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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독립론 재점화]분담금으로 운영 민간조직, 예산 자율권은 당국 손에③금융위 "수수료수입, 준조세 아니다"…스스로 무너뜨린 간섭 근거

고설봉 기자공개 2021-01-11 13:00:00

[편집자주]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해묵은 이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 돼 있는 감독 기능의 재정립을 두고 당국과 학계 등은 10년 넘게 논의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논의가 재점화된 모양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올해를 시작하며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내부적으로도 본격적인 개편안 구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독립 주장의 근거와 현실화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8일 11: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의 독립 필요성 이면에는 '예산 자율권'이란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금융감독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시의적절하게 인력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예산을 마음대로 계획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 논리다. 내부에선 정치적이고 이론적인 논리보다 이 부분을 독립이 필요한 핵심 사유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의 주요 수입이자 은행들로부터 받는 감독분담금이 당국의 '간접지원' 성향 자금이란 점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금융위의 금감원 재정간섭 논리가 빈약하고 과도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자본 특수법인, 예산 자율권 없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에 2021년 예산으로 4100억원을 신청했다. 이는 지난해 예산 3630억원 대비 12.9% 증가한 수준이다. 사모펀드 부실 이슈 등 각종 금융사고 발생이 늘어나면서 필요한 자원 및 경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가 최종 승인한 예산은 지난해 대비 0.8% 늘어난 3660억원에 그쳤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금감원이 금융위에 예산을 신청하고 금융위가 이를 판단, 예산을 조정해 최종 확정한다는 점이다. 얼핏 정부 조직간 예산 편성의 과정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금감원은 정부 조직이나 공기업이 아닌 '민간 조직'이다.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종전의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을 통합해 1999년 1월 설립됐다. 이후 2008년 2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감독정책은 금융위원회로, 감독집행은 금융감독원으로 각각 분리됐다.

금감원의 주된 기능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와 감독업무 등이다. 금융기관의 업무·재산상황에 대한 검사와 제재를 담당한다. 또 금융위원회 및 증권선물위원회의 위탁에 의한 금융회사 감독과 증권 불공정거래 조사 및 회계감리를 한다. 이외 금융소비자보호 역할과 금융위원회 및 소속기관에 대한 지원업무를 한다.

이처럼 금융위와 금감원의 업무는 서로 분리돼 있다. 감독정책은 금융위에 있고, 감독기능은 금감원에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에서 수립한 금융감독기능 중 감독집행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일종의 대행사라고 할 수 있다.

정작 금감원은 '자체 예산 권한'이 없다. 정부에 예속되지 않은 민간법인이지만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운용할 자율권은 없는 셈이다. 올해 예산 편성의 사례처럼 금감원에서 필요한 예산을 올려도 금융위에서 자체 기준으로 예산안을 검토하고 사실상 새로 편성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자체적으로 예산 편성을 하지만 금융위에서 다시 업무에 적정한지를 판단해 최종 결정한다”며 “감독집행을 통해 감독분담금 등 독점수입을 확보해 다시 감독집행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인데 금융위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예산안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에서 금감원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여론이 크다”고 말했다.


◇예산 97%, 감독·발행분담금 등 수수료수입

금감원이 예산을 확보하는 방식을 보면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을 컨트롤하는 데 대한 더 큰 의문이 생긴다. 금감원은 세금으로 마련된 정부의 재정보조를 거의 받지 않고 사실상 독립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크게 정부 직접지원과 간접지원으로 나뉜다. 직접지원은 세금성격의 보조금과 부대수입 등으로 이뤄지는데 금감원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15% 수준이다.

금감원의 주수입원은 간접지원이다. 연간 수입의 약 97%를 차지한다. 간접지원은 용어만 ‘지원금’ 일뿐 사실은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등 감독집행을 하는 대가로 벌어들이는 수입이다. 또 금감원이 금융위로부터 위탁받은 일부 업무를 수행하며 얻는 수입도 포함된다.

간접지원은 다시 위탁수입, 독점수입, 부대수입 등으로 나뉜다.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독점수입이다. 금감원 연간 수입의 약 96% 이상이 독점수입을 통해 만들어진다.

독점수입은 감독분담금과 발행분담금으로 다시 나뉜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각 금융사에 제공하는 검사와 감독서비스의 대가로 받는 수수료다. 발행분담금은 주식과 채권 등을 발행한 기업들로부터 걷는 수수료다.

2020년 금감원 수입지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입합계는 263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독점수입은 3492억원으로 전체 수입의 96.9%를 차지한다. 금감원은 자체 역량과 기능을 통해 검사 및 감독 업무를 수행해 연간 예산의 약 97%를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있다.


2017년 기획재정부는 금감원이 걷는 감독분담금을 준조세로 보고 '부담금'으로 지정하려고 했다. 준조세란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처럼 납부해야 하는 자금을 뜻한다. 분담금이 부담금으로 정의가 바뀌게 되면 기재부로부터 예산 통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감독분담금은 검사와 감독서비스 대가로 받는 수수료이기 때문에 준조세로 보는 건 맞지 않다며 수수료란 점을 분명히 했고 지금껏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융위 말처럼 '분담금=수수료=세금이 아니다'란 논리가 맞다면 민간법인인 금감원은 스스로 예산을 편성하고 조직재편도 할 수 있는 권리를 지녀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금융위가 세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잣대와 방법으로 금감원을 통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세금이 아닌 검사수수료를 통해 운영되는데 나름 경영계획을 가지고 어떻게 예산을 쓸지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금감원 독립의 이슈 중 하나는 금융위의 재정간섭과 재정통제를 벗어나는 것이고 자체적인 예산 및 인력 확보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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