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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물산기업의 '자율주행' 육묘 전략 [thebell note]

김형락 기자공개 2021-01-14 08:46:38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2일 09: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접붙이기는 과일과 채소 재배에 두루 쓰이는 육묘 방법이다. 영양분을 잘 흡수하고 병에 강한 뿌리모종에 열매모종을 붙여 꽃과 열매를 보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상장사 동양물산기업도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사업에 접붙이기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뿌리모종으로 선택한 곳은 코스닥 상장사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이하 에이치엔티)다. 차량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는 에이치엔티를 인수·합병(M&A)해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자율주행은 농기계 분야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농기계 제조업체들은 이미 자율주행 농기계를 들고 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구보타는 지난해 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무인 트랙터를 상용화했다. 존 디어는 운전자 없이 주행이 가능한 트랙터와 콤바인을 내놨고, CNH는 트랙터에서 운전석을 없애는 시도를 하고 있다.

동양물산기업도 일찌감치 자율주행에 연구개발(R&D) 좌표를 설정해뒀다. 2011년부터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에 돌입했다. 올해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트랙터, 이앙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자회사도 신설했다. 지난해 약 5억원을 출자해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하던 연구팀을 TYM ICT로 독립시켰다. GPS 수신기, 핸들 조향기 등 자율주행 농기계 관련 하드웨어 개발에 힘을 쏟는다.

에이치엔티 경영권을 인수하는 승부수도 던졌다. 지금까지 226억원을 투입했다. 자체 R&D도 중요하지만 선행 기술을 접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진행한 M&A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면 시장지위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다. 선진국은 군집주행까지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동양물산기업의 자율주행은 초기(1~2단계) 수준이다.

M&A 성적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은 회계 리스크를 감수하고 에이치엔티에 베팅했다. 에이치엔티는 지난해 3월 '감사의견 거절' 이후 거래정지 상태다. 경영권 지분을 손에 넣은 동양물산기업이 회생과 기술 실사를 병행하며 고차 방정식을 풀어가고 있다.

동양물산기업이 맺어야 할 열매는 명확하다. 자율주행 농기계 상용화와 기술 고도화다. 김 회장은 기술 개발 시간을 단축할 뿌리모종 구매비용을 기꺼이 지급했다.

접붙이기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열매모종과 뿌리모종의 자른 면을 붙이는 고난도 작업이다. 열매모종과 뿌리모종 사이 생리 관계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M&A도 마찬가지다. 노련한 전략가가 두 회사의 접붙이기를 주도해야 한다. 김 회장에게는 에이치엔티와 어떤 융합작용을 만들어낼지 고대하는 시장의 의문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유기적 결합의 성패는 김 회장이 보여줄 리더십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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