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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력 다음 작업 '승계'…롯데그룹, 변화 빨라진다 장남 신유열, ㈜롯데 실적개선·혁신·지배구조개편 주도 예상

최은진 기자공개 2020-10-22 11:32:01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0일 13: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작고 후 지배력을 확보하는 작업을 단행한 다음 수순으로 승계를 택했다. 아직 66세 나이로 한창 때이지만 과거 승계문제로 고초를 치뤘던 경험을 감안해 승계를 지배력 강화 못지 않은 중요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장남 신유열씨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 데 따라 신 회장이 추진하고자 하는 혁신이 한층 더 가속화 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전문가인 신유열씨는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과 사업 포트폴리오 및 체질개선 등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신 명예회장이 작고한 후 신 회장은 부친의 뒤를 잇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먼저 오랫동안 신 명예회장과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체제 하에 있던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절차를 밟았다.


신 명예회장이 작고한 지 두달여 되는 4월에 신 회장은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회장직에 올랐다. 롯데홀딩스 회장직은 신 명예회장이 마지막까지도 유지하던 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롯데그룹에 이어 일본 롯데그룹까지도 신 회장이 승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석달 뒤인 7월에는 신 회장이 회장직에 이어 단독 대표이사 사장자리까지 확보하면서 총수로서 뿐 아니라 전체사업에 대한 권한 역시 독자적으로 쥐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력을 공식적으로 신 회장이 단독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와 동시에 신 회장은 부친의 유산을 상속하는 절차를 밟았다. 여자형제인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신유미 전 호텔롯데 고문은 빨리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요구했고 신 회장과 신동주 회장은 지분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이 신 전 고문 몫의 지분 일부를 더 많이 상속받고 부동산 등의 몫을 넘기는 합의를 이뤘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례식장에서 신동빈 회장(좌)과 신유열씨(우)

지배력 확보 및 상속까지 마무리 지은 후 신 회장은 승계를 겨냥했다. 예정된 수순이긴 했지만 예상보다 빨랐다. 더욱이 개인적으로나 그룹 입장에서나 '큰일'을 치루고 있는 상황에서 신 회장이 서둘러 신유열씨를 입사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승계가 지배력 퍼즐을 맞추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동주 회장의 경영권 위협이 이어지고 있는만큼 선제적으로 승계구도를 확립해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독한 혁신을 주도할 인물로 신유열씨를 내세운 것으로도 풀이된다. 신 회장은 부친의 뒤를 계승하자마자 혁신을 단행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40년지기 황각규 부회장을 해임하는 결단을 내린 것도 새인물로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일본의 상황은 국내에 좀체 알려지진 않지만 역시 실적부진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신 회장이 혁신을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이 같이 그룹이 전반적으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신유열씨는 신 회장을 도와 혁신의 선봉장에 설 것으로 보인다. 신유열씨를 정식 그룹 경영진의 일원으로 입성시킨 만큼 그의 역량이나 아이디어 등을 최대한 활용하며 현안을 추진할 것이란 기대다.

신유열씨가 지주사인 롯데홀딩스가 아닌 ㈜롯데로 입사한 것도 사업영역 구석구석을 경험하면서 부진을 타개해 나갈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임무가 주어졌음을 의미한다. ㈜롯데는 제과사업을 담당하는 모태격인 계열사로 이커머스 진출, 해외사업 등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일본 롯데그룹의 변화방향성이 한국 롯데그룹과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유열씨의 입성으로 일본 롯데그룹 뿐 아니라 한국 롯데그룹의 혁신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신유열씨는 금융시장에서 경험을 쌓았고 기업공개(IB)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고 전해진다. 현재 양국 롯데그룹의 지분 연결고리가 완전하게 끊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신 회장은 시장 분위기는 물론 일본 롯데그룹 주주와 경영진들까지 의식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가운데 일본 내 탄탄한 인맥을 갖고 있는 신유열씨가 그간 갈고닦은 기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본격적인 경영무대에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지분승계 절차도 함께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신 회장이 일본 현지에서 대규모 차입을 일으켰다는 얘기가 파다한 것으로 보아, 자금여력상 당분간 진행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서 대규모 차입을 일으키는 등 상속세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지분승계는 아직 거론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신유열씨가 경영무대에 본격데뷔한 만큼 그를 중심으로 현재 추진 중인 혁신이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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