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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GS리테일, '불균형 합병' 주주 달래기 '묘책은 ESG'①'GS홈쇼핑 흡수' 트리거,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 등 주주친화

최은진 기자공개 2021-03-15 08:15:15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1일 10: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S그룹을 관통하는 이미지는 '보수적·유교적'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수십여명의 오너일가가 공동경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 튀는 '개성'보다는 '안정'에 기반한 조직문화를 선호한다. 그룹의 핵심축이 정형화 된 작업을 고수해야 하는 '중후장대'였기 때문에 안정 지향적인 보수적 문화는 더욱 고착될 수밖에 없었다.

유통 계열사인 GS리테일과 GS홈쇼핑 역시 그룹 전반의 분위기에 압도됐다. 각각 경영하던 오너일가의 성향에 따라 나름의 변화를 추구하기도 했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그룹과 결이 같았다.

최근 장기간 한길을 걸어온 GS그룹 유통 계열사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하는 빅딜이 추진된 게 트리거다. 실제 펀더멘탈 대비 낮은 기업가치로 평가됐다며 반발하고 나선 GS홈쇼핑의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카드가 'ESG'였다. 대그룹 계열사 합병의 대표적 선례인 삼성물산 합병건을 두고 여러 잡음이 흘러나왔다는 점을 의식한 전략적 판단으로도 해석된다.

◇GS홈쇼핑 가치 대비 낮은 주가 불만, 합병과 함께 '주주정책' 공표

GS그룹의 경영방식이 그렇듯 GS리테일과 GS홈쇼핑도 각각 오너일가의 지휘 아래 운영됐다. GS리테일을 허연수 부회장이 GS홈쇼핑을 허태수 회장이 각각 맡았다.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가 낳은 8남매의 자손인 '3세'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오너일가가 각각 분리해 경영하던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통합을 논의하게 된 건 지난해 초 GS홈쇼핑을 이끌던 허태수 회장이 그룹 총수로 이동하면서다. 허 회장의 빈자리는 그의 오랜 벗이자 동료였던 김호성 사장이 넘겨받았다.

오너가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난 GS홈쇼핑은 독자운영을 하다 지난해 11월 GS리테일과 돌연 합병을 발표했다. 리테일사업을 하나로 묶어 10조원 규모의 대형 유통채널을 만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이커머스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해 쿠팡이 장악한 유통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GS홈쇼핑의 주주들이 '낮은 주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강한 반발에 나섰다. 합병비율은 주가의 기간평균을 통해 산출하는데 기업가치 대비 터무니 없이 낮다는 이유다. 발표된 합병비율은 1:4.2236834, 발행주식수를 감안하면 GS리테일의 가치가 2조6000억원, GS홈쇼핑이 9370억원으로 계산된다.


GS홈쇼핑이 현금성 자산만 6000억원을 넘어서는데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캐시카우(Cash cow)라는 점을 감안하면 GS홈쇼핑 주주들이 제기하는 불공평한 합병이라는 반발은 꽤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오너일가인 허 부회장이 이끄는 GS리테일에 GS홈쇼핑이 흡수된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특정 오너일가에 유리한 의사결정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GS홈쇼핑을 전문경영인이 맡게 된 지 1년도 안 돼 이뤄진 빅딜이라는 점에 이러한 우려 역시 무게가 실렸다.

불만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GS리테일이 택한 전략은 주주친화정책과 지배구조 개편이었다. 이는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합병 발표 이후 상당한 체질개선을 위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GS그룹 내 첫 이사회 의장 대표이사 분리, 정관에 ESG 가치 반영 추진

가장 먼저 단행한 변화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의 합병건을 결의하기 전에 이미 이 절차를 단행했다.

2016년부터 대표이사로서 의장을 맡았던 허 부회장이 자진 사임하고 임춘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대표이사가 더 구체적으로는 오너일가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건 GS리테일 뿐 아니라 GS그룹의 관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결단이었다.

게다가 통상적으로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표되던 의장 신규 선임이 특이하게 연중에 어떤 공표도 없이 조용히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됐다.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차원이었다는 게 GS리테일 측 입장이지만 굳이 연중에 갑작스럽게 진행할 필요는 없었다.


이는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추진하는 데 있어 오너일가의 독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의장이 사외이사로 변경되자마자 합병건이 의결됐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의 합병전략을 발표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고도 공표했다. 이밖에 전자투표제 도입, 사외이사 전문성 및 다양성 강화 등도 내세웠다. 주주친화정책으로는 배당성향을 40% 수준을 유지하겠다고도 밝혔다.


올해 들어서는 구심점으로 'ESG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경영 전반의 중점 추진 사항으로 'ESG'를 추가하고 각 항목에 맞는 적극적 실천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대표이사인 허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조윤성 사장, 오진석 전략부문장(부사장), 김종수 MD본부장(전무), 한경수 경영지원부문장(상무), 이용하 인사총무부문장(상무), 이용우 대외협력부문장(상무) 등 주요 임원 6명이 위원으로 활약한다.

한발 더 나아가 GS리테일은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ESG와 연관된 사안들을 정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사회 의장 분리, 사외이사 요건 등은 물론 지배구조 건전성 제고 방안 등을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 측은 공신력 있는 ESG 평가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 요구하는 수준의 ESG 관련 사안들을 최대한 정관에 반영해 의무적으로 실천하겠다는 목표다.

대표이사 제도에 대해서도 각자 대표이사 및 공동 대표이사 제도 등에 대한 세부사항도 정관에 추가키로 했다. 오너일가가 단독 대표이사로서 모든 사안을 진두지휘했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을 동등한 대표이사 자격으로 승격시키며 공동 경영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GS홈쇼핑을 이끄는 김 대표 등이 통합 GS리테일의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GS리테일 내부 관계자는 "통합 GS리테일이 출범하게 되면서 여러가지 개선과제들의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며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것을 시작으로 주주친화정책과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정관에 반영하면서 하나씩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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