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11번가-아마존 맞손, 이커머스 지각변동 일으키나 '오픈마켓→아마존화' 변화 불투명…유료멤버십 노하우는 ‘기대’

정미형 기자공개 2020-11-17 13:10:26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6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번가가 ‘아마존’이라는 한 수를 뒀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11번가만의 뾰족한 경쟁력이 모호할 때였다. 아마존과 맞손을 잡은 11번가가 향후 어떤 전략을 세우며 지금의 결정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11번가 모회사인 SK텔레콤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양사가 윈윈(Win-Win) 할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11번가에 투자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아마존과 손을 잡은 11번가가 어떤 방향으로 사업 협력에 나설지다. 현재까지 공개된 사안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아마존 입점 상품을 11번가를 통해 손쉽게 구매하고 동시에 국내 셀러들도 아마존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11번가가 아마존을 통해 이커머스 경쟁 사업자 대비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아마존이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각종 노하우를 국내 시장에 이식시키며 11번가의 멤버십 서비스도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11번가는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처럼 지난해 구독형 멤버십 ‘올프라임’을 선보였으나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11번가가 아마존의 투자를 받는다고 해서 지금의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 5000억원 정도의 투자를 받긴 했지만 그 외는 경쟁 업체만큼 자금을 유치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쿠팡을 선두로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들도 이커머스 주도권 싸움에 뛰어든 상황에서 11번가만의 색깔을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1번가는 그동안 업계의 위협적인 상대는 아니었다. SK텔레콤 멤버십과 결합한 각종 혜택과 11절 행사 등을 진행하며 거래액 규모를 꾸준히 키우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경쟁력은 손에 꼽힌다. 사업구조도 전통 강자인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 옥션과 유사하나 시장 점유율은 이베이코리아가 앞서 있다.

게다가 쿠팡처럼 상품을 직접 매입·판매하는 직매입 사업도 키워보려고 했으나 현재는 이를 축소하고 기존 사업인 오픈마켓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일부 서비스에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11번가는 커머스 포털을 내세웠다. 지난해 11번가는 신설법인 출범과 함께 커머스 포털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새로운 포지션을 구축하고자 했다. 커머스 포털은 정보 취득부터 상품 검색, 결제 등 쇼핑과 관련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쇼핑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 사업모델 역시 이미 네이버가 앞서 있다. 네이버는 기본 포털 경쟁력을 우위로 삼아 네이버 쇼핑을 키워왔고 여타 이커머스 업체에 앞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추산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쇼핑(12%)은 쿠팡(10%), 이베이코리아(10%)보다도 앞서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11번가에 대규모 투자를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사업구조를 뒤바꾸지 않는 한 뾰족한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프로모션 등을 통해 매출 성장을 노려볼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도권 확보는 쉽지 않다. 이미 11번가도 쿠폰 발행 등 각종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방식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다고 11번가가 아마존화 시키기도 쉽지 않다. 아마존을 벤치마킹하며 한국판 아마존이라 불리는 쿠팡과 사업 구조가 확연히 다르다. 앞으로 사업구조를 바꾼다고 해도 승산은 장담하기 어렵다. 사업의 핵심인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해선 물류 부문 투자가 선제되어야 하는데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부어야 가능하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외부판매자에게 재고 관리, 포장, 배송 서비스 등을 한 번에 제공하는 것으로 아마존의 리테일 매출을 이끄는 주요인이다.

이와 관련해 11번가 관계자는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인 상태라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