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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펀드 대형화에 대한 단상

길진홍  벤처중기1부 부장공개 2020-12-04 08:08:53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3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투자업계가 2020년 끝을 마주한 가운데 초대형 펀드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이달 3100억원에 달하는 '넥스트유니콘펀드'를 결성한다. 설립 후 최대 규모로 국민연금을 비롯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의 유동성공급자(LP)가 총출동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최근 '한국투자 바이오 글로벌펀드'의 추가 결성을 마쳤다. 올 7월 2370억원을 모집한데 이어 4개월만에 약정총액을 3420억원으로 늘렸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도 11월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을 3500억원대로 조성했다. 추가 모집을 통해 규모를 5000억원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밖에 IMM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2000억원 안팎의 펀드 결성을 위해 뛰고 있다.

수년 전만해도 1000억원대 벤처펀드가 대형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상위권 벤처캐피탈과 일부 중견사가 가세하면서 펀드레이징 시장에서 거침없는 질주가 연출되고 있다.

벤처펀드 대형화는 창업 생태계 양적팽창의 단면이다. 벤처투자의 '시드머니'인 정책자금 유입과 민간 LP의 실탄 지원이 맞물렸다. 해마다 수조원의 정부 자금이 흘러들면서 대형 벤처펀드 결성을 가능하게 했다. 2017년 2조3800억원에 머물던 벤처투자가 2019년 4조27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규모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산업계에서 벤처투자업이 차지하는 위상도 달라졌다.

덩달아 벤처투자업계의 자신감도 커졌다. 10여년전 1000억원대 벤처펀드가 처음 선보였을 당시 부실 우려도 적지 않았다. 벤처캐피탈은 스스로 기우였음을 증명해냈다.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고 해외 투자를 발굴해 국내 산업군의 가교 역할을 했다.

다만 아직 수익성 측면에서 성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벤처펀드 대형화가 고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 그만큼 투자 대상인 기업들의 몸값이 오른다. 너도나도 값을 높여 부르면서 이제는 곱절을 치러야 한다. 수익성은 그만큼 저하된다.

이는 지난 펀드의 운용성과가 말해준다. 모태펀드 출자펀드의 벤치마크를 살펴보면 약정총액 규모와 수익률은 반대 추이를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친 2008년 전체 펀드 약정총액이 5717억원에 불과했으나 통합수익률(Pooled IRR, PIRR)은 12%를 기록했다.

이듬해 약정총액은 1조4000억원을 돌파했으나 PIRR이 4%선에 머물렀다. 2010년 이후에도 같은 현상이 목격된다. 2013년 약정총액 1조3000억원에 PIRR이 16%를 기록했다. 약정총액이 3조4400억원으로 불어난 2017년 PIRR은 7% 수준이다. 외생변수도 고려해야 하지만 유동성 과잉은 결코 수익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행히 올해는 회수시장이 받쳐줬다. 증시 활황을 업고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으로 단순화 돼 있는 회수시장이 중장기간 버팀목이 돼 줄지 의문이다.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데 그치지 말고 투자 구조를 고안하고 '천수답' 수준의 회수시장을 활성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벤처투자업계가 한 계단 도약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펀드 대형화에 뛰어든 벤처캐피탈이 찾아야 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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