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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연합 눈치보던 한진칼, 산은 들어오니 '무배당' 경영권 분쟁 이후 배당성향 50% 유지

유수진 기자공개 2021-03-16 08:53:24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11: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2020년도(결산 기준)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해 눈길을 끈다. 2018년부터 배당성향을 50%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주주환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예년과 비슷한 금액의 연말배당을 기대했던 주주들은 아쉬움이 남게 됐다.

무배당을 결정한 직접적인 배경은 실적이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자회사들이 실적부진을 겪으며 배당의 기준이 되는 당기순손익이 마이너스(-) 전환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종식된 경영권 분쟁 상황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걸로 해석한다. 경영권 방어가 중요했던 한진칼에 배당은 주주들의 표심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었다.

한진칼은 오는 26일 서울시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8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및 연결 재무제표 승인의 건' 등 부의 안건을 처리한다. 통상 재무제표 승인안에 배당 계획이 포함되지만 올해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대신 별도의 공시를 통해 배당 관련 설명을 했다. 한진칼 측은 "당기순이익의 50% 내외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면서도 "금번엔 코로나19에 따른 자회사들의 실적부진 등의 영향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해 부득이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존 배당 기조에 변화는 없지만 적자 상황을 감안해 예외적으로 무배당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진칼은 지난해 별도 기준 34억원의 단기순손실을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그간 한진칼은 실제로 당기순이익이 났을 때만 배당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배당 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대한항공 투자부분이 인적분할되며 출범한 이래 총 다섯 차례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적게는 96억원, 많게는 23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을 때다.

눈에 띄는 건 2018년 배당금과 배당성향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는 것이다. 직전년도 75억원이었던 배당금총액을 179억원으로 1년 만에 두배 이상 늘렸다. 심지어 배당성향은 3.1%에서 47.2%로 40%포인트 넘게 높였다. 수익의 절반 가량을 주주들에게 돌려준 셈이다.

앞서 한진칼은 2019년 3월 정기 주총을 한달여 앞두고 이례적으로 배당 정책을 발표했다. 주주 중시 경영의 일환이자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배당성향을 약 5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배당에 인색한 국내 기업풍토를 감안할 때 상당히 후한 편에 속한다.

한진칼 2018년(위), 2019년(아래) 배당 관련 공시.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업계에서는 한진칼이 KCGI와 국민연금을 의식해 주주친화적인 방향으로 배당 정책을 손본다고 해석했다. 당시는 시장에 깜짝 등장한 KCGI가 한진칼에 지배구조 및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하며 막 공격을 시작했던 때다. 사내·외이사와 감사 추천 후보가 담긴 주주제안을 보내는 등 기세를 올렸고 주총에서 양 측의 표대결이 예고됐다.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하며 정관에 이사 자격 강화 관련 내용을 명시하라고 압박했다.

현금배당은 주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표적인 친화정책 중 하나다. 보유자산 확대라는 투자의 목적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호석유화학이나 ㈜한진의 경우처럼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하는 쪽에서 배당 확대를 단골 소재로 삼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소액주주 등 기타주주의 표심을 사로잡아 주총 표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한진칼은 KCGI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손잡고 3자연합을 꾸려 본격적으로 '조원태 흔들기'에 돌입한 작년에도 동일한 전략을 폈다. 2019년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밝히고 각종 위원회 설치 등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장기 배당정책을 확정한 것이다.

이에 보통주 255원, 우선주 280원 등 총 152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2년 연속 배당성향을 50% 수준으로 맞췄다. 기본적으로 3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계획대로 배당을 실시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3자연합이 지분율을 30%에 육박한 수준까지 끌어올렸지만 주주제안 안건 모두를 무산시키고 추천 인사의 이사회 진입을 막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작년 말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한진칼의 주요주주로 등극하며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됐다. 3자연합이 주주제안조차 하지 않아 주총에서 표대결이 벌어지지 않는다. 한진칼은 산업은행이 주주제안한 정관변경안과 추천받은 이사 선임안을 모두 상정했다.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되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굳이 소액주주 등 기타 주주들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셈이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한 발 떨어지며 심적 부담 없이 '무배당'을 결정할 수 있었을 거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조원태 회장 등 오너일가는 물론 KCGI와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 등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들 모두가 배당 수익을 올릴 수 없게 됐다. 작년 말 급하게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다면 한진칼이 손실과 상관없이 무리해서라도 배당을 실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당의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은 작년 말 기준1624억원이다.

한진칼 관계자는 “순손실 발생이 배당을 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라며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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