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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 화장품 이사회 점검]위기의 K뷰티, 롤러코스터 업황 '잠자는 이사회'소규모 '가족경영' 외생변수 취약, '견제 기능' 부재 경쟁력 쇠퇴로

김선호 기자공개 2021-03-22 08:02:03

[편집자주]

한류 열풍을 탄 K-뷰티 바람은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에게 한 때 황금기를 선사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경제보복과 국내 로드숍 한파, 코로나19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급격한 영업환경 변화 속에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선택과 판단이 갖는 무게감은 더욱 크기를 더해하고 있다. 외풍에 시달리며 생존의 기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들의 이사회 활동과 성과를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8일 13: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화장품 업체는 롤러코스터와 같이 변하는 영업환경 속에 지속 성장 전략을 수립해야 했다. 'K-뷰티' 인기로 한때 황금기를 맞이했지만 이내 경쟁력 약화와 코로나19 등 외부 악재가 겹치면서 대부분 수년째 적자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중소·중견 화장품 기업의 이사회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서 신사업 계획 수립, 글로벌 진출, 자금 조달 등 운명의 순간마다 다양한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했다. 안정적 이사회 지배구조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서 기업의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이들 이사회는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치중하면서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립하는 데 소홀한 측면도 적지 않다. 소수 경영진과 오너가의 독단적 판단을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의사 추가, 이사회 전문위원회 마련도 미진했다는 평가다.

◇‘온탕에서 냉탕으로’ 떠나간 황금기

과거 한류 열풍은 국내 화장품업계에 ‘K-뷰티’라는 명칭을 안겨줬다. 해외 시장에서 국내 화장품이 인기를 끌자 이에 편승하기 위해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도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유통 채널을 다각화했다. K-뷰티는 흥행 '보증수표’와 같았고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17년 본격화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첫 위기를 맞이했다. 중국발 위기는 장기화되며 화장품 시장에 한파를 몰고 왔다. 이 가운데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화장품 로드숍은 쇠퇴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2017년에는 처음으로 로드숍 점포(가맹점 등) 증가세가 꺾였다.

자료: 한국면세점협회,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둔화와 면세점 채널 위기가 화장품시장에 타격을 입혔다. 특히 언택트(비대면) 소비 증가를 예상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한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는 생존까지 위협받았다. 저가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는 양극화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경쟁력을 잃어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이블씨엔씨다. 저가 브랜드 ‘미샤’를 2002년 출시하며 화장품 로드숍 시대를 연 에이블씨엔씨는 해외까지 진출하며 2015년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고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2017년 사모펀드 IMM PE가 인수한 뒤 잇따른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새주인을 맞은 뒤 8차례에 걸쳐 대표를 변경하면서 수익성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도 2인의 사외이사 수를 그대로 유지한 채 오히려 기타비상무이사 4인을 등기임원으로 올리는 등 IMM PE는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 힘을 쏟았다.

◇지배력 탄탄한 소왕국, 견제 기능은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에서 사외이사는 대부분의 이사회 안건에 ‘찬성’ 표를 던졌다. 반대표가 희귀할 정도다. 사외이사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을 견제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위원회도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 오너일가는 그들만의 소왕국을 건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니모리는 전형적인 가족경영 기업으로 꼽힌다. 오너 일가 나눠 가진 지분을 모두 합산할 시 60%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일찍부터 자녀를 이사진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배 회장의 딸 배진형 차장은 1990년 생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 2016년부터 토니모리 해외사업을 맡고 있으며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현재 토니모리의 이사진은 사내이사인 배 회장 부녀 2인과 사외이사 3인(주영섭·이길동·박균택)으로 구성돼 있다.


토니모리는 경쟁사 대비 사외이사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이사회 활동 내역은 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과 자회사 유상증자, 연대보증을 논의하는 데 집중됐다. 그리고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진이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수딩젤’로 인기를 구가했던 네이처리퍼블릭에서 오너 정운호 대표가 차지하는 입지는 막강하다. 상습도박과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뒤 지난해 출소하자마자 정 대표는 수장 직을 꿰찼다. 그 이전에는 전문경영인을 대표 직에 앉히기는 했지만 부인 정숙진 기타비상무이사가 의장을 맡아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 밖에 화장품 제조업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에서의 이사회에 대한 중요도는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사회 소위원회는 전무한 상태로 사외이사도 1~2인 정도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특히 코스메카코리아는 조임래·박은희 부부가 대표와 사내이사를 모두 맡고 있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상당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 화장품 기업은 호황와 불황을 오가며 사업 실적에 치중했을 뿐 이사회 등의 내부를 정비하고 선진화해나가는데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다수 화장품 제조사가 생사의 경계선에서 비교적 선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사회 기능의 부재에 대한 위기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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