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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본현대생명 역대급 유증, RBC비율 압박 탓 퇴직연금 리스크량 확대, 방카슈랑스 준비금 상승 부담

이은솔 기자공개 2021-01-20 07:55:18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9일 17: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푸본현대생명보험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퇴직연금과 방카슈랑스 채널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2023년 도입되는 새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앞서 선제적으로 자본적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전일 이사회를 열고 자본확충안을 결의했다. 7월까지 45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연내 1500억원 한도 내에서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방안이다. 전체 자본확충 규모는 6080억원이다.

푸본현대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61.6%를 보유한 대만의 푸본생명이다. 나머지는 현대커머셜이 20.29%, 현대모비스가 16.96%를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에는 주주들이 지분비율대로 참여할 예정이다.

과거 유상증자가 통상 2000억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자본확충은 상당히 크다. 대만 푸본생명은 2015년 6월 푸본현대생명(당시 현대라이프)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그해 12월 2200억원을 증자했다. 이후 2018년 2400억원을 증자해 최대주주로 등극하며 현대차와 계열분리를 완료했다.

적자를 내던 푸본현대생명은 푸본 측의 자본확충을 계기로 영업력을 확장했다. 2018년부터는 기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2018년 9월말 12조8900억원이던 총자산은 2년 후인 2020년 9월 17조5500억원으로 증가했다.

우선 이번 유증은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인 퇴직연금과 방카슈랑스의 성장을 원활하게 이어가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른 RBC비율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푸본현대생명은 과거 현대차그룹에 포함돼 있던 당시 계열사의 퇴직연금 물량을 받아 덩치를 키웠다. 대주주가 변경된 현재도 현대차 그룹사가 지분을 보유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자산의 45%가 퇴직연금이 포함된 특별계정이다. 장기보장성 보험도 판매를 늘리고는 있지만 작년 3분기 기준 전체 수입보험료의 1% 미만으로 미미하다.

금융당국은 자본적정성 기준 강화를 위해 퇴직연금의 리스크량을 매년 높이고 있다. 2018년 30%에서 2019년 6월 70%, 2020년 6월 100%로 단계적으로 늘어났다.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푸본현대생명은 리스크량 증가에 따라 분자인 지급여력기준금액이 늘어나면서 RBC비율이 하방압력을 받았다.

게다가 퇴직연금의 독특한 특성상 RBC비율 200% 사수는 필수적이다. 원칙적으로 보험사는 RBC비율이 100%만 넘으면 되지만 법인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물량을 수주할 경우 RBC비율을 포함한 자본조건이 반영된다. 때문에 퇴직연금시장은 중소 생보사들의 진입이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푸본현대생명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축은 방카슈랑스 채널이다. 방카슈랑스 채널을 중단했던 푸본현대생명은 자본확충이 이뤄진 2018년 영업을 재개했다. 2018년 9월 3200억원이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2년 새 1조56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방카슈랑스 채널에서는 주로 저축성 보험을 판매한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됐던 최근에는 은행 창구 고객들이 금리가 낮은 예금 대신 저축성보험으로 눈을 돌리며 수입보험료가 크게 증가했다. 저축성보험은 들어온 보험료를 모두 보장에 쓰는 것이 아니라 상당수를 고객에게 다시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이 높다.

이 때문에 푸본현대생명은 꾸준히 외부 조달을 이어왔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리스크량 증가 시점인 6월을 전후로 RBC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매년 소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2019년 9월과 12월 후순위채를 총 1500억원 규모로 발행해 RBC비율을 유지했다. 지난해 6월에도 500억원 발행을 시도했으나 수요미달로 150억원에 그쳤다.

조달 비용도 높다. 푸본현대생명은 4% 중반대로 후순위채를 발행 중이다. 금리는 흥행 정도에 따라 발행자가 제시한 밴드 내에서 설정되는데 지난 6월 발행에서는 흥행에 실패하면서 밴드 상단 금리로 발행됐다. 지난해 9월말 푸본현대생명의 운용자산수익률이 2.9%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마진이 나는 구조다. 또 후순위채는 만기에 따라 자본차감이 발생해 차환이 필요하다.

대주주인 푸본생명은 이런 점을 고려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비용이 높고 차감이 발생하는 채권 발행 대신 유상증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본을 확대하고 영업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푸본현대생명은 9월과 12월 퇴직연금보험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해 연중인 7월을 유상증자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2020년 12월 반영된 퇴직연금에 따른 RBC비율 하락을 상쇄하고 2021년 반영에 앞서 자본적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빠를 경우 6월내 증자가 완료될 가능성도 있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경쟁력을 강화해 영업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대주주 측이 증자를 결정했다"며 "리스크 기준이 강화되는 새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에 미리 대비하자는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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