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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한국 의료 대약진의 조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10-20 08:01:49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0일 08:0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뉴스위크가 선정한 2020년 글로벌 100대 병원에 한국 병원 7개가 포함되었지만 국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서울아산병원이 37위로 글로벌 1위인 메이오 클리닉을 포함, 미국 4대 병원으로 불리는 클리블랜드 클리닉, 매사추세츠 종합병원(하버드대), 존스홉킨스병원 등과의 격차는 아직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뉴스위크의 자료는 한국 병원들이 규모에서는 서구 대형병원들을 따라가기 어려울지 몰라도 전문성과 연구역량, 의료진의 실력으로는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지난 10월 14일에 공개된 뉴스위크의 전문분야별 병원 글로벌 랭킹에서 한국 병원들이 탁월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뉴스위크는 내분비내과, 종양내과, 심장내과 등 3개 임상 분야에 걸쳐 조사를 진행하고 평가를 수행했다. 20개국 4만 명이 넘는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묻고 온라인 서베이도 진행되었다. 취합된 결과는 하버드의대 데이비드 베이츠 교수를 포함 저명한 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자문단의 검증을 받았다.

이 중 특히 당뇨병, 갑상선질환, 골다공증, 비만 등을 다루는 내분비내과 분야에서 서울아산병원이 메이오, 클리블랜드, 매사추세츠에 이어 글로벌 4위로 선정되었다. 존스홉킨스가 5위다. 세브란스 7위, 카톨릭성모 8위, 서울대학교 11위다.

암센터와 백혈병 치료센터인 종양내과 분야에서는 미국 최대의 암센터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가 1위로 평가 받은데 이어 아산 7위, (존스홉킨스 8위), 삼성 9위, 서울대 12위고 심근경색, 협심증 등을 치료하고 흉부외과도 포괄하는 심장내과(순환기내과) 분야에서는 아산이 36위로 평가되었다.

뉴스위크는 올해 처음으로 전문분야별 병원평가를 시작했다. 향후 중풍, 뇌동맥 등을 다루는 신경외과, 정형외과, 위염, 위암, 간암 등을 다루는 소화기내과 등 추가적인 분야로 평가 영역을 넓힐 것이다.

뉴스위크가 선정한 6개 전문분야는 의학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소화기 내과처럼 내원 환자 수가 가장 많은 분야와 특히 고령화 시대를 반영하고 생명과학과도 접목되는 고난도의 연구 분야들을 커버한다. 즉, 전문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첨단과학으로서의 의학 연구역량을 인정받는 것이다. 첨단 연구결과는 새로운 수술, 시술 방법의 개발로 이어지고 병원간 환자 소개를 촉진시켜 최선의 치료를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1978년에 국내 최초의 현대적 종합의료기관인 서울대학교병원이 설립된 지 이제 42년이 되었고 1989년에 기업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아산병원을 출범시킨지는 31년이 지났다. 짧은 시간 내에 글로벌 100대 병원에 한국 병원이 7개나 포함되었고 결국 일부 분야에서는 글로벌 4위와 7위로까지 평가받는 일대 도약을 성취했다. 향후 평가 대상 전문분야가 확대되고 이에 못지않은 성과가 속속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분야 병원평가는 의료서비스 수요자들과 환자 가족들이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한다는 목적에서 시행된다. 또, 뉴스위크의 병원 순위 매기기는 병원을 단순한 의료기관으로 보지 않고 의료산업군에 속하는 기업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대 의대 이정상 교수에 따르면 한국 의료는 완벽한 생명과학 연구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 병원을 단순히 환자를 돌보는 곳으로만 여기는 정부와 민간의 인식에 가로막혀 더 큰 도약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을 뿐이다. 그간 축적되어 온 방대한 진료 데이터를 환자 진료에만 활용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고 국부의 창출에 활용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의료의 디지털 역량은 1999년의 Y2K ‘소동’ 이후로 거의 완벽하게 갖추어져 준비된 상태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강력한 잠재력을 갖춘 한국 의료가 약진과 도약을 넘어 비상하기 위해서는 병원을 의료원으로만 취급하고 연구기관으로는 보지 않으려는 관료주의와 그에 따르는 제반 행정적 제약 조건들부터 차근차근 혁파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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