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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2세 '깜깜이' 이사회 입성 [thebell note]

김형락 기자공개 2021-04-14 07:31:05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2일 07:3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 수많은 뉴페이스가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다. 그중에서 오너 2세에게 쏠리는 관심은 특별하다. 경영수업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장차 회사를 이끌어갈 재목인지 검증에 돌입하는 출발선이기도 하다.

평소 관심 갖고 지켜보던 상장사에서도 예비 2세 경영인들이 이사회에 들어갔다. 조남희 코나아이 마케팅Biz 실장과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전무가 각각 사내이사로 신규선임됐다. 두 사람 다 계열사를 두루 거친 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주주들이 거는 기대와 달리 2세 경영인이 베일에 싸여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주총 소집 공고에 2세 경력 사항을 상세히 기재한 코나아이와 도이치보터스는 친절한 축에 속한다. 사내이사 추천 사유가 공란이거나 1~2줄뿐인 곳이 비일비재했다. 최대주주와 관계도 특수관계인으로 두루뭉술하게 기입해 2세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은 곳도 많았다.

주총장에 가기 어려운 주주들에겐 답답한 일이다.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하려 해도 부실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 승계를 준비 중인 오너들도 나름의 고충을 안고 있다. 얼마 전 코스닥 제조업체 대표이사가 속사정을 털어놨다. 자녀들이 임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쉽사리 지분을 넘기지 못하겠다고 푸념했다. 위기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자식들이 앞으로 회사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오너가 건재한 상황에서 온실 속 화초로 크는 건 아닐지 걱정했다. 월급쟁이 아들, 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많은 곳이 백년 기업을 꿈꾼다. 그러면서도 대관식은 조용히 치르길 원한다. 2세 승계 관련 내용을 취재하다 보면 종종 '불편하다'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

건강한 오너십은 장수기업을 뒷받침하는 지지대 중 하나다. 가족경영에 안주해 사세가 기울기도 하고 준비된 세대교체를 발판 삼아 한 단계 도약을 이루기도 한다. 경영능력이 검증된 후계자 양성은 오너 경영인에게 주어진 커다란 숙제다. 자신이 일군 회사가 대를 이어 성장하고 영속하길 소망한다. 주주들도 한마음이다.

2세를 사내이사로 추천하는 이유를 당당히 밝히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오너 혼자 짊어진 짐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사내이사 추천 사유에 쓸 내용을 채우려면 2세들이 주어진 과업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주주총회가 자연스레 검증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예비 2세 경영인들이 회사생활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너와 주주 모두 윈윈하는 방향이다.

이변이 없다면 3년 뒤 주총에 오너 2세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올 것이다. 그때 또다시 주주들이 깜깜이 표결을 하며 아쉬워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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