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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금융공사 무산? 센터로 축소해 산은에 설립하나 ESG·뉴딜기획부 주도 가능성, 효율성·존재감 약화 고려…진정성 우려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1-03-19 13:31:22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7일 06: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녹색금융공사가 ‘센터’로 축소되고 KDB산업은행 내부에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른다. 녹색금융공사가 출범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드는 데다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역할이 중복된다. 정치적 계산과 효율성 측면에서 KDB산업은행 내부에 설립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KDB산업은행의 올해 조직개편을 놓고 녹색금융센터를 염두에 둔 밑작업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나온다. 올해 신설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뉴딜기획부가 소문의 주인공이다. 이 부서는 3개의 팀으로 구성됐다. 향후 센터가 출범하면 이 중 한 팀이 센터를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센터로 축소, 산업은행 내부 설립 가능성

16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내부에 녹색금융센터가 생길 것이라는 시선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ESG·뉴딜기획부 아래의 팀이 향후 녹색금융센터가 생겼을 때 할 일을 수행하고 있다”며 “효율성이나 자본 측면에서 KDB산업은행의 내부에 녹색금융센터가 설립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은 2021년도 조직개편에서 정책기획부문을 정책·녹색기획부문으로 바꿨다. 녹색금융과 한국판 뉴딜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정책·녹색기획부문 아래 ESG·뉴딜기획부를 새로 만들고 △한국판뉴딜추진팀 △녹색금융팀 △기후변화사업팀 등 세 개 팀으로 구성했다.

한국판뉴딜팀은 은행내부에서 뉴딜정책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녹색금융팀은 정부의 친환경,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한 사업을 발굴해 지원한다. 기후변화사업팀은 국내에서 유일한 녹색기후기금 인증기구로서 관련 사업을 찾는다.

업계 관계자는 “녹색금융팀이 녹색금융센터의 전신이 될 것”이라며 “현재 녹색금융센터가 해야 할 녹색금융 관련 업무를 녹색금융팀이 주도적으로 맡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금융센터가 생기면 녹색금융팀 인력이 센터로 옮겨 사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녹색금융공사를 센터 형식으로 KDB산업은행에 설립하자는 주장이 공식화한 것은 올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별도로 공사가 있는 게 좋기야 하겠지만 (설립까지)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센터형식으로 KDB산업은행이 맡아 세우는 편이 좋겠다고 밝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물론 다른 국책은행들도 녹색금융과 관련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혁신성장금융본부가, IBK기업은행은 ESG경영팀이 이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한국수출입은행은 수소에너지, 풍력과 태양광, 2차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 미래모빌리티 등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해외 수출을 지원한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삼는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설립 목적 등 태생적 한계 때문에 KDB산업은행처럼 폭넓게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녹색금융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해 7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그린뉴딜 금융지원 특별법 제정 전문가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제기됐다. 그해 11월 민 의원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논의가 본격화했다.

자본금 수조원 규모로 설립해 녹색금융 전반을 아우르도록 하겠다는 것이 민 의원의 복안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됐다.

◇‘합병’ 트라우마 작용했나, 진정성 우려도

녹색금융공사를 일단 KDB산업은행 내부 센터로 설치하면 효율성 측면에서 이점이 클 수 있다. 수조원의 자본금을 당장 마련할 필요가 없는 데다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등 절차도 비교적 적어 단기간에 설립할 수 있어서다.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녹색금융공사에 ESG·뉴딜기획부의 업무가 이관되면 KDB산업은행의 비중이나 중요성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책은행의 오랜 트라우마를 건드린다. 통합론이다.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하는 것은 비교율적이라며 과거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이 거론된 바 있다. 2013년에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통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사례도 있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KDB산업은행을 민영화하겠다는 목표로 정책금융 기능을 분리해 2009년 설립한 기관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이 정책은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한국정책금융공사는 2015년 다시 KDB산업은행에 흡수됐다.

그러나 녹색금융센터를 설립하는 것만으로는 녹색금융의 지속성과 진정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KDB산업은행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석탄금융과 관련한 사업을 활발히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KDB산업은행은 국정감사 등에서도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지적받기도 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KDB산업은행의 고위 임원들은 석탄화력발전 관련 투자에 앞장섰으며 비교적 최근까지도 기후금융, 녹색금융 등에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며 “KDB산업은행이 일반 시중은행처럼 이익을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녹색금융센터에 진정성을 보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KDB산업은행은 “녹색금융센터와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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