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원격현장실사 본격화하나…첫 수주 '물꼬' 3500억 규모 미국·호주 PPP 자산 대상, 4월 말 보고서 완료 목표
이지혜 기자공개 2021-03-19 10:56:59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8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평가가 미국과 호주의 에너지와 인프라 시설을 대상으로 원격현장실사를 진행한다. 올 2월 ‘해외 에너지·인프라시설의 원격현장실사 방법론’을 낸 이래 첫 수주다. 한국기업평가 사상 두 번째 원격실사이기도 하다. 실사 자산의 규모는 작지 않다. 무려 3500억원에 이른다.한국기업평가는 사실상 첫 수주인 만큼 만반의 각오를 가지고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이전에 합을 맞췄던 회사를 파트너로 확보했다. 에너지와 인프라 시설인 만큼 호주 연방법까지 파악해뒀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대체투자사업이 막힌 가운데 원격실사가 돌파구로 자리잡기를 바라서다.
◇미국과 호주 PPP자산 원격현장실사
한국기업평가가 최근 해외 에너지와 인프라시설을 대상으로 원격현장실사를 진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18일 밝혔다. 계약을 맺은 상대방은 NH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신한대체투자운용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원격으로 현장실사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에버딘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쳐 파트너스LP I'(Aberdeen Global Infrastructure Partners LP I, 에버딘펀드)의 LP 지분을 모두 매입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에버딘펀드는 미국에 한 곳, 호주에 세 곳의 PPP(민관협력사업)자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자산은 덴버에서 통근철도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Denver FasTrack)의 지분 45%다. 호주에 있는 자산은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뉴 로열 애들레이드 병원(New Royal Adelaide Hospital) 지분 17.26%,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에 위치한 수처리 시설(Mundaring Water Treatment Plant) 지분 49.9%, 호주 퀸즈랜드에서 경전철 사업을 영위하는 뉴 제너레이션 롤링스톡(New Generation Rolling Stock) 지분 25%다.
현재 에버딘펀드가 보유한 자산은 모두 운영되고 있다. 실시협약 평균 잔여기간은 약 25년이다. 이번 프로젝트 규모는 모두 3억1500만 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3500억원 규모다.
한국기업평가에게 있어서 이번 원격현장실사건은 향후 사업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올해 2월 ‘해외 에너지·인프라시설의 원격현장실사 방법론’을 낸 이래 처음으로 수주한 건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풍력발전 단지 원격현장실사를 진행하면서 방법론을 내고 사업화하고자 구상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대체투자사업이 완전히 차단돼 증권사와 투자자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원격현장실사가 돌파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에버딘펀드 자산 매입 프로젝트와 관련해 원격현장실사 최종 보고서를 이르면 4월 말까지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용철 이사 진두지휘, 경험치 쌓았다
에버딘펀드의 자산 매입 프로젝트는 신용철 에너지&인프라부문장이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신 부문장은 1999년 한국기업평가에 입사해 사업가치평가본부의 에너지&인프라부문에서만 쭉 경험을 쌓다가 2019년 부문장에 올랐다.
그동안 23개국을 다니며 에너지와 인프라 설비를 두루 살피고 평가해왔다. 현장실사 경험만큼은 국내에서 손꼽힐 만큼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부문장은 원격현장실사에 이런 노하우를 담아내고자 했다.
한국기업평가가 해외 대체투자자산을 대상으로 원격현장실사를 처음 진행한 것은 지난해다. 미국에 있는 풍력발전 단지를 대상으로 미국에 협력사를 확보하고 영상업체를 선정해 팀을 꾸렸다.
방송용 카메라와 드론을 활용해 현지 풍력발전 단지 설비 운영현황과 부사장 등 인터뷰를 확보해 투자자에게 공개했다. 이는 원격현장실사 방법론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신 부문장은 당시 미국 협력사를 선정하고 영상업체를 섭외, 성우를 발탁하는 단계까지 일일이 참여했다. 현지 사업장에 협력사가 제대로 도착했는지 화상통화와 GPS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물론 영상의 자막을 조정하는 것까지 직접 손을 댔다.
신 부문장은 이번 에버딘펀드 관련 실사에서도 지난해 함께 일한 미국의 오치드그룹, 스카이디지털과 합을 맞췄다. 호주자산 실사 업체는 한국기업평가가 오치드그룹, 스카이디지털 등 3사의 관리 하에 외주업체를 추가 고용하는 형태로 선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은 물론 주(州)간 이동도 쉽지 않아서다. 국가의 주요 시설인 만큼 실사하기도 까다로워 신 부문장은 호주 연방법까지 직접 뒤져가며 당국의 허가를 받을 근거를 찾아냈다.
신 부문장은 “미국과 호주 등 그동안 한국기업들이 활발히 대체투자활동을 벌여왔던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성검토를 마친 프로젝트에만 원격으로 현장실사를 진행하면서 시장의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이미 원격현장실사 기법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이 코로나19에 가로막혀 투자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올해 1월 ‘증권회사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마련’을 발표하고 현지실사를 의무화하되 감염병 등으로 현지에 방문하기 어렵다면 대체절차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를 근거로 원격현장실사 방법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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