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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B 프리즘]'한 지붕 두 가족' 신흥에스이씨, 지배구조 향배는자기자금 투입해 콜옵션 행사, 주식 4% 물량 확보…향후 소각 가능성 무게

조영갑 기자공개 2020-11-26 11:04:15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4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CAN(캔), Cap Ass'y(캡 어세이) 등을 생산하는 신흥에스이씨가 2018년 발행한 전환사채(CB)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향후 처리방안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팔순을 넘긴 1세대 공동 창업주에서 아들, 사위 2세대 공동대표로 경영권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CB가 지배구조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흥에스이씨는 2018년 11월 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CB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 20%에 해당하는 100억원 가량의 CB를 매수했다. 매수청구권자는 발행회사인 신흥에스이씨다. 업계에선 신흥에스이씨의 콜옵션 행사 여부와 청구권자 지정에 대해 설왕설래했으나 신흥에스이씨는 행사기간 만료일인 지난 21일 자기자금을 투입해 CB를 매수했다.

이번에 매수한 CB는 26만주가량으로 총주식 수의 약 4%에 해당한다. 신흥에스이씨는 CB 처리와 관련 공시를 통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CB를 소각하거나 재매각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매각보다 소각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우선 신흥에스이씨의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이 60% 이상을 유지하다가 CB의 보통주 전환이 이어지면서 50%대로 희석된 탓이다. 또 지분 구성이 1세대 공동 창업주를 중심으로 나눠진 '한 지붕 두 가족' 구도이기 때문에 소각을 통해 대주주 가치를 재차 높이는 방향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흥에스이씨는 삼성전관(현 삼성SDI) 출신인 김점용 회장과 최화봉 회장이 1979년 설립한 신흥정밀이 모태다. 이후 2009년 신흥정밀이 현물출자 방식으로 신흥에스이씨를 설립하면서 법인이 전환됐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기린 대표가 신흥정밀에 1988년 입사한 후 오랫동안 경영수업을 받았고, 최 회장의 사위 황만용 대표가 2003년 합류했다. 2009년 신흥에스이씨가 새로 출범하면서 현재 김기린, 황만용 공동대표 체재가 갖춰졌다.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 구성은 김 회장 일가와 최 회장 일가가 거의 '50대 50'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김 회장과 최 회장 모두 12.18%로 동일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김 대표 17.67%, 황 대표 6.76%, 최 회장의 세 딸 7.46%, 최 회장의 손자·손녀 황규언·규리 씨 3.44% 등이다. 김 회장 일가가 29.85%를, 최 회장 일가가 29.84%를 각각 보유한 셈이다.

벤처캐피탈(VC)업계 관계자는 "팔순이 넘은 창업주들이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양가의 공동 경영을 지속하는 힘"이라면서 "하지만 두 회장이 고령인데다 김 대표의 개인지분(17.67%)이 특관인 중 가장 많기 때문에 언제까지 협력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사회 구성은 두 회장과 공동대표 등 사내이사 4인과 양 측 인사로 분류되는 사외이사 2인 등 총 6인이 참석하는 3대3 구도다. 표결성향을 보면 전원찬성 안건이 압도적이다.

균형의 미덕이 발휘된 이사회 구성상 이번 CB도 ‘중립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CB 소각이 거론되는 이유다. 올해 이미 156억원 규모 CB(40만주)가 보통주 전환되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63.27%에서 59.71%로 약 4%포인트 하락한 것도 소각의 필요성을 키우는 조건이다. 콜옵션을 제외한 나머지 미전환 CB 물량 역시 63만주에 이르기 때문에 보통주로 전환청구될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최대 10%포인트가량 하락할 수 있다. 전환청구 종료일은 2023년 10월 21일이다.

다만 이사회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 회장과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하지만 두 회장이 1940년, 1941년생으로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연임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신임 사내이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사회의 균형이 무너지면 매수한 CB의 처리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주주 중) 특정인이 CB를 재매입해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 경우 매입 가격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에스이씨는 한 차례 리픽싱을 거친 주당 3만8875원에 CB를 매수했다. 23일 종가기준 신흥에스이씨의 주가는 4만2950원 수준이다.

신흥에스이씨 관계자는 CB 처리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지만, 이사회 의결에 따라 소각 혹은 재매각하게 될 것"이라며 "김 회장과 최 회장이 여전히 오전에 회사에 출근하면서 경영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재선임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고령임에도 두 회장이 여전히 건재하며, 2세 경영진들 역시 창업주들의 뜻을 존중하기 때문에 당장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은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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