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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S·SK이노 배터리 분쟁]벼랑 끝 합의 도출, 양 사 속사정은USTR 중재 권유·소송 장기화 비용 등 의식

박기수 기자공개 2021-04-13 19:02:02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2일 14: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간의 분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ES)은 '공격수', SK이노베이션은 '수비수'였다. 인력 유출의 정황이 포착됐고, 판결 기관에서도 LG의 손을 들어줬다. 배상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여유로운 쪽은 당연 LG였다. SK는 미국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초강수까지 두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힘썼다.

그 결과 '2조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합의금 규모를 놓고 업계의 반응 중 하나는 '의아함'이다. 공격수였던 LGES가 주장해온 합의금보다 적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실제 LGES는 합의금으로 약 3조원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이밖에 추후 미국 연방지방법원으로 넘어갈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돼 최대 9조원의 배상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양 사 분쟁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사실상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졌을 것"이라면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SK 입장에서는 LGES와 합의를 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SK에서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해 금액 규모를 높여 LGES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상향된 금액을 들고 온 SK의 제안에 LGES의 선택은 두 가지였다. 제안을 받느냐, 혹은 거부권이 실제 행사되기를 기다리며 민사소송 등까지 분쟁을 장기화할 것인가다. LGES의 선택은 전자였다. 미국 사업 포기까지 내걸었던 SK, 소송 장기화도 문제없다던 LG가 극적 합의에 이르게 된 각자의 사정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미국 활동 중인 양 그룹, 무시할 수 없었던 USTR의 중재 권유

합의 배경 중 하나는 미국 무역 대표부(USTR)의 중재가 꼽힌다. USTR은 양 사 분쟁을 관할하고 있는 곳이다. 또 양 사는 저탄소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회사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LGES가 SK이노베이션보다 글로벌 입지가 더 넓지만 그렇다고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의존도를 LGES에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미국 내에서 고르게 분포하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ES와 SK이노베이션도 USTR 측의 권유를 무시하고 본인의 입장만 유지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큰 리스크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LGES와 SK이노베이션 모두 배터리 사업을 포함해 그룹 내 여러 사업들을 미국에서 영위하고 있다"라면서 "합의를 내지 못하고 입장을 고집한다면 미국 내에서 LG와 SK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나는 등 사업 잠재 리스크가 커졌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외 양 그룹은 미국 내에서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의 가전제품은 미국 내 소비자 만족도에서 최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서 작년 중국을 제치고 지역별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합의 없었다면 분출했을 각종 리스크 의식

'각자의 사정'도 합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선 LGES다. LGES는 ITC에 계류돼 있는 특허권 관련 분쟁과 영업비밀 침해로 배상금 규모를 판결해줄 미국 델라웨어 민사 소송을 치러내야 한다. 피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하는 '공격수'이기 때문에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소송전에 계속 비용을 들여야 한다. 따라오는 피로감은 덤이었다.

또한 고객인 완성차들의 입장도 LGES가 신경써야 했을 요소로 꼽힌다. 사안이 어찌 됐든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고객이었던 폭스바겐과 포드 사는 새로운 공급처를 마련해야 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완성차 업체들의 곤란함을 LGES가 초래했다는 시선이 존재했다. 이를 의식해 LGES가 SK의 대체재를 자처한 것도 사실이다. 시장 관계자는 "LGES가 완성차 업체들과의 공고한 관계에 굳이 금을 낼 필요는 없었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LGES는 당장의 현금이 급하기도 하다. 현대차와의 코나EV 리콜 분담금 지급으로 수천억원의 현금이 유출됐고 쉐보레 사의 볼트EV 리콜 분담금 역시 잠재적으로 현금 유출 리스크다. 이를 포함해 해결되지 못한 미국 시장 내 불확실성은 준비 중인 기업공개(IPO)에 큰 걸림돌이다. '합의 없이는 현금 유입도 없다'는 점을 인지한 결과 LGES의 선택은 합의에 응하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벼랑 끝 전술을 선보였던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을 포기할 지 여부를 결정할 갈림길을 코 앞에 두고 마지막 제안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양 사 분쟁에 정통한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을 단기간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LGES에 배상금을 지급하면서도 미국 사업을 계속 이어간다고 했을 때 얼만큼의 배상금이 최후의 마지노선인가를 산출한 결과 2조원이라는 금액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 그룹 총수의 공감대다. 시장 관계자는 "이미 분쟁의 규모가 한 계열사 수준을 넘어선 만큼 양 회장의 재가 없이는 합의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어떤 식으로든 분쟁이 하루 빨리 끝나야 한다라는 점은 구광모 회장과 최태원 회장 모두 공감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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