외 PEF 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국내 기업과의 공동 투자하는 형태로 해외 투자에서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히아드리병원 투자 건의 경우 스틱의 투자금은 1000만달러지만, 에버스톤 캐피탈(Everstone Capital) 등 해외 PEF와 어깨를 나란히 해 완성시킨 1억달러규모 공동 바이아웃 딜이란 점에서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조이비오의 경우 SK그룹과의 공동투자로 PEF업계에서 주목받았다.

◇업계 평가: 글로벌 PEF 시장에 대한 이해 '탁월'…부드러운 리더십 소유자

구조조정 전문 PEF 운용사 에버베스트파트너스 구본용 대표는 이 본부장에 대해 "PEF업에 대해 누구보다 탄탄한 백그라운드를 가졌다"고 평가한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있던 이 본부장을 투자 업계로 처음 이끈 인물이 구 대표다.

2000년 초반 정보통신부는 국내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VC를 육성하는 정책을 폈는데, 연구원이었던 이 본부장도 자연스럽게 VC를 연구하게 됐다. 구 대표는 "PEF 시장이 형성되기도 전인 2000년 초반, 이 본부장은 미국 PEF 시장과 선진 투자기법에 꿰고 있었다"며 "꼭 뽑아야 할 인재라고 생각해 '삼고초려' 끝에 KTB네트워크에 영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온화한 성품을 가진 데다 투자업을 오랫동안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인 네트워킹 능력은 천부적"고 덧붙였다.

스틱의 곽대환 대표는 "이 본부장은 그로쓰캐피탈 투자분야에서 상당한 업력이 쌓인 베테랑"이라며 "본부원들도 그런 이 본부장을 잘 따른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팬아시아2호펀드 출격 준비…해외투자 '도전과 개척' 현재진행형

스틱 투자1본부가 해외 투자를 본격화한 건 2018년 팬아시아펀드를 선보이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펀드가 출범한 지 이제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틱의 해외 투자 실험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 하지만 스틱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토종PEF 운용사들의 맏형답게 앞장서 해외 시장 개척의 초석을 다져왔다.

여전히 국내 자본시장에선 국내 PEF운용사가 해외 신흥국 시장에서 투자처를 찾는 것이 기회가 될지, 리스크(위험)가 될지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앞으로 이 본부장이 투자 성과로 보여주며 극복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아직까지 팬아시아펀드 포트폴리오 중에선 투자금 일부를 회수한 캠시스비나를 제외하고는 엑시트 사례가 없다.

지금까지 단행한 대부분의 해외 딜이 1000만달러 내외로 규모가 작았다면, 앞으로는 국내 LP들과 코인베(Co-Investment)펀드를 조성하는 식으로 투자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현재 자금 모집 중인 팬아시아펀드 2호격 '스틱글로벌성장혁신펀드'(약 5000억원규모)를 성공적으로 띄우는 것도 단기 과제다. 특히 이 펀드에는 국내 기업 대여섯 곳의 출자를 유치해 협업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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