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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M&A]산업은행, 구주만 매각 '플랜B' 왜 포기했나우리은행 출자 상한선 '30%' 간과, 추가 협상 여지 남긴 '열린 결말'

이은솔 기자공개 2020-11-10 07:58:30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9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생명 매각이 성공도 무산도 아닌 '열린 결말'이 됐다. 산업은행은 추가 자본확충 없이 JC파트너스 측에 구주만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우리은행의 출자 비율 제한 등의 문제로 '플랜B' 역시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난 5일 JC파트너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10월 말 종료됐고 추가 연장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우협은 종료됐지만 매각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게 산은 측 입장이다. JC파트너스 역시 같은 입장이다. 우협 지위는 상실했지만 기관투자자(LP) 모집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생각이다.

산업은행은 최근까지 추가 자본확충 없이 KDB생명의 구주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JC파트너스는 우협 선정 당시 KDB칸서스밸류PE 측에 KDB생명의 구주 92.73%를 2000억원에 인수하고 1차로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내용을 제안했다.

몇 차례 우협 기간이 연장된 이후에도 외부 기관투자자(LP)가 모이지 않자 산은은 우선 구주를 매각해 급한 불을 끄고 추후 자본확충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JC파트너스가 조성하기로 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산업은행과 새로운 LP 우리은행이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구주 인수에도 일면 무리가 없어보였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딜 관계자들이 'KDB생명에 증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를 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산업은행이 구주인수로 딜 클로징을 고민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은행의 출자 비율 제한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계획이었다. 우리은행은 JC파트너스의 KDB생명 인수 펀드에 출자를 약정하면서 '우리은행은 전체 펀드의 30% 이하 금액을 출자하고 최다출자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우리은행은 KDB생명이 자회사로 반영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회사가 다른 회사의 지분 30%를 초과해 소유하는 동시에 최다출자자일 경우 해당 회사가 연결회계기준에 따라 자회사로 종속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직접적인 인수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주주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상황이 복잡해진다.

우리은행은 KDB생명 투자를 결정한 이후에도 향후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의 완전자회사 인수를 고려한 전략적 투자가 아니라 재무적 투자임을 강조해왔다.

우리은행이 초기 JC파트너스 측에 투자금 1000억원을 확약할 당시에는 JC파트너스가 외부에서 1500억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모아온다는 전제가 있었다. 전체 SPC 3500억원 중 1000억원, 지분율 28.6%의 출자를 약정한 셈이다.

그런데 JC파트너스가 1500억원의 투자자를 모으지 못한 채로 SPC를 구성할 경우 우리은행의 출자비율은 50%로 올라간다. 전체 펀드가 2000억원, 이중 우리은행의 출자금이 1000억원이 된다. 투자확약서(LOC) 내용과도 어긋난다.

구주 매각안을 처음 검토할 당시 산은은 이 부분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시장 안팎에서 뒤늦게 구주 매각가가 1500억원 가량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출자비율을 30% 이하로 맞추려면 투자금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다만 외부투자자 없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투자금만으로 펀드를 구성하면서 출자비율까지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출자비율을 70%까지 높일 경우 KDB생명을 매각하는 의미가 퇴색한다. 그렇다고 우리은행의 출자금을 낮추면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산은은 이런 점을 고려해 '플랜B'였던 구주매각안 역시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산은은 10월 31일 종료된 JC파트너스의 우협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딜이 깨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애초에 JC파트너스 외에는 KDB생명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다른 후보가 없었기 때문에 우협 지위 해제가 큰 의미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 향후 JC파트너스가 투자자를 확보할 경우 딜이 진척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JC파트너스 모두 굳이 딜이 깨졌다고 선언할 이유가 없다"며 "당초 계획한 1500억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은행의 출자금 비율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금을 JC파트너스가 모아올 수 있다면 협상이 다시 시작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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