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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공정거래 트래커]쿠팡, '벤처와 대기업 사이' 관점 변화가 낳은 논란들①자산 5조 유통대그룹 대열, 내부통제 미비 '공정성 시비' 잇단 잡음

최은진 기자공개 2021-03-24 07:24:10

[편집자주]

2010년대 초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경제민주화'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공정경제'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재계에 더 날카로운 칼날이 드리워졌다. 특히 유통업계는 중소상공인과 상생이 필요한 영역으로 공정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상위권 대그룹과 달리 여전히 구태 흔적이 역력한 유통기업들은 이제 비로소 변화를 준비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유통기업들의 공정거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9일 12:4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가총액 90조원. 쿠팡은 국내 상장기업과 몸값을 비교하면 현대차보다 높고 삼성전자보다 낮은 수준에 위치한다. 불과 업력 10년만에 국내 톱티어(Top-tier)와 어깨를 견주는 위치에 섰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는 한국사업에 대한 평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의 흥행은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뻗어나가는 '아마존'이라는 별칭까지 붙으며 이미 글로벌 기업의 입지를 갖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보는 쿠팡의 위치는 다소 애매하다. 금융이나 기술의 시각으로 봤을 때야 쿠팡이 선진화 된 기업으로 평가되지만 대기업 집단이 갖춰야 할 '공정거래'와 '노동' 이슈 관점에서 볼 때 갈 길이 멀다.

연일 터지는 노동자 사망사고 논란이나 중소상공인에 대한 대금결제 이슈 등은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관련 정책 등이 온전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직 업력 짧은 벤처기업 수준에 불과하지만 대기업 집단에 지정될 정도로 급격하게 몸집이 커진 상황에서 쿠팡을 보는 시각도, 요구하는 수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10년 전 경쟁사들과 판박이…코로나 기점으로 논란 야기

10년 전 소셜커머스라는 이름으로 막 출범한 쿠팡의 공정거래 이슈는 소비자 피해 사례 정도가 전부였다. 소비자 환불규정을 준수하는 지, 가품거래가 있는 지 여부 등이 중점 관리 대상이 됐다. 쿠팡 뿐 아니라 티몬, 위메프 등 동종 소셜커머스들이 함께 짊어진 이슈였다.

온라인 쇼핑 시장 거래금액이 70조원 규모로 늘어난 2016년께 쿠팡을 보는 규제당국의 관점이 단순 상품 중개인에서 대규모 유통사업으로 전환됐다.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기업의 불공정 거래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는 한편 표준거래계약서를 제정해 배포했다. 이들 기업의 임원들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까지 할 정도로 유통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한 분야로 분명한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2018년 쿠팡이 처음으로 갑질혐의로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납품업체에 상품판매대금 지급을 미루고 판촉비용을 전가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갑질'이라는 말이 쓰일 정도로 유통시장 내 쿠팡의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쿠팡의 입지가 지금과 같이 시장 지배력을 갖는 대기업 위상까지는 아니었다. 갑질도 쿠팡 외 경쟁 이커머스 사업자들과 함께 이슈가 된 사례였다.


궁극적으로 쿠팡의 위상이 대기업에 버금갈 정도로 확대된 건 불과 1년 전부터다. 쿠팡의 표현대로 '쿠팡없이 어떻게 살았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국적으로 쿠팡열풍이 불어닥친 게 시발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비대면 채널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다.

지난해 초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쿠팡을 찾아 김범석 대표이사를 만나고 자율규제를 당부한 데 이어 이커머스시장에 대한 감시감독 강화 필요성을 국정 업무계획에 포함시키켰다.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면서 규제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쿠팡에 대한 관점이 소셜커머스 중 1곳이 아닌 쿠팡 그 자체로서의 시장 지배력을 인정받은 시점이다.

◇상장 맞물려 '지속가능성장' 강조, 잇단 사고 보완책 마련 분주

최근 쿠팡의 상장을 앞두고 일부 외신이 쿠팡 내 '근로자 사망' 이슈를 주요 화두로 꺼내 보도했다. 단순 실적이 아닌 지속가능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투자의 가장 기본으로 여기는 선진시장에서 근로자 이슈나 환경 및 사회이슈는 밸류에이션 만큼 중요하다. 쿠팡이 증권신고서에 관련 이슈에 대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여러차례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에 최근 1년간 비난여론이 가장 빗발쳤던 파트는 물류 및 배송부문이다. 주문이 대폭 늘어나면서 관련 부문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했다. 쿠팡으로서는 처음 닥친 일이기 때문에 메뉴얼도 부족했고 대응도 늦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사망한 쿠팡 직원은 대략 8명 정도다. 과로사가 주 원인이라는 노조 및 유족의 입장발표가 있었지만 쿠팡측은 법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근로시간 등을 지켰다고 맞섰다. 근로복지공단은 결국 이들의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물류 및 배송부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지에 대해선 끊임없는 제보가 나오고 있다.

중소상공인(SME)에 대한 대금지급과 관련한 문제도 불거졌다. 쿠팡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에게 상품대금을 지급하는 일정이 경쟁사보다 상당히 늦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빠른 정산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 외의 이커머스 기업들은 대략 대금지급일까지 10일 정도 걸리는 데 반해 쿠팡은 대략 한두달 정도 소요된다.

쿠팡의 지배력이 높아질수록 중소상공인들에 불리한 거래가 확대될 여지가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통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유동성이기 때문에 중소상공인에 유리한 거래는 쿠팡의 이득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통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갑질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대기업을 상대로 갑질 이슈가 불거질 정도로 이미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지배력은 막강하다. 2019년 쿠팡이 LG생활건강에 납품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거나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거래를 끊는 등의 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같은 해 크린랲도 유사한 이슈로 신고했다가 무혐의로 종결했다.

지난해 말에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지난달에는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쿠팡 임원이 참석해 문제가 되고 있는 현 사안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약속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후 보완하는 시스템 등을 보도자료 등을 통해 내놓고 있다.


일련의 문제는 각각 다른 이슈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공정거래 이슈와 맥이 닿는다. 근로자 이슈는 업무환경에 대한 계약이 공정한 지 여부가, 중소상공인 및 파트너사와의 이슈는 계약의 공정성 부분이 중점 대상이다.

표면적인 이슈가 다르지만 공정거래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배경에는 쿠팡의 시장 지배력과 경제 파급력이 확대됐다는 이유가 있다. 유통 플랫폼이라는 '갑'의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상공인 또는 근로자, 고객 등과 스킨십이 확대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갈등은 불가피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쿠팡이 아직 완전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초대형 유통대그룹인 롯데그룹도 갑질 이슈 등 상당히 많은 공정거래 이슈가 불거졌던 것과 비교하면 쿠팡 역시 같은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며 "벤처그룹으로 시작해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대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내부통제 시스템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해 나갈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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