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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현대백화점, '대응체계' 마련 절실…구심점 찾을까③'이사회 성평등·근로복지 증진' 모색, 유통·서비스 '지속가능' 핵심

전효점 기자공개 2021-03-16 07:59:16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14:2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 경영이 추구하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와 성장 전략 가운데 중요한 한축을 차지하는 게 사회(Social) 부문이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관점에서 이익 추구와 함께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적 책임'은 소비자, 데이터 보호 및 프라이버시, 성별 및 다양성, 직원참여, 지역사회 , 인권, 노동 등 부문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업이 소속된 사회의 다양한 집단에 대한 인정과 다원성의 가치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동반하는 관계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얼마나 이같은 사회 부문의 책임을 이해하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을까.

◇상장계열사, 사회 부문 A등급 올라서…근로 문제 등 숙제

현대백화점그룹 상장 계열사의 사회 부문 등급은 양호한 편이다. 2019년을 기점으로 전 계열사가 A등급으로 올라섰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2019년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만 해도 현대백화점그룹의 미흡한 사회 부문 성과를 지적했다. 당시 연구소는 "환경과 사회 부문의 성과는 지배구조 부문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면서 "특히 사회 부문의 저조한 성과는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특성상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어 환경 부문보다 사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은 발빠르게 사회 부문 성과 극대화에 주력, 당해 ESG 평가에서 한 단계 상승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들어서도 현대백화점이 전년도 A+에서 A로 후퇴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장 계열사가 사회 부문 평가에서 A 등급을 유지했다.


하지만 사회 부문 관련 몇 가지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관리 인력 가운데 여성 문제는 여전히 쟁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5개 상장 계열사 분기보고서를 열어보면 이사회 내 경영진은 물론 미등기 임원 가운데서도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로는 현대백화점, 현대리바트, 한섬,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등이 있다. 각 계열사가 영위하는 유통·가구·화장품·패션·홈쇼핑·식품 사업은 대부분 마케팅 과정에서 남성보다는 여성 소비자를 타깃팅하며, 판매나 서비스 인력 가운데서도 여성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과정의 비중이 크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철저히 남성 중심으로 관리 인력을 구성하고 운용하고 있다. 유통 및 서비스 사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기풍으로 잘 알려진 범 현대가 대기업집단다운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여성 임원 선발과 육성을 위해서도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전2030'을 선언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천명한 올해도 이같은 인력 운용 방식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5대 상장사가 이달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하겠다고 상정한 신규 사내외 이사 명단 가운데 여성은 여전히 전무하다. 동종업계인 신세계그룹이나 롯데그룹이 등기 여성 임원을 의식적으로 확대하면서 성차별적인 관리 인력 구성 해소에 나서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아직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이사회 가운데 여성 비중을 순차적으로 높여가겠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성 이사를 내년부터 백화점에 도입 할 예정이라며 차후 순차적으로 전 상장사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관리인력 뿐만 아니라 근로인력 부문에서도 이따금 터지는 잡음에 대해 그룹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의 노동과 인권 감수성의 문제도 ESG 사회 부문의 성과를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된다.

최근 계열사 현대홈쇼핑은 자회사 현대HCN 하청업체의 고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HCN 케이블 방송의 설치와 수리를 담당하는 서비스센터 근로자들은 사실상 현대백화점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지만 하청업체와의 불합리한 도급 계약관행이 지속되면서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룹은 해당 고용 잡음은 하청업체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동종업계 기업은 ESG 과정에서 협력업체에까지 엄격한 근로복지 기준을 요구하며 밸류체인 전체의 건전성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직간접 고용 여부를 넘어 근로자와의 갈등을 보다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는 태도를 기대받고 있는 이유다.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노력…전담조직 필요성 등 제기

그럼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해까지 ESG 등급 계단을 끌어올리기 위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다방면에서 애썼다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관건은 조직 내 문제 자체의 유무가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그룹의 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남은 ESG 과제를 보다 세심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룹 혹은 계열사 단에서 모두 특별한 전담 조직을 두고 있지 않다. 각 계열사 경영관리팀 혹은 CSR팀 산하에 ESG 업무를 겸임하는 실무 인력이 있을 뿐이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은 올 들어선 '비전2030'을 선언하면서 ESG 경영 행보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선정하고 추진해나갈 구심점이 되는 조직을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된 셈이다.

최근 ESG 경영 행보를 공식화한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ESG 전략실'이나 'ESG 경영추진팀' 등 별도의 전담 부서를 꾸리고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그룹 역시 신동빈 회장이 VCM 등을 통해 여러 차례 ESG 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후 롯데지주 산하에 전담 조직을 만들고 계열사 단까지 실무 조직 설립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상황이면 전담 조직 구성이 늦을 수 있지만 ESG 대응은 최근의 시대적 요구"라며 "국내에서는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납품하는 대기업들이 주로 ESG 기준 충족을 요구받았지만 지금은 일반 소비자들까지 기업들에 ESG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작년 초부터 그룹 내 전 상장사와 주요 비상장사(면세점 등)에 ESG 각 부문에 대한 분과위원회 담당자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룹 차원의 전담 조직은 아직 없지만 향후 유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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