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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Global Sight]롯데케미칼, 문제는 지분구조가 아닌 '지배구조'대표·의장 겸임 여전, 신동빈 회장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도 '지적 사항'

박기수 기자공개 2021-02-24 10:01:29

[편집자주]

환경(E)·사회(S)·지배구조(G)를 합친 단어인 'ESG'는 2021년 국내 재계의 최대 화두다. 동시에 ESG를 고려한 'ESG 경영'은 기업들의 중장기 목표가 됐고 투자자들에 어필할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평가 기관에서 부여받은 고(高)등급은 기업의 자랑거리가 된다. 다만 시각을 '국내'로만 한정 지으면 그만일까? 해외 기업과 경쟁 중인 대기업들의 ESG 경쟁 무대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이다. 국내 기관과 글로벌 기관이 부여하는 ESG 등급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 지, 글로벌 기관이 평가한 국내 대기업들의 ESG 등급은 어떠한지 더벨이 취재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2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은 국내 대기업집단 중에서도 계열사 간 지분 구도가 가장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곳이다.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일본계 롯데그룹 계열사들과의 지분 관계가 남아있는 등 지분구조를 한 번에 정리하기 쉽지 않은 그룹이 롯데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역시 지주사 전환 이후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보유 중이었던 자회사 지분 등을 모두 처분하고 필요한 것은 매입했다. 예를 들어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 호텔롯데로 롯데지주 지분과 롯데알미늄 지분을 팔았고, 롯데지주에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팔았다. 비주력사업 매각을 위해 롯데자산개발과 롯데푸드 지분을 각각 롯데물산과 롯데지주로 팔기도 했다. 반대로 롯데건설 주식을 롯데지주로부터 매입하기도 했다. 미래투자 가치 증대를 기대한다는 의미에서였다.

이렇게 '지분구조' 만큼은 지주사 전환 직후와 비교했을 때 깔끔해진 롯데케미칼이지만, 여전히 글로벌 ESG 기관들이 평가하는 지배구조(G) 평가는 높다고 볼 수 없다. 지분구조 정리에 역량을 투입한 만큼 이사회 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는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아직 ESG 경영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지배구조라고 하면 오너가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고, 어떤 회사가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 '지분구조'를 떠올린다"라면서 "지배구조 평가는 이런 지분구조를 포함해 각 회사의 이사회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독립성과 투명성이 얼마나 잘 확보돼있는 지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SG 평가 요소를 '리스크(Risk)' 의 단위로 평가하는 글로벌 ESG 평가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는 롯데케미칼이 노출된 가장 큰 ESG 리스크중 하나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를 꼽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매긴 롯데케미칼의 ESG등급 역시 총 7등급 중 하위 3번째 단계인 BB등급에 그친다.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자체 ESG 점수를 매기는 LGIM 역시 롯데케미칼의 지배구조 점수를 100점 만점에 36점만을 부여했다.

글로벌 ESG 강자이면서 롯데케미칼과 글로벌 무대에서 뛰고 있는 일본의 미쓰비시케미칼의 경우 LGIM으로부터 지배구조 점수로 68점을 받았다. 롯데케미칼과 큰 차이를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이사회는 총 11명이다.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사내 경영진 4명과 롯데지주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파견된 인물 1명이 있다. 나머지 6명은 사외이사다. 상법 상 규정된 이사회 인원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둔다는 규정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지키고 있는 셈이다.

LGIM이 지적한 부분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겸임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김교현 사장이 의장을 겸하고 있다. 김교현 사장 이전에 롯데케미칼의 수장이었던 허수영 전 화학BU장 역시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해왔다. 투명하고 독립적인 이사회 경영을 위해 최근 재계에서는 대표와 의장을 분리하고 있는데 롯데케미칼은 여전히 이전의 경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또 다른 대표이사이자 '상근' 사내이사인 신동빈 회장의 이사회 출석률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회부터 11회까지의 롯데케미칼 이사회에서 신 회장의 출석률은 55%에 불과하다.

특히 롯데첨단소재 합병 종료보고 승인, 대표이사 선임, 보상위원회 위원 선임 등 굵직한 주요 사내 이슈를 결정하는 이사회에서 불참했다. 사내이사의 책임 경영에 의문부호가 충분히 달릴 만한 요소다.

LGIM이 '기준 미달'로 평가한 또 하나의 요소는 이사회 구성원들의 재직 기간(Board tenure)이다. LGIM은 이사회 임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이 너무 짧거나 과도하게 길 경우 독립적 이사회 경영이 어렵다고 본다.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재직기간은 만 17년을 향해간다. 이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임원이 정작 미흡한 이사회 출석률을 보였다는 점은 감점 요소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사회 임원들이 전원 남성으로 구성돼있다는 점도 글로벌 ESG 기관의 감점 요소로 꼽힌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박경희 사외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10명의 등기임원들이 전원 남성이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롯데케미칼이 ESG 경영 계획을 밝히는 등 ESG 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는 있는 것 같으나 환경 측면에 치우쳐진 계획이라는 시선이 짙다"라면서 "지배구조 역시 ESG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만큼 이사회 독립성을 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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