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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흔들리는 LH]잡음 많은 대토보상, 문제는 '갈팡질팡' 내부지침?⑦내부지침 허술, 사업지역별 편차로 갈등…공급시점 '깜깜이'

고진영 기자공개 2021-04-12 13:19:05

[편집자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출범 12년만에 해체 수준의 개혁 요구에 직면했다. 직원 부동산 투기로 알려진 비위 사실은 조직 전체의 도덕성에 흠결을 남겼다. 후속조치로 사태방지법과 조직개편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산 180조원 규모의 거대조직이 그간 어떤 견제장치에 의해 움직였는지 의문은 남아있다. 더벨이 LH 이사회 선임과정과 운영방식, 감사조직, 소위원회 분석 등을 통해 통제시스템의 한계와 개선점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9일 16: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토보상 제도는 크게 두가지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신도시 개발과정에서의 원주민 재정착 지원, 그리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다. 개발을 위해 토지를 내놓는 소유자에게 현금 대신 땅을 주겠다는 것인데, 잘만 진행되면 지주(地主)와 정부가 모두 원하는 바를 얻기 때문에 명분도 취지도 이상적이다

하지만 구슬을 쥐었어도 제대로 꿰질 못하니 사업이 영 빛을내지 못하고 있다. 대토보상을 진행하는 LH가 일관적인 가이드라인 제시에 실패했다는 점이 원인이라는 평가다. 설상가상 이번 투기 사태 역시 대토보상을 시발점으로 번진 탓에 제도 손질의 압박은 더 거세졌다. 특히 느슨한 내부지침과 들쑥날쑥한 공급가격 변동폭이 문제로 꼽힌다.

◇갈피 못잡는 LH, 가이드라인 방향성 부재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토보상제는 다방면에서 시험대에 선 상황이다. LH 직원들이 광명시흥지구에서 대토보상을 노리고 대거 땅 투자에 나섰다는 의혹이 나온 만큼 이를 계기로 아예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린다.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허점들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토보상은 2007년 도입됐다. 구체적으로 택지개발지역 땅 주인들에게 추후 지구 내의 다른 토지(대토용지)를 수의계약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매입시에는 지주들이 미리 책정된 토지보상금 만큼을 대토용지 가격에서 빼고 추가 부담금을 내는 방식이다.

원주민들로서는 입지가 좋은 토지를 싸게 공급받을 수 있을 뿐더러 살던 지역에 다시 머무를 수 있고, 국토부의 경우 보상금으로 풀린 막대한 현금이 시중에 재유입되면서 주변 땅값이 오르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물론 대토보상권 자체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1인당 대토로 공급받을 수 있는 면적도 990~1100㎡로 한정적이다. 따라서 여러 지주가 보상권을 모아 대규모 필지를 확보한 뒤 개발사업을 벌여 수익을 나눠야 한다. 국토부에서는 리츠 방식을 권장하고 있으며 이 경우 땅 소유자는 대토보상권을 리츠에 현물출자하고, 리츠가 개발사업을 추진해 배당의 형태로 수익을 배분하게 된다.

문제는 LH의 ‘대토보상 시행지침’이 지역본부 및 사업본부에 지나친 재량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마다 기준이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다. LH는 보상협의를 시작한 날부터 15일째되는 날까지 대토보상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대토용지 감정 방식을 두고도 기준이 돌연 바뀌는 경우가 있었다.

작년 말 신청이 진행된 3판교 지역의 사례가 이랬다. 앞서 판교 제2테크노밸리의 경우 수용 토지의 보상가와 대토용지 단가가 모두 신청 당시를 기준으로 하는 시세 감정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3판교에 대해 LH는 갑자기 대토용지 단가 감정에 앞으로의 추정 개발이익을 반영하도록 했다. 이렇다 보니 평당 1920만원이었던 2판교와 달리 3판교는 필지 단가가 평당 3900만원으로 올랐다.

지주들은 수용 토지보상금을 기준으로 추후 공급받을 대토용지 면적을 신청할 수 있는데, 대토용지 단가가 올랐으니 계약 가능한 용지 크기가 줄어든 셈이다. 대토보상권의 가치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LH는 지주들의 반발로 이 방식을 철회했지만 명확한 지침의 공백이 드러났던 케이스다.

지침 자체의 이슈도 있다. 2019년 11월 LH는 대토용지 공급가격을 ‘감정가의 최대 120%’에서 ‘낙찰가의 90%’로 변경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낙찰가는 통상 감정가의 200~300% 선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대토용지 매입시 원주민들이 치뤄야 하는 추가금액을 대폭 높이는 규정인 셈이다.

이를 두고 갈등을 불거지자 LH는 불과 반년 만인 2020년 6월 다시 원래대로 지침을 재개정하는 등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해당 지침은 권고사항일뿐 감정가의 120%를 넘겨선 '안된다'는 의무규정이 아니기 때문의 문제의 불씨는 남아있다.


신청 당시 어떤 용도의 필지를 공급받을지 미리 정해야 한다는 점도 사업 진행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LH는 공동주택용지, 상업용지 등 용도별 용지 가운데 하나에 대해서만 신청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토보상은 신청 당시 모였던 지주들이 중간에 현금보상으로 전환하는 등 참여 지주의 수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며 “특히 공동주택용지는 토지 규모가 커서 금액이 모자라면 다른 용도의 용지를 유동적으로 골라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런 선택지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지 용도를 선택했다가 혹여 지주 일부가 빠져 금액이 모자라고 추가 모집도 여의치않을 경우 대토용지를 받을 길이 막힌다는 이야기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현금보상을 받아야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용지 공급은 언제? 시기·가격 '널뛰기'

고양 장항 공공주택지구 내 대토용지는 공급시점이 2023년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대토지주들이 기대했던 2020년보다 무려 3년을 넘기는 시기다.

대토보상 계약을 맺을 때는 토지보상금액을 정할 뿐 정확한 대토용지 공급날짜와 가격은 특정하지 않기 때문에 딱히 LH에 책임을 돌리기는 어렵다. LH 역시 공급이 지연된 만큼 일정 금리를 가산해서 책정하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업장마다 공급시점과 가격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점은 지주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공급이 늦어질수록 땅값은 더 오르고, 자연히 대토용지의 감정평가액도 비싸지기 때문이다. 대토용지는 대토보상권의 130% 해당하는 금액까지 매입이 가능한데 땅값이 오르면 추가적으로 모아야할 대토보상권의 규모가 그만큼 불어난다. 여기에 실패하면 결국 지주들이 모두 현금보상으로 전환해야하는 이슈가 생긴다.

대토보상사업을 하는 시행사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거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들어오는 일을 막기 위해 LH가 애초에 개발 예정시기를 넉넉하게 잡는 측면이 있다”며 “금리 가산 등은 본질을 비껴가는 대응이고 근본적 개선방안을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토용지 공급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을 두고도 불신이 적지 않다. 감정평가시 표준지의 지가 조정 등 여러 과정을 거치지만 발주처인 LH의 입김이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다.

보상가격은 LH와 시·도지사, 지주가 각각 1명씩 3명의 감정평가사를 추천하고, 3명의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기준액의 평균으로 설정한다. 하지만 LH가 추천하는 감정평가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설상가상 이번 투기 의혹 사태에 따라 지주들의 신뢰를 확보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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