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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SK하이닉스]오너십 따라 달라진 위원회…지배구조는 '논외'③올해 보상·투자전략위 신설…SK㈜만 거버넌스위원회 존재

김슬기 기자공개 2020-11-25 07:31:23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3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70조원 정도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15조원, SK이노베이션 14조원, SK텔레콤 18조원 가량이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SK그룹의 핵심계열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매출이나 이익규모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지배구조상 SK하이닉스는 변화의 주체라기보다 변화의 대상이다.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 SK텔레콤의 자회사로 분류된다. 이는 이사회 위원회 구성에도 고스란히 반영돼있다. SK그룹 편입 전에는 이사회에 더 다양한 소위원회가 있었고 회사 경영 이슈를 최종적으로 담당했다. SK그룹 편입 이후엔 위원회가 단촐해졌다가 최근 다시 강화되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소위원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SK그룹 지배구조 상 SK하이닉스 이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지배구조에 대해 논의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나 인텔 등은 지배구조 위원회를 통해 지배구조 논의를 담당하는 것과 대조를 보인다.

◇ 소위원회 늘리는 SK하이닉스, 올해만 2개 신설

SK하이닉스 이사회 형태는 SK그룹 편입 전과 후로 나뉜다. 2010~2011년까지만 해도 주인이 없었기 때문에 경영상의 중요한 결정은 모두 이사회에서 이뤄졌다. 의무사항인 감사위원회 외에도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인사위원회, 전략위원회, 경영위원회 등을 뒀다. 감사위원회의 경우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일 경우 의무설치해야 한다.

당시엔 다양한 소위원회를 만들어 회사의 전략과 인사를 모두 관장했다. 인사위원회에서는 사내이사 보수 체계나 성과급, 임직원들의 연봉 등을 결정했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뿐 아니라 사내이사 후보를 심사하는 역할까지 했다. 이사회가 명실상부한 경영 의사결정 최정점에 있었다.

2012년 SK그룹 편입 후 SK하이닉스의 이사회 구성은 단촐해졌다. 사내이사까지 결정했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로 변경되면서 역할이 축소됐다. 감사위원회는 의무 설치사항이기 때문에 명맥을 이어갔으나 인사위원회, 전략위원회, 경영위원회 등은 모두 사라졌다. 관련 의사결정의 키가 SK텔레콤과 SK㈜로 넘어간 탓이다.


2017년까지 단촐했던 소위원회는 2018년 들어 변화를 맞이한다. 그해 3월 28일 지속경영위원회 신설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변화 신호탄을 알렸다. 이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기조 변화와 관련이 깊다. 그는 2014년 10월 옥중에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이라는 저서를 내며 사회적 가치 창출에 관심을 뒀고 2015년 8월 경영에 복귀했다. 2017년 본격적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강조하는 더블바텀라인(DBL)을 경영화두로 제시했다.

그룹 경영기조의 연장선상에서 지속경영위원회가 탄생했다. 지속경영위원회에는 2018~2019년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이 속해있었으나 올해에는 소속 사외이사 수를 1명 더 늘리면서 총 4명으로 확대됐다. 반독점, 반부패, SHE(Safety, Health, Environment), 하도급 등을 포함한 부분과 지속경영 및 사회적 가치 관련된 전략 등을 심의한다. 10억원 이상의 기부금 심의도 해당 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올해에는 보상위원회와 투자전략위원회가 신설됐다. 보상위원회는 이사 보수 한도와 경영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여부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투자전략위원회는 중요한 전략제휴 투자 등을 다루는만큼 사외이사 2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꾸려진다. 회사 주요 경영사항인만큼 이석희 대표가 포함되어 있다.

◇ SK하이닉스, 거버넌스는 '배제'

최근 들어 이사회 소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는 SK하이닉스도 다루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지배구조다. SK그룹은 이미 지주사인 SK를 통해 전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어려움이 있다면 덩치가 큰 SK하이닉스가 지주사의 손자회사로 있다는 것이다. 향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을 30%까지 올려야 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은 필연적이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올리는 일은 하이닉스가 주체가 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사회에서는 지배구조를 딱히 다루지 않는다. 대신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에는 거버넌스위원회가 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있으며 회사의 합병·분할이나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사항 등을 사전에 검토한다.

여기에 SK그룹은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전 계열사를 통제하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지배구조를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수펙스 내에는 전략위원회가 별도로 존재, 다른 위원회 업무를 조율하고 그룹 전반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그룹의 방향을 설정하며 향후 그룹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다.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체 중 경쟁사라고 할만한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거버넌스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의 사회적 책임이나 주주가치 제고, 지배구조 관련 이슈 등을 다루는 소위원회로 삼성전자 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요구로 만들어지고, 중도에 삼성 지주사 전환 등이 무산되면서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이사회 내에서 거버넌스를 논의할 수 있는 창구다.

또 다른 IDM업체인 인텔은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기업 거버넌스&지명 위원회, 집행위원회(경영위원회), 재무위원회 등의 소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대체적으로 유사한 소위원회를 가져가지만 거버넌스 관련 위원회는 차이가 있다. 현재 총 10명의 이사회 멤버 중 4명으로 이뤄진 해당 위원회는 오마르 아이쉬락(Omar Ishrak)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사외이사로만 구성돼있다.

해당 위원회에서는 ESG 관련 이슈를 비롯, 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 주주제안 등에 대해서도 관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속경영위원회의 역할과 유사하지만 보다 더 확장된 역할을 한다. 이사회 내 위원회의 규모나 구성 등에 대해서도 권고사항을 낼 수 있고 이사회 전반에 대해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주주가치 향상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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