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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CP 1조 클럽…비금융 민간기업 중 유일 장기 조달처 활용, 시장 왜곡 불가피…채권 몸값 급락, 크레딧 이슈 지속

피혜림 기자공개 2020-11-18 14:17:03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7일 06: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의 기업어음(CP) 잔량이 1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비금융 민간기업 중 CP 잔량이 1조원을 넘어선 곳은 호텔롯데가 유일하다. 크레딧 하락 우려 등으로 채권 몸값이 급락하자 단기 시장을 활용해 장기물 조달에 속도를 낸 결과다.

15일 기준 호텔롯데의 CP 잔량은 1조 3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외하고 CP 발행잔액 1조원을 넘긴 곳은 호텔롯데가 유일하다. 증권사와 카드사, 캐피탈사 등 자금조달로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의 경우 CP 시장 등을 적극 활용하지만 일반 기업이 해당 규모의 조달에 나서는 건 드물다.

잔량 대부분은 만기 1년을 초과한 장기 CP였다. 올 7월 3000억원(1년 4개월물)규모의 CP 발행을 시작으로 호텔롯데는 올해만 세 차례 해당 조달에 나섰다. 올해 CP 시장에서 마련한 장기물 자금만 7500억원에 달했다.

호텔롯데는 올 5월 이후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고 있다. 호텔롯데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 중 하나로, 해당 사태로 올 5월부터 크레딧 부담이 심화됐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AA0 등급에 '부정적'을 단 것은 물론, NICE신용평가는 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코로나19발 크레딧 리스크로 채권 시장 내 몸값은 급락했다. NICE C&I 기준 올 5월 초까지만 해도 신용등급과 동일한 AA0 수준을 유지했던 내재등급(BIR)은 이후 두 차례 하락해 A+까지 떨어졌다. BIR은 채권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등급이다.

호텔롯데 조달의 달라진 기류가 드러난 건 이 시점부터다. 호텔롯데는 이후 사모채 발행에 나서기도 했으나 강제상환 조건을 달아야 했다. 장기 CP 발행이 지속된 것 역시 크레딧 이슈가 불거진 이후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모채와 CP 투자자의 수요에 발맞춰 이뤄진 조달이라고 설명했으나 크레딧 이슈에 무관하다고 풀이하긴 어려워보인다.

문제는 장기 CP의 경우 시장 왜곡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 CP는 경제적 실질이 회사채와 동일해 단기금융시장을 왜곡하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수요예측 절차를 거치지 않는 금융기관과 달리, 일반기업은 장기 CP로 해당 단계를 회피할 수 있다는 이점도 누린다.

호텔롯데의 경우 조달을 위해 자본시장법상 사각지대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장기 CP는 정상적인 공모가 아닌, 사실상 투자기관에서 사모 성격으로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는 조달 방식"이라며 "단기금융상품의 도입 취지와 어긋나게 CP가 변칙적인 방법으로 사용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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