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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S·SK이노 배터리 분쟁]합의금 2조원에 어떻게 도달했나1조 이상은 힘들다던 SK이노에서 먼저 제안…LGES, 로열티 요율 3% →1%대로 인하 화답

박상희 기자공개 2021-04-13 19:07:34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2일 13: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ES)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 합의에 이르렀다.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던 양사가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 단위에 못 미치던 합의규모를 2조원으로 끌어올렸고, 이에 LGES도 3%대의 로열티율을 1%대로 낮추는 등 상생의 길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LGES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 2019년, 첫 결과물을 받아든 게 지난해 4월이다. LGES의 전신인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와 맞물려 시장에서도 합의금 규모를 예상하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LGES는 그동안 합의금으로 최소 3조원은 받아야한다는게 시장에서 보는 시각이었다. 실제 한웅재 LGES 법무실(전무)은 지난달 본지와 통화에서 "크레디트 스위스는 ITC 최종 결정 이후 합의금으로 5조원 이상을 이야기 했고, 증권가에서는 4조~6조원으로 예상하는 곳도 있다"고 간접적으로 합의금 규모를 언급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처음에 4000억~5000억원 수준의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소송에 정통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협상 과정에서 합의금 규모를 올리거나 낮추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1조원을 상회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SK이노베이션은 처음으로 '1조원대' 합의금을 언급했다. ITC 최종판결에 이어 최종판결문이 발표된 후 SK이노베이션 측의 가장 최근 제의였다. 당시 LGES에서는 권영수 LG화학 이사회 의장 겸 ㈜LG 대표이사가, SK이노 측에서는 SK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인 장동현 SK㈜ 사장이 만나 담판을 지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그간 '수천억원대' 만을 고수했지만 ITC 최종판결문 발표 이후 마지노선을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소 3조원을 주장하던 LGES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숫자였다.

이후 양사는 벼랑끝 전술을 펼쳤다. 그도 그럴 것이 양사 모두 섣불리 합의했다가는 배임 혐의가 발생하거나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LGES는 시장의 예상보다 적은 금액으로 합의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컸다. 더욱이 기업공개(IPO)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배터리 사업의 존폐가 걸려있는 일이었기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례적으로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 확대 감사위원회 결과마저 공개하면서 이사회 경영 특성 상 섣불리 합의에 이를 수 없다는 점을 대내외에 호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을 유럽으로 옮기겠다고 배수의 진까지 쳤다. 사실상 미국 사업을 접더라도 합의는 없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LGES는 이에 맞대응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공장을 인수하겠다고 받아쳤다.

극적으로 합의점이 마련된 것은 SK이노베이션이 합의금 규모를 상향 조정하면서부터였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4월10일)이 다가오면서 합의금 규모를 2조원으로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먼저 합의금 2조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1조원도 버겁다고 하던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으로 합의금 규모를 키우자 LGES도 기존의 3조원에서 양보를 했다"고 말했다.

결국 약 1조원을 주장하던 SK이노베이션과 3조원을 주장하던 LGES가 중간 지점인 2조원에서 합의점을 찾은 셈이다. 합의금으로 인한 조 단위 지출이 발생하더라도 미국 사업을 접는 것보다는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사업을 접을수도 있다고 배수의 진을 쳤지만 이미 50조원 이상의 수주를 확보한 상황이고, 이 가운데 미국 자동차회사로부터 확보한 물량도 상당할 것"이라면서 "고객 신뢰도 측면이나 향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 등을 감안할 때 결코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유럽과 중국에 이은 3대 전기차 시장이다. 다만 경쟁력을 갖춘 로컬 배터리 업체는 없다. SK이노베이션이 철수할 경우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LGES가 독점하는 상황이 된다. 고민 끝에 SK이노베이션이 최근 합의금 규모를 2조원으로 올리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합의금 지출을 감안하더라도 미래 과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합의금 가운데 1조원은 로열티 지급인데, 2023년부터 매출의 1%대를 지급하는데다 마지노선이 1조원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나름 최적의 결과물을 도출한 것"이라면서 "SK이노베이션이 3월 초 1조원을 제시했고 최근에 합의금 규모를 2조원으로 높였다는 점에서 미국 배터리 사업을 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총 합의금 규모에 합의한 뒤 세부적으로 지급 방법 등을 논의했다. 합의금은 배상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으로 결정됐다. LGES는 당초 로열티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매출의 3%를 고려하고 있었다. 이는 앞서 2019년 중국 배터리 기업 ATL을 상대로 미국에서 제기한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기술 특허소송이 기준이 됐다. 당시 LG화학은 합의하면서 ATL이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SRS 매출의 3%를 기술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로열티 규모가 1조원으로 정해지면서 요율도 하향조정될 수밖에 없었다. LGES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매출의 1~1.75%를 로열티로 지급받는다. ATL과 비교해 로열티 로율이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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