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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금감원의 묘수 문제없나 [Policy Radar]계약당사자·계약성립 여부만 판가름…'빠른 결론' 불구 실제보상은 지연

허인혜 기자공개 2021-04-12 08:09:59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8일 15:0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 펀드에도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론을 지으며 법률 적용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사고에 통상적으로 적용해 온 손해배상 대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당국의 주논리가 됐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빠른 결론을 위한 금감원의 '묘수'로 평가된다. 계약 당사자와 계약 자체의 성립 여부만 고려하면 결론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펀드 사고의 다변적인 책임을 살피지 못한다고 우려한다. 펀드 판매사와 수탁사, 사무관리사와 운용사, 투자자 등 책임 소재가 다양한 데도 판매사 단독 책임 지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적용 배경 '빠른 결론·간단 근거'

금감원은 5일 열린 옵티머스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권고를 내렸다. 계약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정으로 배상이 아닌 전액 반환을 해야 한다.

금감원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배경으로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발주공사 관련 확정매출채권을 펀드자산으로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NH증권이 투자제안서 등을 통해 확정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투자자에게 설명하며 법률행위의 중요 부문에서 착오를 유발했다'고 봤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금융법이 아닌 민법 제109조를 따른다. 민법 제109조에는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감원은 NH증권이 투자제안서에 의존한 설명을 한 점이 '법률행위의 중요부문의 착오'라고 설명했다.

라임 펀드를 빼면 금융사고를 두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한 선례가 단 한 건에 그친다는 점에서 적용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빠른 결론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 326건 중 조정안 2건을 대표적으로 선정했다. 배경으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가 가장 잘 나타나는 사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하기 위해 고려해야할 사항은 손해배상 등 다른 선택지 대비 적다. 계약 당사자간의 책임여부와 계약 자체의 성립 여부만 고려하면 적용이 가능하다. 배상 비율을 따질 필요도 없다. 계약 취소는 전액을 돌려준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발견은 금감원의 묘수로 평가받는다. 법학자인 김은경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장이 전액 반환이 가능한 민법 적용을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금융 사고를 두고 통상적으로 '손해배상'을 권고해 왔다. 분조위가 판단한 손해배상안과 손해배상액 비율을 제시하고 금융사가 자체적인 판단을 통해 권고안의 범주안에서 분쟁을 해소해오던 절차가 일반적이었다. 금융 사고의 손해배상은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비율이 높았다.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자 책임을 20% 안팎에서 결정했다. 라임·옵티머스 전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적용돼 계약이 취소된 펀드는 '피닉스 펀드'가 유일하다.

◇금투업계 "책임 희석 우려" 빠른 결론, 느린 보상 부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계약 취소 결정이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책임이 희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사가 펀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으면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김 부원장보는 "투자자들의 책임을 묻기 앞서 앞으로 이같은 상품이나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판매회사, 자산운용사 등 내부통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부통제를 통해 상품을 잘 만들 경우 이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판매사만 보상책임을 진다는 비판도 있다. 수탁사와 사무관리사 등 관계사들의 책임이 있지만 보상 주체에서는 빠졌다는 지적이다. 금감원도 제제안 통보와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인 예탁원의 책임 소재를 일부 인정한 바 있다.

NH증권은 내부 법률검토에 따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정영채 NH증권 대표는 분조위 당일 열린 금융위원장 금융사 CEO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판단된다면 법리적인 이슈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이 책임져야할 서비스회사들에게 면책을 주는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최소한 분조위의 결정이 금융회사간 다툼을 왜곡시키는 일만 없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리적 근거 외에도 전액 배상 금액이 워낙 크고 이사회 결정도 남아 있다. 분조위 결정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선례도 있다. 분조위 민원의 절반 이상은 보험업계가 차지한다. 암보험과 연금보험을 지급하라는 민원이 주다. 윤석헌 원장이 취임 직후 샅바싸움을 했던 안건이다. 보험업계는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분조위 결정을 거부했다. 대법원이 보험금 지급의 타당성이 적다고 판시했지만 금감원은 지난해 말 징계를 내렸다. 보험업계는 차라리 제재를 받는 방안을 택했다.

금감원의 빠른 결정을 두고 해석은 갈린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상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투자자 보상 외에 다른 이유도 있었으리라고 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말을 종합해보면 NH증권 사례의 경우 이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론으로 지어놓고 적용이 가능한 민원을 고른 것 아니겠느냐"며 "다자배상 등 여러 안을 고려할 수 있었을 텐데 빠른 결론을 도출하며 (금감원장의) 임기내 결정을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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