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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합종연횡]'룰 메이커'로 부상한 네이버와 쿠팡②거미줄 사슬 '메기효과' 촉발, 플랫폼 동맹 생태계 진화

전효점 기자공개 2021-02-15 08:13:49

[편집자주]

수년째 치킨게임을 지속해온 이커머스업계가 최근 공생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최저가와 배송 경쟁에 막대한 지출을 감내하는 대신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십, 기업간 제휴 및 합병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기업들은 왜 동맹을 선택했을까. 급변하는 시장에서 종착지는 어디이며 역학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최근 이커머스 합종연횡의 배경과 흐름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0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와 쿠팡이 상호 견제를 통해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좌우하는 룰 메이커(Rule Maker)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나스닥 기업공개와 흑자 전환을 앞두고 막바지 사세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쿠팡과 이를 견제하려는 네이버의 대응이 최근 이커머스 시장 전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각광을 받으면서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연간 영업이익을 흑자 수준까지 회복했다. 창업 이래 십수년간 조 단위로 이어진 투자 끝에 이익 체력 만들기를 끝냈다는 의미다. 올해는 상반기 나스닥 기업공개에 성공하는 동시에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네이버는 쿠팡의 성장세에 상당한 자극을 받았다. 지난해 쇼핑 사업의 방향성을 확정하고 전사 미래 성장동력으로 천명했다. 검색을 넘어 유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소비자 록인(Lock-in)을 위해 네이버금융을 활용하고 판매자 풀(pool)을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스토어 제도를 진화시켜나갔다. 이 과정에서 물류, 결제, 신선식품 등 결점을 메우기 위해 유통업계와 동맹을 맺어 나갔다.

◇쿠팡이 촉발한 '메기 효과'

원래 네이버에게 쇼핑은 계륵 같은 사업이었다. 괜찮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지만, 쿠팡이나 이마트 등 이커머스에 사활을 건 기존 업계와 본격적인 경쟁을 하기 위해선 조 단위 추가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류나 MD 경쟁력 등 이커머스 사업을 위해 바닥부터 누적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쿠팡이 안겨다준 위기감은 네이버가 불리한 여건을 감수하고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쿠팡의 성장세는 네이버의 쇼핑 사업뿐만 아니라 네이버 자체를 위협할 정도였다. 쿠팡이 사업을 확장할수록 그 지향점이 단순히 이커머스 시장 1위 사업자가 아니라 네이버나 구글 같은 IT 기반 종합 플랫폼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

하지만 양사는 발전 과정에서 단순 경쟁을 넘어서 복합적인 관계망을 구성해왔다.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서로의 존재에 의존하고 있었다. 쿠팡은 그 자체로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현재 네이버에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입점해있다. 쿠팡 대부분의 셀러들은 상당 부분 네이버 검색을 통해 유입된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한다.

네이버 역시 쿠팡향 플로우에서 이익을 취한다. 네이버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네이버쇼핑으로 유입된 트래픽을 활용해 광고마케팅 수익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이같은 광고마케팅 수익이 네이버 전체 영업이익의 1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자료출처=미래에셋대우

◇플랫폼 둘러싼 이커머스 동맹

현재 이커머스업계가 피튀기는 출혈 경쟁을 끝내고 동맹과 유화 정책으로 돌아선 것도 작년까지 쿠팡과 네이버라는 과점자를 중심으로 시장 질서가 정립되면서다.

네이버는 쿠팡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쇼핑 사업을 키우기 위해 상당한 우군이 필요했다. 비단 스마트스토어 등에 입점한 셀러층 외에도 대출, 간편결제, 인증서, 물류 등 이커머스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파트너들이 필요했다. 더 나아가 쿠팡이 아니 자사 플랫폼과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제휴를 맺을 국내 주요 제조사들과 유통사들과의 연대 역시 절실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는 최근까지 세 건의 상징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LG생활건강, CJ대한통운, 신세계와의 동맹이다.

작년 초 네이버는 브랜드스토어 사업을 공개하고 주요 제조기업과의 B2B 파트너십 체결에 나섰다. 이때 LG생활건강을 비롯해 CJ제일제당, 풀무원, 리바트 등 국내 굴지 유통기업들이 파트너십에 합류했다. 그리고 당시 실험 중이었던 CJ대한통운과의 물류 파트너십을 활용해 이들 기업에게 풀필먼트(입점 판매자의 배송·포장·재고 관리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풀필먼트는 그즈음 쿠팡이 성장동력으로 눈여겨보고 있던 신사업이기도 하다.

특히 이때 맺어진 LG생활건강과의 파트너십은 특별하다. LG생활건강은 직전 쿠팡의 과도한 수수료 수취 문제를 지적하면서 과감하게 입점 상품을 뺀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LG생활건강에게 CJ대한통운의 물류센터를 활용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밀월 관계로 거듭났다.

뒤이어 10월에는 CJ대한통운과의 포괄적 사업제휴를 맺고 6000억원 규모 주식을 교환하면서 피를 섞었다. 네이버는 이 파트너십을 통해 이커머스 사업의 최대 약점인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선 네이버와 신세계와의 협업 논의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네이버는 과거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선식품 MD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홈플러스와 손을 잡은 적이 있었다. 신세계그룹과 손을 잡게 된다면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패션, 럭셔리 부문에서도 국내 최대 수준의 구매력을 가진 든든한 우군이 생기는 셈이다.


◇'포스트 IPO' 쿠팡, 네이버 넘어설까

쿠팡 역시 올해 상반기 나스닥 기업공개 일정을 앞두고 공세적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차이점은 네이버가 동맹과 파트너십을 통해 자사가 필요한 사업부문을 보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면 쿠팡은 직인수합병이나 자회사 설립을 통해 직접 신사업에 진출하는 방식을 즐겨 쓴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수한 OTT사업부는 '쿠팡플레이'라는 서비스로 재탄생했다. 최근 들어서는 택배 라이선스를 재취득하며 택배 사업자로 거듭났다.

쿠팡은 일련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기업공개를 무사히 마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로서는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네이버는 작년 말 CJ그룹과 맺은 콘텐츠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네이버쇼핑이 거래액 기준 연간 20조가 넘는 국내 이커머스 1위 사업자지만 쿠팡의 존재는 충분히 위협적"이라면서 "쿠팡의 성장 속도에 따라 네이버 쇼핑 플랫폼의 분사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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