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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LCC의 '새 이름' [thebell note]

유수진 기자공개 2020-11-26 08:24:0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5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름을 바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연간 개명(改名) 신청 건수가 평균 15만건에 달한다. 개명을 결심하는 사연은 다양하지만 바꾸려는 이유는 하나다. 미래의 삶이 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여주인공 '덕선(혜리)'은 대학에 갈수 있다는 점쟁이의 말에 혹해 한동안 '수연'이란 이름을 썼다.

비단 사람에 한정된 것도 아니다. 지하철역이나 회사, 협회 등이 간판을 바꿔다는 경우도 허다하다. 평택시는 얼마 전 수서고속철도 지제역을 평택지제역으로 변경했다. 역명에 지역 정보가 없어 이용객 불편이 가중된다는 이유다. 한국선주협회는 한국해운협회로 거듭났다. 해운업이 아닌 개별선주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최근 항공업계에선 통합 저비용항공사(LCC)의 새 이름이 관심사다. 정부가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하나로 합쳐 만든다는 '메가 LCC' 얘기다. 통합 방식이나 출범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선행조건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조차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통합 LCC의 사명과 본사 소재지 등을 둘러싼 눈치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특히 부산지역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부산시는 에어부산 중심으로 LCC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덕신공항을 조기 완공해 LCC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인천이 모항인 다른 항공사들과 달리 김해공항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온 에어부산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통합 LCC가 기존 3사의 이름 중 하나를 갖다 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자칫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고 출범 목적이나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 통합에 방점을 찍은 만큼 3사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이름이 붙여질 거라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정부 내에서 유력 후보로 떠오른 건 '아시아나(Asiana)'다. 근거리를 책임질 통합 LCC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이름이란 이유다. 산업은행과 국토부는 '빅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통합 LCC가 국내선과 국제선 중단거리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주요 타깃이 일본과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다.

30년 넘게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인지도와 경쟁력도 아시아나가 통합 LCC의 사명으로 검토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다. 이대로 사장되기엔 너무 아깝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주인이 될 뻔 했던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가 상당히 좋은 브랜드 가치를 쌓아왔다"며 "이름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었다.

이름이 갖는 무게는 상당하다.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지나온 과거를 되새기고 미래를 개척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작명소에 돈까지 줘가며 '인생을 바꿀' 이름을 짓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 항공사(史)에 한 획을 그을 통합 LCC는 어떤 이름을 갖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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