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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복수전공 명암]공수표 전락한 신사업, 주가 상승분 80% 반납③상장사 18곳, '바이오' 대박 노렸지만 성과 미흡…거래정지·경영권 변동 속출

심아란 기자공개 2021-02-22 08:07:32

[편집자주]

바이오 회사로 체질개선을 시도하는 상장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부품, IT, 게임 개발사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바이오에 도전장을 내미는 추세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단순 주가 부양 수단에 그친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바이오 복수전공을 선언한 업체를 향한 '묻지마 투자'도 끊이지 않는다. 더벨은 바이오로 변신을 꾀하는 업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9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을 기점으로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시장에서 높은 밸류를 인정받자 타업종 상장사들이 잇따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바이오를 신사업으로 앞세워 투자 수요를 흡수했던 상장사는 18곳 정도로 파악된다.

3년이 흐른 현재 이들이 보여준 성과는 어떨까. '바이오'가 주가를 견인한 건 맞지만 대다수 업체가 상승분을 평균 80% 가량 반납한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오 진출을 선언한 이후 경영권 변동 등의 문제로 거래가 막혀있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태생부터 바이오텍이었던 업체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8곳 상장사 가운데 최근 3년 사이 고점 대비 하락폭이 가장 큰 기업은 크루셜텍으로 나타났다. 3년 전 2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현재 1300원대로 94% 가량 낮아졌다.

모바일 지문인식 전문 업체인 크루셜텍은 2017년 말 바이오메디컬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사람의 날숨을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호흡가스 분석기'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성과나 제품 개발 현황 등은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아예 동전주로 전락한 업체들도 눈에 띈다. 작년에 바이오 복수전공을 선언한 에이티세미콘, 브레인콘텐츠 등의 주가 행보와는 차이가 난다. 바이오 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한 지 5개월 만에 철수했던 세화아이엠씨가 대표적이다. 타이어 금형 전문 기업인 세화아이엠씨는 2018년 초반 최대주주가 바뀌고 전환사채(CB)로 400억원을 조달해 바이오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당시 간암 진단키트를 개발하던 디아젠의 지분 110억원을 사들였지만 5개월 만에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디아젠은 현재 사명을 에이스바이오메드로 변경했고 건설사인 상지카일룸이 최대주주로 있다. 세화아이엠씨의 현재 주가는 600원대로 3년 전 고점과의 격차는 82% 수준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코디엠의 주가는 5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코디엠은 3년 전 CAR-T 치료제를 포함한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국내외 바이오텍에 지분투자에 나서는 방식을 택했다. 브이맥이뮤노테크, 미국의 페프로민바이오 등이다. 현재까지 임상 진입 등 추가적인 개발 소식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코디엠의 주가는 2018년 고점 대비 80% 낮아졌다.


바이오 사업 성과보다 각종 '잡음'이 불거지며 시장에서 외면당한 회사들도 있다.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폴루스바이오팜, 코센, 한국코퍼레이션 등이 해당된다. 감사인의 의견거절, 임직원 횡령·배임, 자본잠식 등의 문제가 발견된 곳들이다.

현재는 스타모빌리티로 상호를 변경한 인터불스는 바이오 사업 도전을 언급한 지 1년 만에 철수를 선언했다. 인터불스 사례처럼 바이오 사업을 정리하며 회사 간판을 바꿔 단 곳으로는 이엔플러스(옛 나노메딕스), 비케이탑스(옛 동양네트웍스) 등이 있다. 이들은 '바이오 투자' 언급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는 공통점을 가지며 현재는 고점 대비 74%, 85%씩 내려온 상태다.

화장품 회사인 클리오와 휴대폰 카메라 부품사 나노스는 정관상 사업 목적에 각각 의약품 제조와 바이오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현재 클리오는 본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노스의 경우 3년 만에 바이오 사업의 불씨를 되살리는 모습이다. 이달 3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바이오 사업을 키운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다. 최근 3년 사이 고점과 현재가의 차이는 40%였다. 다른 업체들의 격차가 8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나노스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크지 않은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관련 분야에서 성공이든 실패든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라며 "바이오 관련 경험이 전무한 기업이 신약 연구 초기 단계에 있거나 내부에 국가 과제 등을 수행해 트랙레코드를 쌓을 역량이 없다면 투자를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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