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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장 3년 리뷰]금융시장 급변하는데…먼 발치 멈춰선 금감원③성장 끝내고 완숙기 접어들어, 금융사와의 관계 '역전'

김민영 기자공개 2021-03-17 07:43:41

[편집자주]

윤석헌 금감원장이 임기 막판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내부에선 직원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고 상위 기관인 금융위와의 대립도 수습하기 어려운 단계다. 금융사들에 대한 감독당국의 위상도 예년만 못하다. '역대 최초'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그가 임기 만료 2개월을 앞두고 조기 퇴진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더벨은 금감원 안팎의 갈등 양상을 짚어보고 윤석헌 체제 3년 동안의 '공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5일 13: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은 1999년 출범 이후 줄곧 성장하는 조직이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팽창과 더불어 인력과 규모 등이 매년 늘어났다. 하지만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을 기점으로 금감원은 ‘정체된 조직’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 감사원 등 정부부처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조직이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예산과 임원 인사 권한도 금융위원회가 쥐고 있는 탓도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손발이 잘린 채 일을 하고 있다”고 푸념한다.

◇4개 감독기관 통합해 화려한 출범, 20년 성장 후 정체

금감원은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합쳐지면서 1999년 1월 탄생했다. 금감원은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또 예금자와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도 넘쳤다.

성장과 함께 조직도 꾸준히 덩치를 키웠다. 설립 당시 금감원 조직은 42개 부서, 4개 지원(부산, 대구, 광주, 대전) 및 3개 해외사무소(뉴욕, 런던, 동경)로 꾸려졌다. 임원 13명(정원 16명)과 직원 1263명으로 출발했다.

지난달 기준 금감원에는 62개 부서가 있고, 지방 11개 지원, 해외에 7개(뉴욕, 워싱턴, 런던, 동경, 프랑크푸르트, 하노이, 북경)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인력도 원장 등 임원 16명에 직원 2026명이 일하고 있다.


겉보기엔 여전히 성장하는 조직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금감원의 성장세는 2018년부터 사실상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3년 금감원은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만 시간을 쏟았다.

2017년 하반기에 나온 감사원 감사 결과가 불러온 여파다. 당시 금감원은 상위직급 직원 수를 줄이라는 지적과 해외사무소를 통폐합 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원하는 만큼 부서를 늘릴 수 없게 됐고, 간부급은 오히려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018년 60개 부서, 2019년 61개 부서, 2020년 62개 부서로 매년 부서가 딱 1개씩 늘었다. 올해 조직개편에서는 부서 수를 62개로 유지했다. 8개였던 해외사무소는 2019년 홍콩에서 철수하면서 7개로 줄었다.

특히 총 정원의 45.2%에 달하던 팀장(3급) 이상 직원 비율을 35% 이내로 유지하라는 감사 결과는 금감원 내부에 충격을 줬다. 안그래도 인사적체가 심한 상황에서 감사 결과가 나오자 ‘물갈이’에 대한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그러나 이미 늘려 놓은 상위직급을 한꺼번에 정리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신규 승진자를 줄이는 쪽으로 해결책을 삼았다.

4급(수석조사역)으로 만 7년(최대 9년)을 근무하면 자연스럽게 3급(팀장급)으로 승진하던 관행이 2018년부터 깨졌다. 보통 승진 대상자 중 50~60명이 승진했는데 2020년엔 39명, 올해는 45명 승진하는 데 그쳤다. 승진 탈락자가 속출하면서 직원 간 반목이 더 심해졌다.

승진자 문턱은 높아졌는데 채용비리로 징계받은 인물이 승진하자 노조의 불만이 폭발했다. 지난달 진행된 승진 인사에서 노조는 A 부국장과 B 팀장의 승진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2014년과 2016년 전문·신입직원 채용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감사원에 적발돼 각각 견책과 정직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급기야 고위 임원들이 노조 등 직원들의 불만에 공감하고 반성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금감원 인사위원회에 참여하는 김근익 수석부원장, 최성일·김도인·김은경 부원장은 지난 11일 ‘부원장 일동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그럼에도 노조는 15일 윤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청와대 공직기강감사실의 특별감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반목하고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직 내에서 승진하는 사람과 승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겨나면서 인사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번 노사 갈등에도 인사적체가 근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감독규정 제·개정 권한 없어지자 '금감원 패싱' 현상

금감원의 감독규정 제정·개정 권한이 금융위로 완전히 넘어간 것을 변곡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의 금감원은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나뉘면서 재출범했다. 두 기관이 갈라지면서 금융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감독규정 제정·개정 권한을 금융위가 가져갔다.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금감원 실무 부서에서 감독규정을 손 볼 일이 있으면 주도적으로 개정안을 마련해 금융위에 통보하는 식이었다. 2008년 이후로는 감독규정 개정을 금융위의 관련 ‘과’가 주도하고 금감원은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 바뀌었다.

감독규정을 건드리지 못하면서 금융사들과의 관계도 모호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감독규정을 바꾸기 위해 금융위로 달려가면서 금감원을 패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융사 사이에 끼여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직원들이 지쳐갔다”고 했다.

금감원이 집안싸움을 하는 동안 금융사들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과 같은 존재로 커졌다. 2005년 전후로 출범한 금융지주사들은 하나의 거대한 자본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5개 은행계 금융지주사 등 10개 금융지주사가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형국으로 변했다. 10대 금융지주사의 총자산은 작년 6월 말 기준 2822조7000억원에 달한다. 10개 지주의 연결 당기순이익도 작년 상반기에만 7조6262억원에 이른다.

금융 환경이 바뀌고 금융시장이 성장하면서 금감원의 검사 대상기관도 금융지주 10개사, 은행 55곳 등 5983개로 늘었다. 대부업, 사모펀드, P2P 등 새로운 금융시장이 열리면서 금감원의 감독 영역이 계속 넓어졌다. 인력은 적은데 피감기관만 급격히 늘어 전문성을 키우는 데도 한계에 다다랐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조직에 오래 몸 담다 보니 지금의 금감원은 완숙기를 넘어 조금씩 쪼그라들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잘 나가는 조직은 좋은 얘기만 들리지만 그렇지 못한 조직에서는 잡음이 계속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데 금감원이 딱 그런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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