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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로 불완전판매를 없앨 수 있을까 [thebell note]

김진현 기자공개 2021-03-23 08:15:0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9일 07: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과 각종 헤지펀드 환매중단으로 금융투자업계에는 강한 규율이 생겼다. 각종 사고의 결과로 지난해 3월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 적용을 앞두고 있다.

현장은 벌써 소란스럽다. 은행들은 연초부터 창구에 녹음장치를 달기 시작했다. 금융소비자보호 책임을 위반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법적인 문제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다.

프라이빗뱅커(PB)들은 금융상품을 하나 권유하기 위해 전공서적만 한 투자관련 서류를 내밀고 단어 하나하나를 신경 써가며 녹취를 하고 있다. 금소법 도입을 앞두고 은행들은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 및 고위험상품 가입 고객과의 상담과정을 자발적으로 녹취하고 있다.

전자서명, 기명날인으로도 의사 표현이 가능하지만 금융사고 발생시 증거 부족으로 인해 처할 분쟁을 차단하기 위해 녹취도 함께 진행한다. 녹취를 시작한 이후 PB들은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고 하소연한다. 고객을 한명 상대하고 나면 그야말로 '그로기(groggy)' 상태가 된다고 한다.

한 프라이빗뱅커는 "요즘 상품 가입 상담을 하면 기본 2시간"이라며 "고객도 지친다고 빨리하자고 하는데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고위험상품 한두개만 포트폴리오에 집어넣어도 한 고객을 상대하느라 하루가 다 간다고 한다.

금소법 시행 전부터 은행들은 내부 단속을 강하게 하고 있지만 벌써 일부 편법 사례도 들린다. 고객이 직접 상품을 가입하면 별도의 설명 과정이나 녹취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직접 가입을 유도한다. 심한 경우엔 직원이 직접 핸드폰을 받아 가입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객들도 바쁜 시간을 내 은행을 찾은 경우도 있어 암묵적으로 동의하곤 모른체 하는 거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가입 형태가 훗날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일부가 편법을 택한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하다. 상품 가입을 위한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각각의 개별 상품을 권할 때마다 계속해서 위험에 대해 고지해야 하고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하니 PB도 고객도 지친다.

벌써 편법 사례가 들리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녹취를 강제한다고 해서 불완전 판매 건수가 0건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진정 고객을 위하는 PB였다면 녹취가 없어도 성심성의껏 설명 의무를 다했을 거다.

옛말에 궁쥐에 몰린 쥐는 삵을 문다고 했다. 어려움이 생기면 각자 제 살길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편법을 쓴 이들은 삵을 무는 대신 또 다른 쥐구멍을 찾는다. 편히 영업할 수 있도록 하되 쥐구멍은 뚫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바로 진정한 금소법의 취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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