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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경기변동과 신용평가의 가벼움 thebell note

피혜림 기자공개 2020-12-04 13:10:12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2일 08: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전 정유사 크레딧 전망을 취재할 때까지만 해도 국내 신용평가사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업황 변동성이 큰 산업인만큼 일시적인 실적 저하가 'AA+' 우량 등급을 훼손할 여지는 없다는 말이었다. 도리어 정유사는 등급 변동이 적어 기사로 다룰만한 게 없을 것이란 걱정을 해줄 정도였다.

굳건했던 정유사 크레딧은 올 상반기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으로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신용평가사는 다수의 정유사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꿔 달았다.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인 폭락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정유사 등급전망의 급격한 변화는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2014년말 한국신용평가는 유가급락으로 인한 영업 손실 등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의 등급 아웃룩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달았다. 이어 이듬해 11월 실적 반등에 곧바로 '안정적' 아웃룩으로 복귀시켰다.

최근의 평정 흐름도 비슷한 모습이다. 유가 급락에 또다시 신용평가사는 발빠르게 액션을 취했다. 올해 유가 변동성이 유례없이 극심하긴 했지만 신평업계가 내놓는 정유사 크레딧은 지나치게 오락가락한 측면이 없지 않다.

초호황기를 겪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 등급 평정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려의 중심에 섰던 중소형 증권사는 갑작스럽게 신용도 상향 궤도에 올랐다. 최근 유안타증권과 교보증권 등 A+에서 AA-로 등급으로 올라선 곳도 등장했다. AA급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갖기 때문에 한노치 등급 상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초대형 증권사조차 'AA-'등급을 벗어난지 얼마 안되는 상황에서 두 하우스의 AA급 도약이 시의적절했느냐는 의문도 존재한다. 당장 기존 'AA-' 증권사조차 크레딧 불안으로 채권시장에서 등급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증권사의 실적 호조 또한 일시적 업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식 거래량 증가가 영향을 미쳤던 만큼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면 실적은 다시 꺾일 수밖에 없다.

올 3월 증권사의 단기 조달 사태에서 보듯 경기가 나빠진다면 펀더멘탈이 휘청일 여지도 상당하다. 경기 변화의 영향이 온전히 확인되지 않은 현재 시점의 등급 평정이 다소 가벼워 보이는 이유다.

신용등급은 채권의 상환 안정성을 나누는 가늠자다.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을 보고 상환 능력을 받아들이고 투자를 결정한다. 더욱이 채권은 통상적으로 3년 이상의 비교적 만기가 긴 상품이라는 점에서 신용등급의 잦은 변화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 변동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신용등급이라면 투자 척도로 삼기 어렵다. 신용평가가 주는 무게감을 다시금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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