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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패자일까 [thebell note]

박기수 기자공개 2021-04-15 10:01:02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4일 08: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에게 2019년 4월 24일은 당황스러운 날이었다. LG화학 1분기 실적발표회가 있던 날이었다. 당시 LG화학 CFO였던 정호영 현 LG디스플레이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공격적 수주 행보를 '저가 수주 공세'라고 비판 조로 말했다. 실적발표회에서 타사 이야기는 이례적이었다.

그로부터 6일 뒤인 30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종결된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분쟁'의 시작이다.

이후 지리멸렬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SK에 지난 2년은 내부 사업 위기관리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이었다. SKIET 물적 분할과 IPO 준비를 비롯해 작년에는 정유업 쇼크로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2년간 최대 이슈는 LG와의 분쟁이었다.

준비된 공격수 LG는 SK의 잘못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결국 ITC로부터 SK의 조기패소 결과를 끌어냄과 함께 최종 판결에서도 승소했다. 최종 결과가 나온 후에도 양 사의 입장차는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SK는 합의금으로 최대 1조원을 주장했고 LG는 최소 3조원을 주장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기 하루 전 2조원에 합의를 봤다.

작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매출이 1조6102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커녕 여전히 적자를 보는 사업이다. '승리자' LG가 주장하던 3조원, 최대 9조원과는 큰 차이가 있어 'LG가 선심 썼다'는 시선이 있지만 2조원도 SK에게는 큰마음을 먹은 금액이라고 봐야 한다.

겉으로 보면 SK는 결국 많은 것을 잃었다. ITC가 LG의 손을 들어줬으니 패배자라고 분류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다만 동시에 SK가 지켜낸 가치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배터리 사업을 지켜냈다는 점 자체가 큰 의미다. 미국은 유럽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최대 시장이다. 미국 사업을 포기한다는 말은 사실상 배터리 사업의 절반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다.

고객인 완성차 업체들과의 관계도 수호했다. SK가 상향된 협상안을 들고 가지 않았더라면 합의는 없었을 테고 결국 SK의 고객이었던 포드와 폭스바겐은 급하게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만 했다. 이외 배터리 사업 역사상 가장 큰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를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볼 것은 아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배터리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고 평가 받는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앞으로 SK 배터리의 행보에 따라 지난 2년이 치명타가 될지 단순 성장통으로 평가받을 지 결정된다.

진짜 승패는 지금부터 결정된다는 의미다.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만큼 SK의 배터리 사업이 5년, 10년 뒤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지난 2년간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웠던 양 사 관계자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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